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가 : 유아가 잠재력으로 터득해 가는 영성에 대해서는 신학자께서 설명을 좀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신학자 : 분석가께서 설명하는 원형이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인간의 삶을 통해 어떻게 구체화시켜 나가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유아가 원형을 획득해 가는 과정에서 영적인 영역을 만든다는 것을 성경적으로 보면, “오직 하나님이 성령으로 이것을 우리에게 보이셨으니 성령은 모든 것 곧 하나님의 깊은 것까지도 통달하시느니라. 사람의 일을 사람의 속에 있는 영 외에 누가 알리요 이와 같이 하나님의 일도 하나님의 영 외에는 아무도 알지 못하느니라”(고전 2:10~11)라는 말씀과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유아는 하나님의 형상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말은 이미 하나님이 유아 내면에 들어와 계신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들어오신 하나님을 어머니와의 관계경험을 통해 자신의 삶과 연결되는 하나님으로부터 관계경험을 하게 되는 겁니다.
분석가 : 프로이트 시대의 정신분석가들 역시 그런 고민을 했습니다. 프로이트가 친구라고 불렀던 오토 랑크(Otto Rank)는 하나님의 절대적 초월성을 거론하면서 하나님은 ‘절대 타자’라고 말합니다. 그 말은 하나님은 인간이 도무지 접근 불가능한 ‘절대 타자’로서 계시는 존재로 보는 겁니다. 그러나 제임스 존스(James Jones)는 랑크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존스는 랑크가 말하는 것처럼 신학적이고 철학적 논쟁에 기초한 하나님이 아니라, 감정적 경험에 기초한 하나님을 제시하죠({현대정신분석과 종교}, 177~178). 내가 보기에는 절대 타자로서 하나님도 나의 경험을 통해 타자로서 경험될 수 있는데, 그렇게 경험될 수 있는 근거는 바로 ‘자기’의 개념에 있습니다.
탐구자 : 그러면 하나님 경험과 유아의 관계경험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요?
분석가 : 마이클 세인트클레어는 이렇게 말해요. “부모와의 관계경험은 하나님 표상에 대한 기초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 표상들 사이의 연결은 다양하다. 부모의 특성들과 하나님 표상의 특성들 사이에는 직접적인 연속성이 있을 수 있다. 또는 이 연결은 정반대적일 수도 있다.”({인간의 관계경험과 하나님경험}, 58)
신학자 : 그렇게 보면, 인간의 최초의 하나님 경험은 어머니에 대한 실제 경험으로부터 파생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하나님에 대한 기본적인 이미지는 전적으로 부모의 특성들에서 가져온 것이라 말할 수 있겠어요({상동} 58). 하나님을 생각하면 구약에서 심판하고, 꾸짖고, 책망하는 하나님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의 가족관계를 관찰해 본 결과, 그런 하나님에 대한 이미지는 바로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이미지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된 적이 있어요.
분석가 : 이 부분을 구체적으로 연구한 정신분석가가 있죠. 바로 애너-마리아 리주토( Ana-Maria Rizzuto)입니다. 리주토는 아이가 태어날 때 부모들이 그 아이의 서사적 기원을 만든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부모는 처음부터 아이에게 그가 태어나는 과정에 신이 어떤 방식으로 개입했는지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전달”({살아있는 신의 탄생}, 영문판, 183)해준다고 말합니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그 아이를 어떻게 선물로 주셨는지, 어떤 응답으로 그 영혼을 보내셨는지를 이야기할 것입니다.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조차도 아이가 태어날 때 태몽을 이야기하면서 그 아이의 우연한 탄생을 필연적 존재의 탄생으로 바꾸어내는 과정을 보여주는 거죠. 리주토는 유아가 어머니의 시선과 얼굴을 거울로 경험함으로써 유아가 신의 표상을 형성하는 매개물로 사용하고 있음을 강조하죠. (상동, 185~186)
탐구자 : 하나님의 얼굴과 어머니의 얼굴이 겹쳐 있는 거네요. 유아가 어머니의 얼굴을 보는 것은 곧 하나님을 보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군요.
분석가 : 맞습니다. 유아에게 어머니 얼굴은 모든 타자들, 세계, 우주, 하나님을 대표합니다. 유아가 어머니와의 융합하는 존재경험, 즉 통합되지 않은 상태에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로 머무르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대상들과 깊은 관계 경험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탐구자 : 사람들은 보통 정신분석학에 대한 인식이 프로이트를 먼저 떠올리게 되고, 프로이트는 종교나 신의 존재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신분석학에서도 세인트 클레어나 리주토 같은 학자들도 종교적 접근이 가능한 것이군요.
분석가 : 프로이트조차도 평생 연구한 것 중 하나가 하나님과 인간과의 관계라고 해요. 그것을 리주토가 발견했는데, 프로이트가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창1:27)를 자신의 평생 연구를 통해, 역으로 인간이 그 자신의 형상을 따라 신을 창조한다는 사실을 발견하려고 했어요. 프로이트 사람과 하나님 사이에서 이미지들이 반영되는 영역에서 어머니와 아이, 그리고 하나님의 얼굴과 인간의 얼굴이 함께 아우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확인시켜 준 셈이죠.( 같은 책, 186)
탐구자 : 그럼 제가 세 분의 말씀을 종합해서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어요. 유아에게서는 어머니가 제공하는 따뜻하고 안전한 품 안에서 통합되지 않은 상태에 머무는 동안, 평생 살아가면서 경험하게 될 존재 가능성과 꼭 경험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 모든 것을 존재의 잠재력으로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유아기 시기이다… 이렇게요. 이 정도면 제가 잘 이해한 것이겠죠?
분석가 : 좋아요. 이 시기는 유아가 인간으로서 미래적 삶의 질을 미리 확보하는 기간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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