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된 낮잠

가끔 허락되는 너의 일탈

by 공담소

말똥말똥한 눈망울에서 강한 의지가 반짝인다.

가슴을 토닥이면 팔을 휘저으며 웃는다.

이번 낮잠은 자지 않겠다는 녀석.


방 안에 드리운 게으른 햇빛이 나른할 법도 한데

그녀에겐 한낮의 놀이터일 뿐이다.


얼굴을 가까이 가져대니

꼼질꼼질 작은 두 손이 내 뺨을 더듬다가

덥석 내 코를 물고는 허허- 웃는다.


이제 장난도 제법 치는 너.

기특하긴 하지만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배꼽에 푸르르- 입방구로 반격한다.


꺅- 꺄르르

결국 새근새근 숨소리 대신 까마귀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만다.


서두를 필요 없다.

조금 뒤로 미룰 뿐이다.


거부된 낮잠

비밀스러운 우리의 시간.






나·닫·시

어린 시절 나의 주특기는 '깊은 잠 자기'였다.
한번 잠이 들면 누가 날 들어 올려도
알아차리지도, 일어나지도, 기억하지도 못했다.

졸리지 않을 땐 누워서 마음속으로 한 문장을 욌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백설공주가 살았답니다.'
그럼 일곱 난쟁이를 소개하기도 전에 잠들었다.
물론 독사과까지 간 적도 있지만 대체로 저 한 문장이면 충분했었다.

실수로 문을 걸어 잠그고 낮잠에 들어
시장에 다녀온 엄마와 학원에 다녀온 언니를
문밖에서 기다리게 한 적도 있었다.
집안에 울려대는 시끄러운 전화소리도 나를 깨우기에는 부족했다.

그렇게 깊은 잠을 자길 좋아하던 소녀는
청소년기에 의도적으로 잠을 줄였다.
잠이 든 후가 문제라 자는 시간을 늦추면 그만이었다.
많이 자든 적게 자든 아침에 일어나 피곤한 건 매한가지여서 손해를 보는 것 같지 않았다.

성인이 되고 나서야 알았다.
자고 싶어도 잘 수 없는 상황이 수시로 발생했다.
지하철 출근길과 오후 4시의 사무실에서 고꾸라지는 머리는
헤드뱅잉을 하는 처녀귀신같기도, 움직임을 멈춘 게으른 곰 같기도 했다.

졸린 눈에 저항하는 시간은 10초가 1시간이오, 1분이 하루 같았다.
그러다 '탁-' 어떤 계기로 잠이 달아나면 정신이 맑아지는 경험을 하곤 한다.
꽉 막힌 고구마가 사이다와 함께 목 뒤로 넘어가는 듯한 쾌감은 묘한 중독성을 낳았다.

그래도 그 쾌감을 우리 아이들이 굳이 굳이 일찍 알지 않았으면 한다.
밤에 푹 자고, 졸리면 낮잠도 자고, 낮잠을 못 자면 밤에 일찍 자고.
깨어있을 땐 에너지가 모두 충전된 상태로 반짝였으면 한다.

졸리지만 낮잠이 자기 싫은 7개월 아기는 자주 울며 보챈다.
우는 모양새가 그저 귀엽기만 한 그녀를 다독이며 말해준다.
"에구에구, 졸릴 때 자면 얼마나 행복한데~ 푹 자고 일어나서 또 놀자?"

나의 희망사항이 담긴, 그녀에겐 잔소리일, 이 말을
울고 있는 녀석에게 굳이 굳이 하고야 만다.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