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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베티 Mar 01. 2019

Lesson2 봄날의 우쿨렐레를 좋아하세요?

우쿨렐레는 해치지 않아 

Lesson2.봄날의 우쿨렐레를 좋아하세요? 


 생각해보니 우쿨렐레의 음색을 좋아하게 된 것도 15년전 봄, 대학원에 입학했을 무렵이었어요. 한 수업에 읽어가야하는 책의 양이 너무나 많아서 늘 잠을 두서너시간밖에 못 자고 수업에 들어가기 일쑤였죠. 몇백페이지되는 원서 텍스트를 완독하는것도 벅찬데, 비평서까지 읽어오고 아티클도 작성해서 미리 제출해야했습니다. 생각해보면 한글책으로 읽어도 힘들 양이었습니다. 30이 넘어 다시 공부를 시작했으니 가속이 잘 안 붙었어요. 갓 대학을 졸업한 어린동기들의 번뜩이는 영민함에 자괴감은 더 했습니다. 애초에 좋아하는 문학작품을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다라는 생각만으로 대학원에 들어온 게 순진했고, 그 수업료는 말 그대로 너무 비싼 것이었습니다.      

 제가 강의를 듣던 인문관은 학교의 맨 안쪽에 위치해 있었어요. 셔틀 버스를 타고 학교를 오롯이 다 돌아서 종점 바로 직전에 내려야했어요. 파릇한 새내기들의 젊은 열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던 만원 셔틀버스. 차창밖으로 보이던 경영관 잔디밭 밝은 햇살이 기억나네요.      

내 맘은 이렇게 황량한데 봄은 참 무심하기도 하구나. 하여 서글펐던 기억이요. <자살의 연구>라는 책을 보면 사람들이 자살을 가장 많이 생각하는 시기가 가을이나 겨울이 아닌 봄이라고 합니다. 세상의 역동성에 상대적 박탈감을 더 많이 느낀다는 것이죠. 그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그 무렵 봄은 제겐 참 잔인한 계절이었습니다.    


  

 그 날도 무심코 음악을 들으면서 경영관을 지나고 있을때였어요. MP3플레이어에서 랜덤으로 흘러나오는 곡들 중에 이 곡이 섞여있었어요. 어떤 남자가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토닥이듯 말하더니 이윽고 가벼운 전주가 흘러나왔습니다. 쿵짜작 쿵짝 흥겨운 현악기 전주를 배경으로 바다소리가 촤하고 쓸려 지나가더군요. 이국의 풍경이 파도처럼 훅 다가왔죠. 아.. 이 곡은 뭐야. 왜 somewhere over the rainbow로 시작했는데 갑자기 what a wonderfule world가 됐지? 봄하고 참 잘 어울리네...      



 그 곡이 바로 하와이의 국민가수 IZ가 부른 somewhere over the rainbow/ what a wonderful world 였어요. 곡의 전반에 가볍게 울려퍼지던 악기가 우쿨렐레인것은 아주 나중에나 알았습니다. Iz가 37살에 호흡곤란으로 사망하자 국민장이 치러질정도로 많은 하와인 주민들에게 우상같은 존재였다는 것도요. 하와이의 독립을 주장하며 하와이의 전통악기를 사용했던 가수라고 합니다.      


 이 노래가 그 당시 저에게 위안을 줬다거나 큰 용기를 주었다면 스토리가 그럴듯했을텐데 그건 아니었습니다. 냉담한 교정의 햇살과, 봄, 도망가고 싶은 마음위에 오버랩되어 영화음악처럼 그 순간을 기억나게 해주는 노래일뿐이죠. 그리고 이 곡을 듣던 순간  봄은 봄이네 했던 희미한 흔적같은 것만 남아있습니다.     

 이 노래를 들으면 ‘그래. 그때도 견뎠는데’ 하면서 쓴웃음과 함께 힘이 나는 거예요. 저에게 Iz의 곡은 그런 의미였습니다. 무엇보다 이 노래를 들으면 이유없이 편안해지는 이유의 팔할이 그 우쿨렐레의 통통 튀는 음색, 한겨울에도 햇살을 떠올리게하는 그 음색때문인걸 알게되고는 우쿨렐레에 관심을 갖게 된것입니다.      

그래서 맨처음 우쿨렐레 강의를 들을 때 저의 목표는 딱 한가지였어요. Iz의 이 곡만 마스터하자. 그 이후에는 나도 모르겠다.      

 

어쩌다보니 이 곡은 아직 마스터하지 못했습니다. 비슷하게 흉내를 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는데 소울까지 담아내긴 역부족이라고 할까요?  우쿨렐레를 연습하면서 마스터하고싶은 곡들이 너무 많아졌다는 것도 하나의 핑계일테고요. 영화 <Inside out>의 쿠키영상에 나왔던 ‘Lava’라는 곡이나 Queen의 ‘Love of my life’도 그런 곡 중의 하나죠. 맹렬히 연습하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 언젠가 나도 유투브에 내 연주 동영상도 올리고 남들앞에서 연주도 하는 그런 날이 오겠지 라는 생각으로 묵묵히 연습하고 있을 뿐입니다.      



우쿨렐레 둘째날의 강의에서는 C,F.C7등의 기본적인 코드를 배웠어요. 이 코드만으로도 칠 수 있는 곡이 1백여개나 된다니. 누구말마따나 날로 먹는 악기가 맞는 거 같아요. 물론 코드는 쉽지만 스트로크가 다양하고 어렵다는게 함정이지요.      


강의 이틀만에 ‘시골영감 처음타는 기차놀이에~’라는 곡을 연주할 수 있었죠. 세상 나랑은 상관없는 곡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열정을 갖고 불러보는 날이 오리라곤 생각을 못헀던 두 번째 강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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