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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출적 내사(2), 변화 발달이 싫어요

피터팬 증후군

정신분석학자 Thomas Ogden은 투사적 동일시를 설명하면서, 환자인 Mr. G에 대해 언급하다.

만성적인 정신분열증 환자인 Mr. G는 경계선 장애, 자기애적 장애를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심각한 정신증에 해당하는 정신병적 대상부전 (psychotic decompensation)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 증상은 정신적인 붕괴현상이 나타나면서, 급격한 정신적 변화와 조절장애 등을 동반한다.

이러한 증상에는 환각, 망상, 인식 장애 혼란, 감정의 변화 등이 포함된다.

이 경우, 누군가가 자신을 추적하거나 공격하고 있다고 믿을 수 있으며, 현실감을 상실하고, 불안, 공포, 혼란 등의 감정적인 불안정성을 경험할 수 있다.

그는 몸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해 몸이 느릿하거나 빠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다.

여러 면에서 중증적인 증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심리 치료사에게 일주일에 4회 분석상담을 받았지만, 치료사로서는 아무런 발달이나 변화를 감지할 수 없었다.

치료사가 Mr. G의 증상에 대한 해석을 해 줄 때 그는 더욱 난감해했다.

정신분열증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정신병적 대상부전으로 나타나게 된 것은, 바로 치료사의 해석 때문이었다.

Mr. G는 '나는 치료사에게 밝힐 수 없는 많은 비밀을 가지고 있다'라고 공언하면서 자신의 비밀을 스스로 잘 지킬 수 있도록 치료사가 협조해 주기를 바랐다.

Mr. G는 변화나 성장에 대한 관심이 없고 발달해서는 안되었다.

그는 비밀을 유지하면서 변화를 거부함으로써 안정감을 누리고자 했다.

그는 심리치료를 받으러 치료사를 찾으러 왔지만, 심리치료에 대한 강한 저항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치료사는 자신이 환자를 치료하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무력감과 패배감, 좌절감, 그리고 모욕감까지 느끼면서 심리치료사로서 정체성이 흔들렸다.


Mr. G는 과연 왜 그러는 걸까?

그는 자신의 Self가 흔들릴까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Self 중에서도 동일성이 흔들리면 안 되었다.


Self(자기)의 두 요소 : 동일성과 자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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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에는 자아(ego)와 자기(self)를 중심 인격 요소로 가지고 있다.

자아는 현실에서 내가 아는 나라면, 자기는 내가 알지 못하는 나이다.

자아가 나의 주체일 수는 있지만, 나라는 사람의 주인은 바로 '자기'이다.

'자기'를 제외하고 나의 인격을 논할 수는 없다.

자기에 대해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프랑스 현대 철학자 폴 리쾨르(Paul Ricoeur)이다.


폴 리쾨르(Paul Ricoeur)의 자기(self)에 대한 이론은 인간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그는 자기를 설명하기 위해 두 가지 주요 개념인 동일성(sameness)과 자기도(selfhood)를 제시하였였다. 이 두 개념은 자아의 정체성과 변화, 그리고 자아의 지속성에 대한 심도 있는 탐구를 가능하게 합니다.


1. 동일성(Sameness)

동일성은 자아의 변하지 않는 측면을 나타낸다.

이는 개인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동일한 인물로 인식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사람을 어릴 때와 성인이 되었을 때 동일한 인물로 인식하는 것은 그 사람이 가진 동일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동일성은 주로 외부에서 관찰 가능한 정체성 요소들과 관련이 있다.

여기에는 이름, 신분, 사회적 역할, 법적 지위 등이 포함된다.

즉, 동일성은 한 개인이 사회나 법적 시스템 내에서 일관되게 식별될 수 있도록 하는 요소들로 구성된다.


동일성이란, 시간의 변화, 외모의 변화에 관계없이 유아기의 나, 아동기의 나, 청년기의 나, 노년기의 나는 동일한 나임을 나타낸다.

사람은 동일성이 확보된 다음에 자기성(selfhood)을 전개해 나간다.


2. 자기성(Selfhood)

자기성은 자아의 독특하고 주관적인 측면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이는 동일성과 달리 변할 수 있는, 그리고 변화하는 자아의 측면을 강조한다.

리쾨르에 따르면, 자기성은 개인의 삶의 이야기(narrative)를 통해 형성된다.

사람은 자신의 삶을 하나의 이야기로 해석하고, 과거의 경험, 현재의 상태, 그리고 미래의 목표를 통합하여 자기 자신을 이해한다.

이 과정에서 자아는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다.


자기성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자아의 측면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할 때나, 새로운 경험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변화할 때, 자기성은 그에 맞춰 재구성한다.

이처럼 자기도는 개인의 내면적 경험, 자아 성찰, 그리고 주체적인 자기 이해를 통해 변화하는 자아를 나타낸다.



3. 동일성과 자기성의 관계

리쾨르는 동일성과 자기성 사이의 관계를 통해 자아를 이해하려 했다.

동일성은 자아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요소로 작용하며, 자기도는 자아의 변화 가능성을 나타낸다.

이 두 가지 요소는 서로 긴장 관계에 있으면서도 동시에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자아는 동일성이라는 지속성을 통해 시간 속에서 "동일한" 존재로 남아 있지만, 자기성이라는 변화를 통해 끊임없이 재구성된다.

리쾨르에 따르면, 자아는 단순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이야기와 해석을 통해 지속적으로 형성되고 발전하는 존재이다.

따라서 자아는 시간 속에서 불변의 실체로 존재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로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리쾨르의 자기 이론은 인간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인간의 정체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삶의 경험과 해석을 통해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이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아를 형성하는 데 있어 중요한 철학적 기초를 제공한다.


정신분석적 차원에서 보면, 동일성은 유아기 첫 1년에서 3년 사이에 'I am(나는 있다)'의 형태로 확보하고, 3세 이후 자아의 발달에 따라 자기성이 'I am A.'의 형태로 끊임없이 발전해 간다.


이렇게 볼 때 Mr. G는 동일성이 형성되는 생애 첫 1년에 I am을 확보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그 결과 정신병적 대상부전의 상태로 퇴행하였지만, 그나마 확보된 동일성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Mr. G는 겨우 담아내고 있는 동일성이 흔들리면 안 되기 때문에 인격의 발달이나 발달을 가져다주는 해석이나 치료적 요소가 들어오면 안 되었던 것이다.


발달을 멈춘 초6 남자아이(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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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M)는 상담을 와서 상담자와 보드 게임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하루는 그의 어머니가 찾아와서 상담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는데 왜 아무런 변화가 없는지를 따졌다.

상담자는 예전부터 아이가 변화하지 않는 것은, 먼저 부모가 변화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발달을 멈춘 것이라고 해석해 주었다.

어머니는 계속해서 상담자의 무능을 비난하였고, 상담자는 크게 흔들리고 말았다.

상담자로서 정체성이 흔들린 것이다.


투사적 동일시

Mr. G와 치료사 사이에서, 그리고 M과 치료사 사이에는 투사적 동일시가 일어나고 있었다.

두 치료사는 상담을 통해 발달 또는 변화하게 되어 있지만, 두 내담자 안에 있는 치료사는 발달을 멈추었다.

두 내담자는 자신의 치료사를 그냥 내 버려두고 있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치료사를 자신의 내면 안에 가둬 꽁꽁 묶어 버렸다.

그리하여 두 치료사는 상담사로서 정체성이 흔들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환자의 내면에 갇힌 두 치료사는 치료사로서 패배감과 무력감, 상실감, 수치심을 느끼게 되면서 '내가 치료사로서 자격이 있는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환자의 발달과 치료사의 정체성 회복

Mr. G의 치료사는 환자의 비밀을 지켜 줌으로써, 즉 해석을 해 주지 않고 치료나 발달을 위한 목표를 포기함으로써 치료사로서 정체성을 회복해 가기 시작했다.

어느 날, Mr. G는 휴학 중인 대학 복학절차상 제출해야 하는 양식을 가져와서 치료사의 승인란에 사인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치료사는 못 이기는 척하며 승인 사인을 했다.

Mr. G는 치료사의 보증으로 자신의 비밀을 잘 유지함으로써 동일성이 흔들리지 않게 되었고, 동일성이 확고해지면서 휴학의 상태를 멈추고 복학을 하기로 스스로 결정한 것이다.

여기서 그는 발달이 일어났으며, 그의 변화에 대해 치료사가 승인 사인을 해 줌으로써 동일성이 확고해졌을 뿐 아니라, 이제 대학에 복학하여 자기성을 펼쳐 나갈 준비를 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례는 초6인 M과 치료사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M은 지금 상담실에 와서 발달을 위한, 또는 치료를 위한 아무런 행위도 하지 않은 채, 자라기를 포기했지만 이제 몇 달 후면 중학교에 입학을 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발달과정을 남겨두고 있다.

M의 치료사는 M과 그의 부모 안에서 멈춘 발달의 투사적 동일시를 감당해냄으로써 치료사로서 정체성의 위를 맞이하고 있지만, 그의 정체성 혼란은 M이 중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는 절차 안에서 정리가 되어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치료사는 정체성 혼란을 자신의 고유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환자 또는 환자 부모의 투사적 동일시의 결과라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치료사나 M은 M이 중학교 입학 할 때까지 현재의 무발달 상태를 잘 견뎌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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