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관계 갈등은 기본이다
두 남녀가 만나 사랑하게 되고,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파트너십이 확인이 되면 결혼을 하게 된다.
연애할 때는 매우 낭만적인 관계였지만, 결혼이라는 관문을 통과하면 어느 순간부터 낭만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서로의 현실적인 모습을 보게 된다.
그동안 낭만의 베일에 싸여 있던 배우자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게 되면서
'내가 잘못된 결혼을 한 것인가?'
하는 의심을 품게 된다.
두 가지 사례를 이야기 해 보겠다.
어떤 커플은 서로에 대해 잘 알고 결혼해야 되겠다 싶어 동거를 시작했다.
동거 3년쯤 했으면, 알 것 다 알지 않았나 싶어 동거 3년째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을 끝내고 혼인신고를 하고나서부터 두 사람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동거를 3년을 했어도 그 기간 중에는 서로에게 약점을 잡히지 않으려고 의식적인 노력이 가능했다.
그러나 결혼식과 혼인신고를 하자마자 그동안 각자의 무의식 안에 잘 숨겨두었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결혼식을 올린 지 6개월만에 이혼했다.
또 어떤 커플은 어릴 때부터 한 동네에 살았던 오랜 친구였다.
고등학교 시절에 서로 연인이 되고 결혼을 약속하는 관계가 되었다.
오랜 세월 가깝게 지내오면서 서로에 대한 장단점도 잘 알고 그에 대해 대처하는 방법도 지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드러나는 시점은 결혼을 하고나서부터였다.
서로의 집안에 대해서도 너무나도 잘 알고, 집안 어른끼리도 너무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에 결혼 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결혼을 하자마자 배우자의 문제점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상대 집안에 대해서도 그동안 알지 못했던 문제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결혼을 하자, 각자가 가지고 있는 무의식 안에 있는 침전물들을 배우자에게 투사하기 시작했고, 각자 집안에 대대로 작동해 온 집단 무의식이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아내가 내게 상담을 요청하여 오랫동안 상담을 진행한 적이 있다.
뇌과학적 입장에서 보면, 갓 결혼 부부가 낭만적 사랑을 이어가기는 하지만 그런 사랑의 형태가 17개월을 넘기지 못한다고 한다.
사랑이 왜 그렇게 짧은가, 더 길게 연장할 수는 없는가 하는 질문이 나올만하다.
카이스트 대학의 김대수 교수의 말에 의하면, 17개월을 넘어가면 에너지 고갈로 죽는다고 한다.
남녀가 만나 결혼하기 위해 낭만적 사랑을 만들어내는 데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했지만, 결혼 후에는 현실이 들어오면서 먼 미래까지 이어져야 하는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낭만적 사랑을 17개월이 되면 멈춰야 하는 것이다.
낭만적 사랑이 멈춘다는 것은, 그동안 낭만적 사랑으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갈등에 기초한 복잡한 관계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혼 생활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절망의 이유가 아니라 성장과 성숙, 개인의 발전의 기회를 가지기 위해서다.
결혼이 종종 갈등으로 특징지어지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남성과 여성 사이의 본질적인 차이 때문이다.
남성은 기본적으로 남성성을 선두인격으로 여성성을 이면인격으로 가지고 있다.
여성은 기본적으로 여성성을 선두인격으로 남성성을 이면인격으로 가지고 있다.
선두인격은 ego의 영역에 있다면, 이면 인격은 무의식에 있다.
이처럼 사람은 누구나 양성적 존재이다.
각자 안에 있는 두 개의 성이 상호 교차하는 부부관계는 서로에게 매력을 주기도 하지만, 그 매력이 어느 순간 갈등으로 이끄는 선봉장이 되기도 한다.
결혼은 결코 즐거움이나 행복만을 보장하는 틀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결혼이란 성이 다른 커플이 각자 내면 안에 내재되어 온 문제들을 안심하고 드러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충돌할 수 있으며, 충분한 갈등의 과정을 겪어내기에 매우 안전한 제도인 것이다.
누구나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거치면서 이성에 대한 나름 이상형의 조건들을 다 가지고 있다.
이상형의 조건이란, 내가 상대방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는 조건들이다.
어떤 사람은 이상형의 조건으로 5가지, 어떤 사람은 10가지를 상정할 수 있다.
이 조건은 상대방의 전체성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연애라는 조건이 성립이 되는 순간, 이상형의 조건들은 쓸모없는 항목들의 나열에 불과하게 된다.
왜냐하면 누군가가 사랑을 하게 될 때는 그 상대방 인격의 전체성을 보고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단 한 가지의 포인트에 매력을 느낀 결과 사랑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런 과정을 소위 '눈에 콩깍지가 씐다'라고 표현한다.
이처럼 '콩깍지'가 씌면 그동안 이상적 조건이라 생각해 온 것들은 상대방을 연인으로 받아들이는 조건으로서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콩깍지가 씌는 과정에서 남성의 내면에서 '아니마'가, 여성의 내면에서 '아니무스'가 작동한다.
남성은 자신의 '아니마'수준에 맞는 여성에게 아니마를 투사하고, 여성은 자신의 '아니무스'수준에 맞는 남성에게 아니무스를 투사한다.
아니마나 아니무스는 일종의 환상이다.
남녀가 눈에 씐 콩깍지 때문에 상대방에게 아니마 아니무스 환상을 뒤집어 씌워서 낭만적 사랑의 형태로 변형되면서 결혼까지 이르게 된다.
그렇게 씐 콩깍지 환상도 2년을 넘기지 못하는 유효기간을 가진다.
그 환상을 오래 유지하고 싶어도 상대방이 보여주는 적나라한 현실 때문에 환상이 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콩깍지가 씌어질 때는 누구나 상대방의 어느 한 부분에 반했을 뿐, 상대방의 전체 인격을 보고 반하는 법이 없다.
연애할 때는 상대방의 어느 한 포인트에 매력을 느끼게 되면서 스스로 상상의 신화를 만들어낸다.
하나의 매력적인 지점에 반해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다 아름답고 좋게 보는 신화가 창조된다.
결혼 후 현실이 들어오는 신호는 연애 시절에 상대방에게 반했던 매력 포인트가 갑자기 갈등의 포인트로 바뀌는 바로 그 시점에서 시작된다.
연애할 때는 상대방에게서 가장 매력적으로 보여 홀딱 반했던 그 부분이 결혼 후 현실감각이 돌아올 때부터는 지속적인 갈등의 원인이 된다.
매력 포인트가 갈등 포인트가 되면서 그것 때문에 자주 싸우게 되고, 심한 경우 바로 그 포인트 때문에 이혼까지 한다.
도대체 왜 이런 조화가 발생하는가?
연애할 때 상대방에게 부분적 포인트에 반한다는 것은 ‘바로 저 사람만이 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구나’라는 메시지를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남성은 말이 어눌하여 선을 보거나 소개팅에 나가도 늘 퇴짜를 맞았다.
남성에게는 최소한 처음 만나 함께 공유하는 시간만큼은 이야기를 끌고 가면서 만나는 여성의 흥미를 끌어가는 능력이 부족했다.
그런데 어떤 소개팅에서는 여성이 오히려 이야기를 흥미롭게 끌고 가고 있었고 그 남성은 그녀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고 맞장구만 잘 쳐 주면 되었다.
그 남성은 이 여성의 언어 구사능력에 절대적인 매력을 느끼면서 연애를 지속할 수 있었고,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결혼 후 3년 째 되면서, 이 남성의 마음 속에는 불만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남성은 자신의 아내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하고야 말았다.
그 남성은
"당신은 말이 너무 많아"
라고 선언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 경우는 연애 시에는 매력 포인트였지만, 결혼 후에는 갈등의 포인트가 된 대표적인 예라고 말할 수 있다.
독자 여러분들도 이런 관점에서 자신의 결혼, 주변 친구들의 결혼을 한번 돌아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