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곤 Dec 15. 2017

시작하며

나의 미국, 나의 캐나다

프롤로그 ― 워싱턴D.C. ― 나이아가라 ― 몬트리올 ― 퀘벡 ― 보스턴 ― 뉴욕




   유튜브를 즐겨 보는 나에게는 조금 특이한 습관이 있다. 마음에 드는 채널을 발견했을 때 매번 하는 일이다. 그 채널의 가장 첫 영상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는 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채널에 처음에는 어떤 영상이 올라왔었는지 확인해보곤 한다. 지금은 수만 명이 애청하는 인기 유튜버도 불과 몇 년 전에는 제대로 된 장비조차 못 갖춘 초심자였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말하고 보니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도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으니 일단은 '조금 특이한 습관'이라 여기고 있다.


   유튜브를 이런 식으로 시청하는 사람은 적을지 몰라도, 성공한 사람들의 과거에 대해 사람들은 관심을 기울인다. 몇 해 전 페이스북과 마크 저커버그의 성공담을 그린 영화 <소셜 네트워크>가 큰 호응을 얻은 것도,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뒤 출간된 두껍고 무거운 전기傳記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 것도 그런 관심의 증거일 것이다. 평범한, 어쩌면 보통 이상으로 결함이 많은 개인이 위대한 업적을 이루는 과정을 바라보며 우리는 그들과 자신을 겹쳐본다. '나같이 평범한 사람도 저렇게 큰일을 해낼 수 있구나' 하면서. 그렇기에 유명인의 과거에 대한 관심은 단순한 가십거리라기보다는 더 나은 자아로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은 나'로 나아가는 것만큼이나 '더 나은 여행'을 하고 싶다. 무엇이 '좋은 여행'이며 애당초 여행에 우열이 어디 있나 싶지만 내가 사랑하는 일인 여행을 조금 더 잘해나가고 싶다. 몇 달 돈 모아서 비행기에 오르고, 여행지에서 실컷 보고 마시고 즐기고, 돌아와서는 가끔 사진첩을 들여다보며 추억에 젖는, 이런 소비적인 사이클에서 벗어난 여행. 넓은 세상을 발견하고, 보고 느낀 것을 타인과 공감할 수 있는 여행. 무엇보다 떠나기 전보다 한 뼘 자란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여행. 


   이런 생각 끝에, 건방지지만 '조금 특이한 습관'을 내 여행의 이력에도 적용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여행 이력의 초기, 혼자 여행을 떠나기 시작한 2014년의 기억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2014년 여름, 나는 그동안 모아 온 과외비를 털어 미국·캐나다의 동쪽 지역으로 떠났다. 그곳을 향한 까닭은 정말 단순히 '뉴욕에 가보고 싶어서.'


   떠난 이유마저 어설펐던 첫 여행의 기억을 글로 풀어내며 나 자신이 여행길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발전해왔는가 되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지금까지는 수백 장의 사진으로만 남아 외장하드 한구석에 처박혀있었지만, 한 달 여의 경험에 생각을 버무려 조금 더 내밀한 기록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긴 호흡으로 글을 써나가는 연습도 빼놓을 수 없는 기대효과(?) 중 하나다. 이런 개인적 목표에 덧붙여 앞으로 써 내려갈 부족한 여행기가 누군가에게 떠날 용기를 주는, 여행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글이 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도 품어본다.



2017년 12월 부대 싸지방에서

이승곤



p.s. 먼 훗날에는 나와 비슷한 습관의 소유자가 이 글까지 거슬러 올라와 봤으면...




이 승 곤 : Seunggon LEE

―가늘고 길게 여행과 사진,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어디에서든 배우는 사람"이라는 은사님 말씀이 아깝지 않도록 살고 싶습니다.

FACEBOOK : INSTAGRAM : 

rupert1128@snu.ac.k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