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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출적 내사(1), '생각을 빼앗기고 싶지 않아요.'

투사적 동일시

추출적 내사


생각을 빼앗음

추출적 내사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을 가지고 있지만, 그 내용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렇지만 그 양태는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여기서는 두 가지만 이야기하겠다.


첫째, 뭔가 생각을 빼앗겨 버린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 가족이 식탁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 중에 아들이 가지요리를 먹고자 젓가락을 옮기려는 순간, 엄마가


"이 가지요리, 내가 맛있게 만든 거다. 한번 먹어봐라"


라고 말하자 먹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그 요리에는 손도 대지 않게 되었다.

엄마의 그 한 마디가 아들의 생각을 빼앗아 가 버린 것이다.

추출적 내사가 일어난 것이다.


비밀을 지키고 싶음

둘째, 내 정보를 빼앗기고 싶지 않은 비밀을 지키고 싶어 하는 형태의 추출적 내사이다.

어떤 학생은 시험칠 때마다 아예 모르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면서 답을 잘 맞혀가다가, 뻔히 다 아는 문제에서 엉뚱한 답을 써게 되면서 오답을 낸다.

왜냐하면, 내가 정답을 적는 순간 나의 정보가 내 안에서 빠져나가 뭔가 빼앗기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런 학생은 큰 시험일 수록 뻔한 문제에 오답을 내는 경우가 잦아진다.

학교 내 시험이면 덜 하지만, 전국모의고사, 학력고사 등과 같은 큰 시험에서 크게 망치고 만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학교 단위로 빠져나가는 것과 전국적으로 빠져나가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에둘러 길게 이야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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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청년 내담자 중에는 한 세션 내내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에둘러한다.

사실적인 이야기보다는 환상에 가까운 이야기를 매우 진지하게 한다.

한 시간 동안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면 나는 머리가 멍해진다.

그 환상적인 이야기 속에서 사실적인 부분을 추출해 내어서 그에게 제시해 주면 흠짓 하며 놀랜다.

상담의 횟수가 거듭될수록 환상적인 이야기 중에 사실적인 내용이 조금씩 늘어난다.

이 청년은 왜 이러는가 하면,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내놓으면, 자신의 중요한 정보를 빼앗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단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을 둘러 둘러 길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는 상담자가 자신한테서 정보를 빼내어서 뭔가 다른 곳에 사용할 것이라는 의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 청년은 뭔가를 '빼앗긴다'는 개념에 긴장하고 있었다.

그의 추출적 내사는, 뭔가 빼앗길까 봐 아무것도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대학생이 되어도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이유가, 친해지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정보를 넘겨주게 되고, 결과적으로 자신은 중요한 것을 빼앗길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나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간 아버지

심지어 자신은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엄마를 빼앗겼다고 생각했다.

그는 도무지 결혼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없는데, 나는 그 이유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는, 자신이 결혼하면, 내 아내까지 아버지에게 빼앗기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실제로 아버지에게 중요한 것을 빼앗긴 적이 있다.

아버지는 대기업에서 중견간부를 하고 있지만, 부업으로 주식투자에 전념하고 있었다.

여러 친척들, 친구들이 아버지에게 목돈을 맡겨 주식투자로 돈을 불려 달라는 부탁을 받아 투자 자문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는 아버지의 요청대로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매달 아버지에게 보내어 주식투자 금액을 늘리는 데에 일조를 하였다.

그렇지만 한 번도 그 투자 이익을 분배받은 적이 없었고, 원금을 돌려받은 적이 없었다.

그는 아버지에게 감히 자신의 돈을 돌려달라고 요청해 본 적도 없고, 돌려받을 생각도 없다.

그냥 아버지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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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관련된 이야기는 이 청년이 이러한 추출적 내사가 일상적 사고에서 왜 고착화가 되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의 추출적 내사 사고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많이 빼앗겼고, 아버지는 되돌려주겠다는 약속을 한 적이 없고, 한 번도 돌려준 적이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어릴 때 설날이 되어 할아버지, 작은 아버지, 이웃 친척집을 순회하면서 거둬들인 세뱃돈은 아마도 아버지의 주식투자금액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그렇게 하고도 아버지에게 되돌려 받을 생각을 해 본 적 조차 없었던 것도 빼앗김에 대한 피해의식을 제대로 주장으로 또는 감정으로 표현하지 못한 결과일 수 있다.



아버지의 생각대로 생각하기

이 청년은 결과적으로 사람들과 어떤 관계도 맺을 수 없는 결과가 되어 버렸다.

아들에게 있어 아버지는 세상을 대표하며, 사회적 역할을 배우는 대상이다.

아버지에 대한 불신, 아버지의 경제적 탈취는 아이에게 추출적 내사 사고를 고정관념화 시켜 버렸다.


거기다가 아버지의 생각 밖으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하루는 아버지가 이 아들에게 주식 투자 연습을 시킨답시고 200만 원을 맡겼다.

그리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무슨 회사 주식을 사라고 지시를 했다.

그 주식을 팔 시점이 되면, 아들에게 팔라고 지시한다.


아들이 스스로 판단하여 사고팔고를 하고 싶지만, 그것은 아버지에 대한 불효라고 생각하고 또한 인간적인 배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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