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일기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게 내 연애를 지키는 최고의 방법이지만
조금은 특별한 내 짝꿍의 특별한 점을 적어보려고 한다.
첫째, 토요일 저녁에 데이트하지 않는다.
그가 축구모임을 가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토요일 저녁 데이트를 축구에 뺏기는 건 자존심 상하고
나를 사랑하는지 까지 의심하게 되었다.
하루는 기념일이 토요일이라 그것을 빌미 삼아 데이트를 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그는 그 시간에 운동을 하지 않으면 우울해졌다.
고도의 수법이거나 신기한 작용이거나 둘 중에 하나겠거니 생각한다.
둘째, 데이트 코스는 미리 정하지 않는다.
생일이나 기념일에 데이트 코스를 누가 짰느냐는 나에게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이슈다.
그래도 한 번쯤은 실수라도(?) 어디를 갈지 미리 정해올 법도 한데,
그는 단 한 번도 스스로 데이트 코스를 짜지 않았었다.
데이트 코스를 당해보고 싶었던 난
계획을 세워줄 것을 당당히 요구했고
그렇게 한 번 이루었다. (이때도 기념일을 빌미 삼았던 것 같다.)
그날 우리는 무엇 때문인지 크게 싸웠고
길거리에서 눈물을 쏟아내고 난 후에
식당 예약을 취소할 수 없어 어색하게 식사를 했다.
셋째, 없는 소리는 못한다. 안 한다.
처음 연애를 시작했을 때 짝꿍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사랑한다고 말했다.
좋아한다는 표현을 많이 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해주길래
'나만 좋아하나? 내가 더 좋아하나?' 왠지 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대놓고 물어보니 자기는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말은 못 한단다.
그리고 누가 더 좋아하는지 가리는 것은 교제를 시작한 우리 사이에는 무의미하다고 했다.
이 세 가지는 다른 여자들에게 '엥? 뭐라고?'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 쓴
짝꿍의 '너무함'이다.
한 편으로는 '나는 이런 것도 이해한다.'라는 마음도 있을 것 같다.
연애에서 꼭 지켜야 하는 '룰'은 없지만
내 기준에 어긋나면 밀려오는 서운함이 있다.
난 이런 것들이 서운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첫째, 그는 모든 일정을 공유하고 논의해서 나를 불안하게 하지 않았다.
그냥 그중에 유일한 고정 일정이 '축구'일 뿐이었다.
술, 담배는 하지 않는다. 얼마 하지 않는 게임도 굳이 해야 한다면, 축구 게임만 한다.
그냥 그에겐 축구가 유일한 취미이자 에너지원이다.
둘째, 둘 다 만족할만한 데이트 일정을 논의 후에 정했다.
효율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기념일, 생일 선물을 서로 논의해서 정했다.
정말 필요한 것을 서로 주고받았다.
데이트도 이런 것이었다. 메인 콘텐츠(영화, 맛집 등)는 대략 정해두고,
그때 상대의 컨디션과 기분, 하고 싶은 것을 고려해야 했다.
셋째, 진실된 말은 신뢰를 주었다.
말로만 표현하는 사람이 아닌,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사람이었다.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해 준다는 강한 신뢰를 주는
짝꿍은 고마운 사람이다.
불만에 가려져 있는 이면이 있다.
불만이 생긴다고 헤어지면 어떤 커플도 남아 있기 힘들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커플들이 서로가 가진 불만의 이면에서
상대방의 개성과 장점을 발견하길 바란다.
그리고 자신감을 가지고 그 사랑을 지켰으면 좋겠다.
이 사람이 멋져 보이는 것은 그 사람 곁에 내가 있기 때문이고,
내가 멋져지는 것도 그 사람이 내 곁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열심히 사랑하면 좋겠다.
이 글을 썼을 때도 4년 정도 연애를 하고,
서로의 모난 부분이 조금은 깎여나갔을 때였다.
불만이기도 자랑이기도 했다.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크고 작은 '기억 차이'와 '생각 차이'를 겪는 중이다.
어떨 땐 마냥 좋다가 어떨 땐 그냥 밉기도 한 신혼이다.
어디로 튈지를 모르겠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는 우리가 서로의 자부심이라는 것을 잠시 잊었던 것 같다.
우리 가족이 서로를 더 멋지게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다시 한번 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