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
[ 밑줄 치는 CEO의 독서노트 : UnderMark ]
언어의 온도
- 이기주
- 말글터
이기주. 내가 좋아하는 작가다.
<언어의 온도>를 시작으로 <마음의 주인>, <글의 품격>, <말의 품격> 등 한 때 그의 글을 읽는 게 즐거웠다.
비우는 행위는 뭔가를 덜어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비움은 자신을 내려놓은 것이며 자기 자리를 누군가에게 내어주는 것이다. 여백이 있는 공간을 만들면 신기하게도 그 빈 공간을 다른 무언가가 채우기 마련이다. 반대로 무언가를 가득 채우려 하다가 아무것도 채우지 못하는 경우를, 나는 정말이지 수도 없이 목격했다. (p238)
내가 글을 쓰는 것에 신기하고 놀라워하는 분들이 계시다. 글을 어떻게 쓰는거냐고 묻는다. '그냥 말 하는 것 글로 옮기면 됩니다.'라고 답한다. 내 생각을 글로 옮기면서 머리가 비워짐을 느낀다. 나는 말을 통해 내 속을 밖으로 밀어내는 것보다 글을 통한 방출이 훨씬 효과적이다.
"당신 말 들을게요"라는 어르신의 한마디가 내 귀에는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오"라는 문장으로 들렸다. (p25)
"세월이 흘렀지만 난 여전히 당신을 염려하오"라고 온몸으로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p36)
최근 지방 조문일정을 아내와 함께 했다. 왕복 6시간을 혼자 졸음과 싸울 일도 걱정이었지만, 이명증으로 바깥활동을 잘 하지 못하는 아내에게 간만의 지방 나들이도 선물하고 싶었다. 나의 오른손과 살포시 겹쳐 있는 아내의 왼손은 서로의 시간이 행복임을 증명했다.
자식이 세상 풍파를 겪을수록 빗줄기는 굵어지고 축축한 옷은 납처럼 무거워진다. 그러는 사이 부모는 우산 밖으로 밀려난다. 조금씩 조금씩, 어쩔 수 없이. (p65)
노력은 스스로 발휘할 때 가치가 있다. 노력을 평가하는 일도 온당하지 않다. (p81)
기다려야만 만날 수 있는 것이 있다. (p163)
내 삶의 반쪽인 아이들. 이미 성인이 되어 거의 독립적인 삶을 살고 있다. 여전히 책임져줘야 할 것이 많지만 스스로 삶을 잘 펼쳐가리라 생각한다. 아이들이 어떤 삶을 살아갈 지 기대된다. 한 명은 행동하기 전에 생각이 깊고, 한 명은 나보다 많은 외부 활동으로 하루를 채운다. 스스로 사회에서 자신의 가치를 잘 만들어가기를 기도한다.
이름을 부르는 일은 숭고하다. 숭고하지 않은 이름은 없다. (p279)
누구에겐가 전부인 사람... 화장실을 깨끗하게 사용해 주세요. 이곳을 청소하시는 분들, 누군가에겐 전부인 사람들입니다. (p117 ~ 118)
혼자 사는 삶은 없다. 누구나 지구의 한 켠을 자리하고 있다. 서로가 여러 형태로 얽혀 살아가고 있다. 그 와중에 직업, 외모, 사회적 지위, 관계, 재산 등으로 '존재에 대한 존귀함'을 평가하기엔 너무 하찮다. 모두의 삶이 같은 축복 속에 사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존재의 가치를 달리할 수는 없다. 어른 아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우리는 모두 존중 받아 마땅한 존재들이다.
깊이 있는 사람은 묵직한 향기를 남긴다. (p293)
말과 글은 머리에만 남겨지는 게 아닙니다. 가슴에도 새겨집니다. (intro)
나는 어떤 말로 나를 드러낼까? 내가 내놓은 말이 어떤 온도를 가지고 있을까? 살아가면서 내 뜻대로 되는 게 많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말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것들 중 하나다. 말의 온도를 더 따뜻하게 하며 살아야겠다.
한 줄 평
: 따뜻한 마음으로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