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2): 정상에서 벗어난 몰입

(표지사진 : pixabay)

<천자문>이 <백수문>이 된 이유



[천자문]은 '백수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된 전설은 숙종에 의해 전해집니다. 숙종은 세자, 훗날 경종이 된 세자가 네 살이 되자 <천자문>을 가르치기 위해 1691년에 <천자문>을 금속활자로 인쇄합니다. 그때 숙종이 지은 서문에 <천자문>의 별명이 <백수문>이 된 까닭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중국 남북조 시대 양나라(464~549)의 초대 황제는 무제입니다. 이 무제에게는 여러 왕자가 있었습니다. 무제는 이 왕자들에게 글씨를 가르치기 위해 은철석(殷鐵石)에게 위나라 종요(鍾繇)와 동진의 왕희지(王羲之) 글씨 가운데 겹치지 않은 일천 자를 탑본하여 종이 한 장에 한자씩 쓰게 하였답니다. 일천 자는 그렇게 모아졌지만 글씨들은 뒤섞여있어 순서가 없었답니다.

그러자 무제는 주흥사에게 각 글자마다 운을 붙이라고 명했답니다. 무제의 명을 받은 주흥사는 그 모든 일천자를 하루 사이에 편집을 다 했답니다. 그런데 주흥사의 머리와 수염 또한 하루 사이에 모두 하얗게 되어 있더랍니다. 이러한 연유로 이 책은 원래의 이름 <천자문> 외에도 '백수문(白首文)'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무제가 주흥사에게 운을 붙이라고 한 건 단순히 운만을 붙이라고 한 게 아니었습니다. 천자를 골고루 써 한 글자도 겹치지 않는 줄거리를 만들라고 한 것이니 얼마나 힘이 들면 하룻밤 사이에 머리카락이 하얀 백발이 되었을지가 쉬 어림되지 않습니다.( 출처: <Oh My News>, 2014.10.14)


이 이야기 안에는 주흥사가 왜 하룻밤 사이에 천자의 글자를 가지고 천자문을 만들어야 했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다른 버전에서는 주흥사가 하룻밤 사이에 만들어내지 못하면 사형에 처하게 되어 이를 면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만들어낸 결과가 바로 <천자문> 임을 밝힌다.

주흥사가 밤새 작업에 몰두한 결과 나온 걸작품이기는 하나, 어디까지나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한 몰두이기 때문에 아니마의 작용에 힘입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흥겹게 해 낸 몰두는 분명히 아니다.

그래서 그 부작용으로 하룻밤 사이에 머리카락과 수염이 모두 하얗게 되는 신체적 변화가 일어났다.

그것은 살아남기 위해 자기 내면에 있는 모든 에너지를 다 끌어다 쓴 결과, 원하는 성과는 이루었지만, 그 대가로 몸이 망가졌다는 말이다.


게임 중독, 몰입의 결과


게임사용장애

1990년 이후 태어난 사람은 게임세대에 속한다.

그래서 그 이전 세대보다 게임에 중독된 사람이 많은 세대이다.

게임을 어느 정도 하면 중독이라 진단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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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WHO가 제시한 '게임중독'의 정의를 문제 삼았다.

WHO가 언급한 '게임중독'은 game addiction이 아니라, game disorder(게임사용장애)라는 것이다.

WHO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였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과학자들이나 미래학자들이 예측하는 새로운 세대에는 <메타버스 플랫폼>이 매우 일상화되기 때문에 게임을 질병으로 몰아가기에는 애매한 측면이 많다.

메타버스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게임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게 되는 미래세대의 첨단기술 도래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가상화폐와 디지털 치매

어떤 사람은 어느 날 심각한 건망증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는 고객과 이야기를 하는 중에 '내가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지?'라는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게 되고,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사라지게 되면서 그가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그가 왜 그러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가 가상화폐 거래를 시작하면서 그는 하루종일 핸드폰을 보게 되었고, 밤에 자다가도 2시간 만에 깨어서 핸드폰을 보면서 시장의 흐름을 읽곤 했다.

그가 그런 일상을 보낸 지가 3개월 정도가 넘어가니까 건망증 증상이 심각해진 것이다.

나는 이 건망증을 <디지털 치매>로 명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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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출처: pixabay)

TV 몰입, 정신이 모니터 안으로 들어가다

나의 내담자 중 이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이인증(depersonalization, 離人症)이란 글자 그대로 '몸에서 인격이 분리되는' 증상이다.

정신과 신체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면, 정신이 작용하는 만큼 신체는 자동으로 반응한다.

그런데 이 내담자는 정신활동이 자신의 지적 한계를 넘어섰다거나 자신의 도덕적 기준을 넘어서는 활동을 했다 하면 먼저 두개골이 깨지듯이 아프다.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내가 없어졌다.'


순간, 불안이 소용돌이치듯이 휘몰아쳤다.

잠에서 깨자마자 '내가 없어졌다'는 것을 자각하고는 계속해서 '나'를 찾기 위해 화장실로, 아들방문을 열어본다.

침대밑을 찾아도 '나'를 찾을 수 없고, 심지어 냉장고를 열어서 '나'를 찾았다.


하는 행동이 너무 이상하게 여긴 아들이


"엄마, 뭐 해?"


하는 말에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아들이 '엄마'라고 부르는 순간, 자기 안에 '나'가 있는 것을 자각한 것이다.


이 내담자의 심신분리에 관한 고통은 또 있다.

하루는 TV를 틀어서 사극을 보게 되었다.

사극 중 극 중 인물들이 서로 대화를 나눌 때는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극 중 인물들이 말을 타고 가는데, 말이 천천히 '뚜벅뚜벅' 걸을 때는 그녀도 별다른 이상 증상이 없었다.

그런데 극 중 인물들이 말을 달리게 만들면서 쫓고 쫓기는 상황이 되자 그녀는 심한 어지럼증을 느끼게 되었다.

그녀의 정신은 신체로부터 분리되어 이미 모니터 안으로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모니터 안으로 들어가자 내가 극 중 인물이 행동하는 동안의 느끼는 몸의 느낌을 그대로 느끼게 되었다.

이인증은 어느 순간 정신이 신체에서 분리되어 병리적인 몰입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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