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30살의 시작

서른 좋아요

2020년이 되면서 한국 나이로 30살이 되었다.

생일이 12월이라 삼주만에 나이 먹은 기분이 들어 퍽 억울하다.


그런데 의외로 처음 맞이해보는 30살의 소감은 (아직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ㅎ) '매우 좋다'로, 이야기하고 싶다. 20대보다 30대가 훨씬 멋지고, 재미있을 것이란 알 수 없는 확신이 드는 것이다. 


이런 확신의 배경에는 20대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미성숙', '실수' 이기 때문이다.

나의 20대는 바보 같고 모자란 실수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릇으로 치면 모양을 갖춰가고 있는 찰흙의 상태?

좋게 말해 찰흙이지 그냥 뭐 실수로 점철된 부끄러운 기억 그 자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 친구에게는 왜 그렇게 대했을까, 그때 사귀던 남자 친구에게는 왜 그렇게 모질었는지.

그 선배, 팀원에게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되었는데... 하는 후회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뭘 할 때 행복한지, 어떤 친구를 좋아하는지.

스스로에 대해 몰랐고 사실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냥 주변에 휩쓸려서, 남들이 하니까 좋아 보이는 것들을 따라 했었다. 


그래도 그때의 경험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나 스스로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게 되고. 어느 정도 제대로 된 사리분별이 가능한 '어른'에 한 발짝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남들은 알아서 깨우치는 것을 난 조금 어렵고 상처 받아가면서 배운 것 같지만. 


물론 지금도 아차 싶을 때가 많고 실수도 많이 한다. 

그렇지만 나에 대한 확신, 지금 이 상황을 잘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나에 대한 믿음이 충만하다. 

예전에는 몰랐던, 30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정말 소중하고 귀하다.


내 인생 드라마인 '멜로가 체질'에 등장하는 30살의 주인공들이 이런 말을 한다.

"나 생각해보니까 우리 나이가 너무 좋은 것 같아.
뭔가를 다시 시작해도 어색하지 않을 나이 중엔 젤 노련하고.
뭔가를 다시 시작하기에 애매한 나이 중엔 젤 민첩하고. (중략)
멍청한 짓 만들어하지 말고 똑똑하다고 자만하지 말고,
어리다고 진짜 어린 줄 알지 말고.
무엇보다 내가 느낀 바. 현재 주어진 위기에 온전히 집중하는 게
위기를 키우지 않는 유일한 방법 같아.


어쨌든 결론은

30살 좋다고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