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의 차이(4): 언어의 차이

금성어와 화성어



남성과 여성은 명백히 다르며 이러한 차이는 오랫동안 매혹과 탐구의 대상이었다.

남성과 여성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얼마나 달랐으면 [금성에서 온 남자, 화성에서 온 여자]라는 제목의 책이 나왔겠는가?


결혼해도 무관심한 남녀 차이


남성과 여성이 다름을 아는 것은 중요한 주제이다.

그렇지만 남녀 간에 서로 다름을 알아가야 하는 것이 인생에 주어진 과제는 아니다.

여성도 마찬가지이지만, 남성은 여성이 왜 남성과 다른가에 대해 알기 위해 인생을 살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독신 여성이나 독신 남성, 또는 돌싱 남, 돌싱 녀는 다른 이성에 대해 알아가는 것을 삶의 주제로 삼지 않는다.

돌싱녀나 돌싱남은 결혼했다가 홀로 돌아오면서, 배우자와 '성격이 안 맞아서 이혼했다'라고 생각하지,

'내가 남자(또는 여자)를 몰라서 이혼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결혼 후에도 커플이 함께 잘 지낼 때는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부간에 갈등이 생기면, 심리학자들이나 부부상담 전문가조차도,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두 사람이 다른 공간, 다른 배경, 다른 양육방식, 다른 문화에서 살다가 한 공간에서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충돌과 갈등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라는 식으로 생각한다.

다 맞는 이야기이지만, 부부간에 갈등이 생겨도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이혼할 때는 '성격 차이'라는 이유를 달기를 좋아한다.


언어 차이 발견


부부간에 갈등이 잦아지다 보면, 어느 순간 상대방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는 때가 있다.

과거의 어느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너무 다른 기억방식에 서로가 놀란다.


"아니, 저 여자는 그 상황에 대해 어떻게 저렇게 기억할 수가 있지?"


"저 여자는 왜 저렇게 생각하지?"


여자가 남자의 생각에 대해 의아해 하기보다, 남자가 여자의 생각이나 감정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결혼 생활 10년쯤 되면, 그동안 아내는 남편을 너무 많이 이해를 해 줬기 때문이다.

많은 남자들이


"남자는 옳고, 여자는 틀렸다"


라는 생각을 한다(특히 신혼 초기일수록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남편은 자기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아내 앞에서 뭔가를 쉽게 단정 내리고 선언을 잘한다.

가정 권력의 중심에 있는 남편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온갖 말을 쏟아붓는다.

아내는 무슨 말인지 조차 모르고 하는 남편의 말을 이해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중년기에 접어들면, 남편은 지금까지 아내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 별 노력을 해 본 적이 없다.

중년기 중반쯤 되면, 그동안 남편 쪽으로 기울어져 있던 권력이 서서히 아내에게로 기울어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동안 아내 앞에서 일방적으로 단정하고, 선언해 오던 남편의 말의 권위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동안 별 권위도 힘도 없는 아내의 말이 권력을 얻어가면서 던지는 한 마디가 남편에게 비수를 꽂는 말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말의 권위가 비등해지면서, 더 이상 아내의 말을 무시할 수 없게 되고, 아내의 한마디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바로 그때 남편이 깨닫는 것이 있다.


"왜, 여자는 내가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를까?"


아내는 나와 표현 방식도 다르고, 기억도 다르며, 말하는 각도가 다르다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한다.

부부간의 권력이 비등해졌을 때, 아내는 남편이 '내 말을 전혀 못 알아듣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남편 역시 '서로가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부부가 서로의 정서적인 간격을 이 정도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에게 더 나은 관계를 위한 희망이 있는 것이다.


금성어와 화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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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금성어를, 여자는 화성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당신이 결혼 15~20년 넘게 살면서 부부간에 이런 차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면, 당신의 부부는 여전히 금성어와 화성어로 통역 없이 대화하고 있는 셈이다.

두 언어의 차이를 안다면, 답답해서 못 견딜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부부가 이러한 언어 차이에도 불구하고 크게 불편함을 못 느끼고 산다.

그렇다면, 그 부부는 더 이상 가까워지기를 포기한 것이다.

더 이상의 언어충돌로 고통스러움을 겪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충 이렇게 살다가 죽을 날만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이런 부부는 남은 여생을 대충 사는 것이 아니라, 갈수록 원수가 되어간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금성어와 화성어는 통역 없이도 공존할 수 있다.

부부간에 서로 마음만 주고받지 않으면, 또는 정서적으로 가까워지고 싶지 않으면 통역 없이도 두 언어의 공존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를 포기하지 못하는 부부가 있다.

이런 부부일수록 서로 간의 갈등을 회피하지 않는다.



남자는 철들면 죽는다


대부분의 부부상담이나 부부교육 세미나에서는 부부 갈등을 다룰 때, 어떻게 하면 갈등을 피할 수 있는가를 가르친다.

그래서 부부가 싸우지 않고 해피하게 잘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런 식으로 부부관계를 접근하면, 부부가 갈등을 잘 피해서 나이스하게 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 가게 되는 것이다.


나는 부부 상담을 맡게 될 경우, 관계회복이 가능한 부부일수록 커플 간에 잘 싸우도록 만든다.

물론 파괴적인 싸움을 피하고, 건설적인 갈등을 겪어 내도록 이끌어간다.


서로가 궁금한 부부는, 서로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기를 원한다.

내가 누구인가가 궁금하고, 배우자가 누구인가를 알아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


내가 어느 대학 부부 상담 프로그램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학생들은 묻는다.


'얼마나 싸워야 하나요?'

.....


부부간에 갈등이 언어적 차이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닫는 부부라면, 그 시점에서 약 5년을 싸우고 나면, 남자는 여자가 무슨 말인지 그때야 조금씩 알아듣게 된다.

그러다가 약 10년을 싸우면 남자는 여자를 깊이 알아가기 <시작>한다.

이제 <시작> 일뿐, 남자가 여자를 더 깊이 알아가기 위해서는 20년, 30년도 부족하다.


그러면, 부부 상담 프로그램 참여 학생이 묻는다.


"왜 그렇게 오래 걸려요?"


이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한다.


"오래 걸릴수록 좋죠. 왜냐하면 남자는 철들면 죽거든요."


말하자면, 한번 싸우기 시작하면 그 싸움은 죽을 때까지 싸우는 싸움이다.

부부간에 깊은 정서적 관계를 포기한 사람들은 이런 싸움을 싸우지 않는다.

그래서 서로 냉랭한 관계로 살아간다.

이런 부부간에는 서로 주고받는 에너지가 없다.

그러나 한번 싸움을 시작한 부부가 싸움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싸울 때마다 생동감이 돌기 때문이다.

싸우지 않는 부부의 가정 분위기는 천국일 수 있고, 싸우는 부부의 가정은 지옥일 수 있다.

그렇지만 천국은 심심한 천국이지만, 지옥은 너무나도 재미있는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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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위에서, 싸운 지 5년에 남자는 여자의 말을 조금 알아듣고, 10년을 싸우면 본격적으로 알아듣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남자가 여자의 말을 조금씩 알아듣기 시작하는 시점이 바로 두 부부가 드디어 '지구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는 시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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