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의 차이(5) 아내의 남성화, 남편의 여성화

이면 인격이 나오는 중년기

중년기, 내면의 이면 인격이 나오다


남성과 여성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얼마나 달랐으면 [금성에서 온 남자, 화성에서 온 여자]라는 제목의 책이 나왔겠는가?

남성과 여성은 왜 그렇게 다를까?

남녀 간에 서로 다름을 알아가야 하는 것이 인생에 주어진 과제이다.

그 과제는 각자 인격발달을 위해 주어진다.

그 과제를 감당하기에 가장 안전한 틀로서 결혼과 가정이라는 제도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독신자라고 해서 인격발달을 위해 배제된 것은 아니다.

혼자서 해 내기에 힘겨울 뿐이다.

부부간이라고 해서 덜 힘겨운 것도 아니다.

이를 위해 부부간에 지옥을 맛보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인격발달은 ‘가장 나답게 살고자’ 하는 욕망과 관련되어 있다.

‘가장 나답게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의 인격을 보다 온전하게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인격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는 위에서 언급한 ‘남성성’과 ‘여성성’이다.

인격 요소라고 하기에 단순해 보이지만, 그 이면 인격과 상호 간의 관계들까지 생각하면 대단히 복잡하다.

남성은 대개 남성성만 가지고 살다가 중년기가 되면서 자신 안에 내재되어 있던 여성성을 만난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그것을 여성성이라 명명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실체를 알지 못한 채 중년을 지나간다. 남성 안에서 여성성이 나오게 되면, 그동안 외향적 가치만 추구해 온 남성성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남성이 그동안 사회적 위치를 확보하는 일과 객관적 세계를 정복하는 등 외적 가치추구에 일념을 보여 왔다면, 자신의 이면에 있던 여성성은 이제 삶의 의미를 들이밀면서 남성의 사회적 면모를 확 끌어내리려 한다.

이때 사람들 앞에서 체면이 확 구겨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것은 그동안 숨어 있던 여성성이 남성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방식이다.

그 결과 꼿꼿하던 외양적 삶이 구겨지기 시작한다. 쫀쫀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술값도 척척 잘 내던 사람이 돈 계산 할 때쯤 어느새 갑자기 화장실을 간다거나 구두끈을 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여성성이 남성의 외양을 구겨 놓는 것이다.

여성 역시 중년이 되면서 자신이 예전과 달리 살아가는 방식이 확확 변해 가는 것을 느낀다.

여성 안에서 오랫동안 숨어있던 남성성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오랜 ‘경단녀’가 유능한 영업사원이 된다거나, 사업에 뛰어 들어서 생각지도 못했던 사업경영 능력이 튀어나와 성공신화를 이루어내기도 한다. 이런 것이 여성 안에 있는 남성성이 하는 역할이다.

그런 변화는 가족 구조를 바꿔 놓기도 한다. 그동안 남편 중심으로 몰려 있던 권력이 아내 중심으로 넘어가기 시작한다.

그동안 남편이 가정 내에서 견고하게 유지해 오던 자신의 위치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어느 순간 자신이 가정의 한 변방에 밀려나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이런 권력 구조의 변화를 1997년에 있었던 IMF사태 때 뼈를 깎는 아픔으로 지켜봤다.

수많은 남편들이 직장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쫓겨나 순식간에 노숙자로 전락했던 일들이 자녀들 앞에서 순식간에 벌어졌다.

남성들은 가족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봉사해 왔을 뿐인데 왜 이런 대접 밖에 받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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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화된 남편 vs 남성화된 아내

남성은 그동안 사회적 가치, 페르소나(사회적 가면)가 주는 ‘가치’의 단맛에 빠져 객관적 세계를 정복해 나가는 데에 바빴다.

그래서 삶의 중요한 ‘의미’들을 놓치고 말았다.

그러는 중에 중년기를 맞이하면서 생전 안 하던 짓을 한다.

갑자기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에 들어가 요리를 하질 않나, 설거지하질 않나 청소까지 하겠단다. 이때 아내는 화가 난다.

요리 같지도 않은 요리로 아내의 입맛을 구겨놓고, 설거지하면서 꼭, 행주가 더럽네, 칼이 왜 제자리에 안 꽂혀 있네, 세제가 다 떨어져 가네 하며 온갖 짜증을 다 낸다.

남편이 뭘 해도 마음에 안 드는 아내는 드디어 한마디 한다.


“조용히 자기 일처럼 할 게 아니면 손대지 마!”


위기의식을 갖게 된 남편은 생전 집일에 신경 안 쓰다가 드디어 집안일에 나섰는데, 제대로 하는 게 없어 아내는 잔소리만 늘어난다.

남편은 짜증이 많아지고 아내는 잔소리가 많아진다.

남편이 내는 짜증은 남자답지 못해서 나오는 여성화된 짜증이고, 여자의 잔소리는 여자답지 못해서 나오는 남성화된 잔소리이다.

중년기의 비극은 가정 내에서 이렇게 시작된다. 남성은 여성화되고 여성은 남성화되는 것이다.

왜 남성은 여성화되고, 여성은 남성화되는가? 남편이 볼 때 아내가 여자답지 못해서 ‘나라도 여성적 역할을 해야 하겠다.’ 싶어 여성화되었다.

아내는 그 반대로 ‘남성이 남성답지 못해 나라도 남성적 역할을 해야 하겠다.’ 하여 남성화되었다.

부부관계가 이렇게 진행되면 역기능적으로 영원히 서로를 마음으로 만나지 못한 채 한 지붕 두 가족처럼 살아가게 된다.

그 결과 죽을 때는 서로 원수가 되어 죽는다.

그런 관계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남성은 아내의 여성성을 받아들여 철이 들어야 하고, 여성은 남편에게 자신의 고유한 감정을 ‘지금-여기’의 형태로 그때그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남성의 철들기 vs 여성의 감정 찾기


남자들 사이에 유명한 격언이 있다.


‘남자는 철들면 죽는다.’


그렇다. 남자가 철이 들 때가 되면 죽을 때가 가까운 것이다.

개중에는 죽기 싫어서 철들기 싫어하는 남자도 있고, 철 안 들어도 좋으니 오래만 살아달라는 여자도 있다.

가끔은 바꿔서 말해도 되는 경우가 있다.


‘남자가 철들면 죽을 때가 된 것이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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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남자는 나이 75세가 되어서 평생 안 하던 짓을 한다. 갑자기 안 하던 설거지를 하고 집 안 청소를 하고, 화장실 청소를 할 뿐 아니라 아내와는 생전 스킨 쉽도 없다가 갑자기 친밀하게 다가온다.

평소에 짜증과 분노로 가득 차 있던 얼굴에 미소가 돌고 언행이 달라진다.

평생 술독에서 살던 사람이 갑자기 술도 끊어 버렸다.

그 남자는 이렇게 살기를 보름 정도 하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죽기 전이라도 철들어야만 했던 남자의 무의식적 소망을 이루어 낸 것이다.

아무리 거칠고 투박한 남자라도 철들기를 소망하지만 남자는 이 경우와 같이 죽기 전이 아니면 절대 혼자 스스로 철들 수 없다.

사회적 지위가 상당하고 학문이 높으며, 사회적 덕성을 갖춘 인격을 가졌다 해도 남성이 철든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다.

남성들이 가치 중심으로 소중하게 키워 온 그 모든 것들은 자신의 ‘페르소나’, 즉 ‘사회적 가면’에 불과한 것이다.

대부분 남자가 가지고 있는 큰 착각이 바로 자신의 페르소나가 자신의 인격인 줄 아는 것이다.

중년기가 되면 남자의 이러한 페르소나를 끌어내리는 것이 바로 자신 안의 여성성이요, 현실에서는 자신과 살을 맞대고 지내는 아내이다.

여성이 중년기가 되면서 그동안 참고 지내는 것을 ‘내조’라 여겼던 아내가 서서히 반기를 들기 시작한다.

여성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몸에 무의식의 형태로 기록되어 있던 상처들이 신경세포를 따라 몸에서 반란을 일으킨다.

여성은 그동안 참고 억압해 왔던 기억들이 솔~솔~솔~ 올라오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그러면서 여성은 오랫동안 장롱 속에 처박아 두었던 감정을 되찾아 오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가정의 평화를 위해 감정은 억압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이제는 감정 그 자체를 찾고자 한다.

이것이 중년기이다. 감정은 곧 여성성이다. 그것은 ‘here and now(지금-여기)’로서의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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