CEO독서노트: 아주 느린 작별

by 차향노트

[ 밑줄 치는 CEO의 독서노트 UnderMark ]


아주 느린 작별

: 정추위, 다산북스





2025년 추석. 아버지의 당황스러운 선망증상을 보고 느낀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아주 느린 작별』책을 접했다. 참 우연이다.


『아주 느린 작별』은 대만의 언어학자 정추위가 치매에 걸린 남편을 곁에서 돌보며 겪은 시간을 기록한 에세이다. 논리적이고 지적이던 남편은 병으로 인해 말과 기억을 하나씩 잃어가고, 저자는 그 과정을 하루하루 지켜본다.


이별은 어느 날 갑자기 오지 않고, 일상 속에서 아주 천천히 진행된다. 함께 살았던 시간의 언어가 사라질수록 저자는 상실과 슬픔, 분노와 죄책감을 동시에 마주한다. 그럼에도 간병의 순간들 속에서 사랑은 형태를 바꾸어 남아 있음을 깨닫는다.


이 책은 치매라는 병과 이를 돌보는 가족의 기록이지만, 기억이 사라져도 관계와 존엄은 어떻게 지켜질 수 있는지를 묻는 조용한 이야기다. 호흡이 긴 책을 읽는게 갈수록 힘들어지는데, 이 책은 쉽게 놓아지지 않았다. 아버지의 모습과 오버랩 된 때문일까? 아직 증상이 심하진 않지만 충격이 컷나 보다.


"엄마, 너무 슬퍼 마세요. 아빠 반응을 그렇게 담아두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우리는 지금처럼 계속 아빠를 사랑하고 있으면 돼요. 아빠도 우리가 사랑한다는 걸 알고 계실 거예요. 분명 그래요. 말로 표현하지 못할 뿐. 엄마는 엄마의 삶을 사세요." (p162)


'바라는 것이 없다.' 인간 관계에 있어 내가 가지고 있는 기본 생각이다. 그저 각자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면 되는 것 아닐까. 자녀들도 각자의 삶이 있으니 그렇게 살면 되고, 나도 그렇고. 그런데 막을 수 없는 시간으로 인한 변화가 평탄함을 깨뜨리는 순간, 나의 교만함은 여지없이 깨진다.


작별.

아주 느린 작별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 줄 평

: 아버지, 모든 것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