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자기(8) : 거짓 자기의 승화

배우의 좋은 연기는 거짓 자기의 승화


탐구자 : 그렇다면 배우들은 자신의 연기 자체가 거짓 자기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요? 그들은 연기를 통해 자신의 참자기를 드러내지는 못하는 걸까요?


분석가 : 배우들은 오히려 연기 자체에 깊이 몰두하면서 참자기를 드러내는 중에, ‘거짓 자기의 승화’( )가 일어납니다. 선한 역할을 하는 동안 자기 안에 있는 선함을 끄집어내어 그 역할 안에서 선한 본성을 드러내게 되고, 악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자신 안에 있는 악의 본성을 드러내면서 참자기를 승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가 있게 되죠.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서 살인, 폭행, 납치 등을 밥 먹듯 하는 사이코패스 역 한 최민식의 연기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죠. 영화를 끝낸 후에 최민식은 일상에서 극 중 연기를 떠올리는 상황을 만나는 순간 그 연기로 인해 피폐해진 내면을 직면하게 된다는 에피소드를 남깁니다. (유튜브 : “최민식이 ‘살인자’ 연기를 한 뒤 겪었다는 후유증”) 연기만 하면 그 자체가 거짓자기이지만, 연기에 몰입을 하면 참자기가 나와서 함께 참여를 하게 되기 때문에 좋은 연기는 거짓 자기의 승화의 결과입니다. 그래서 연기자가 잔인한 연기를 한 후에는 정신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 있습니다.


탐구자 : 히스 레저(Heath Ledger)가 ‘Dark Knight’에서 조커 역할에 너무 심취하여 우울증에 걸려 자살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공식 발표에 의하면 의사의 잘못된 처방으로 인한 약물 오용이 사인이라고 밝혀졌잖아요(출처: 나무 위키).


분석가 : 일단 공식 발표를 믿어야죠. 그리고 보험회사에서도 처음에는 자살로 판단하여 보험금 부지급 결정을 했다가 나중에 지급결정을 하여 히스 레저의 3세의 딸에게 상속케 한 것을 보면 자살은 아닌 것이 확실합니다. 그 발표를 다 믿어도 확실한 사실이 남습니다. 최민식은 히스 레저보다 더 악한 역할을 하고도 지금 살아있고, 히스 레저는 죽었다는 사실이죠. 두 사람은 각자의 악역에 감정이입하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을 했습니다. 최민식은 사람과 똑같은 모양의 인형을 구입해서 5개월 동안 칼로 찌르는 연기를 습득했고, 히스 레저는 배트맨 원작 만화를 쌓아 놓고, 조커의 심정에서 일기를 쓰고, 자학을 하면서 극 중 인물과 동화되려고 했습니다. 그 결과 그들은 악역을 몸에 붙여 역할을 함으로써 자신 안에 악을 드러내게 된 것이죠. 이 악은 내면의 심연 깊은 곳에 잠재해 있는 인간의 근본악의 형태로 잠재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이 잘못 풀려서 무의식을 뚫고 의식에 침투해 들어오면 끔찍한 불안을 겪을 수 있습니다.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 영국사회학자)가 말했듯이, 유아기 때 따뜻한 어머니의 품을 통해 괄호를 쳐 놓았던 불안이 괄호를 풀고 올라오는 것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죽은 사람에 대해서는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는 없지만, 최민식이 그런 잔인한 살인마로 감정 이입된 연기를 하고도 그 후유증을 견뎌 냈다는 것은 그야말로 ‘거짓 자기의 승화’의 모범 사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나는 <악마를 보았다>의 영화 속에서 개인적으로 염려가 되는 사람은 주인공에게 강간당하고 살해당하는 역할을 한 여고생 역할을 한 사람입니다. 그 배우는 청소년의 나이에 그 역할을 하면서 마음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떠안게 되었을까가 염려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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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자기의 긍정적 측면


탐구자 : 거짓 자기에 대해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질문은 ‘거짓자기라고 해서 무조건 나쁘기만 한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분석가 : 거짓 자기는 참자기의 파생적 결과이기 때문에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거짓자기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니, 곧바로 참자기를 보호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만일 사람이 참자기로 살지 못하면서 거짓 자기 조차 만들어낼 수 없다면, 참자기가 직접적으로 침범을 당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치유라는 것은 거짓 자기를 벗겨내고 참자기를 드러내는 것인데, 만일 참자기를 방어하는 거짓자기라는 것이 없어서 참자기가 침범을 당하면 상처받은 참자기를 치유하기란 힘든 일이 됩니다. 위니캇이 말하는 거짓자기라고 해서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닙니다. 거짓 자기는 참자기를 감춰주거나 참자기를 가지고 현실을 잘 살아갈 수 있는 방편을 찾아주는 좋은 측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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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자 : 사회적인 페르소나도 긍정적인 거짓 자기의 기능이라 할 수 있겠죠?


분석가 : 물론입니다. 위니캇이 말하는 건강한 사람이란 거짓 자기를 적절하게 사용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탐구자 : 사람들 중에는 소위 인사 중에 오가는 빈말, 형식적인 예절 등은 거짓이고 위선이라고 하여 꺼리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분석가 : 사회적 예절을 적절하게 지키는 것이 거짓 자기를 가지고 타협할 줄 아는 건강한 사람의 기본적인 덕목입니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 사이에도 기본적인 예절이 필요합니다. 사회적 관계를 맺어야 하는 사람은 때와 상황에 맞는 거짓 자기를 사용하는 것이 건강한 것입니다. 외교관은 상대 국가 정치인들에게 매우 두터운 거짓 자기로 무장할 수 있어야 자국을 위해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탐구자 : 원숭이도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힘 있는 원숭이의 털을 고르는 일을 하는 것은 바로 거짓 자기를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군요.


분석가 : 동물들도 사람이나 다를 바가 없나 봅니다. 군집을 이루어서 사는 동물들조차도 거짓 자기를 사용할 줄 알아야 생존이 가능해지고, 그렇게 함으로써 참자기를 보호할 수 있게 되는 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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