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유혹하는 한수 v선악과를 먹은 선자

에덴동산의 재연

소설 [파친코]에서 유부남인 한수가 처녀인 순자를 유혹하고 임신시킨 후에야 자신이 유부남임을 고백하는 장면이 나온다.

한수는 순자를 유혹하고 그녀에게 결혼의 약속을 하지 않은 채 임신시킨 후 자신의 유부남 신분을 나중에서야 고백한다.

이 장면에서 한수는 마치 하와를 유혹하는 에덴동산의 뱀처럼 행동하며, 순자는 이 상황에서 ‘선악과’를 먹은 하와의 상징적 역할을 맡는다.

한수는 조선시대 양반들처럼 순자를 첩으로 삼는 정도로 생각했고, 순자는 순진한 처녀로서 한수와 결혼을 상상해 왔다.

한수의 고백을 듣는 순간, 순자는 눈이 밝아져 자신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게 된다.


유혹과 순수함의 상실


창세기에서 뱀은 하와에게 혀를 현란하게 놀려 선악과를 먹도록 유혹하여, 그녀가 순수함과 무지의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만든다.

이와 유사하게 한수는 자신의 매력과 능력을 통해 순진한 순자를 유혹한다.

한수는 에덴동산의 뱀처럼 매우 간악한 인간이었다.


순자는 한수를 통해 자신이 몰랐던 세상의 한 부분을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그녀가 지녔던 순수함과 어린 시절의 꿈들은 산산이 부서진다.

그녀는 한수와의 관계에서 사랑과 결혼에 대한 꿈을 꾸며, 전통적인 결혼을 상상하지만, 현실은 그녀의 기대와 완전히 달랐다.

한수는 그녀를 사랑하긴 하지만, 자신이 유부남임을 알리지 않은 채 그녀를 ‘첩’ 정도로만 생각한다.

이는 조선시대 양반들의 사고방식과 맞닿아 있으며, 한수는 자신이 가진 권력과 위치를 이용해 관계를 주도한다.


순자, 현실의 깨달음과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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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가 한수와의 관계를 통해 깨닫게 되는 것은 단순히 한 남자의 배신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인간관계의 복잡함과 냉혹함이라는 삶의 본질이다.

마치 성경에서 하와가 선악과를 먹고 눈이 밝아져서 선과 악을 분별하게 된 것처럼, 순자는 한수와의 관계에서 자신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현실의 본질과 잔인함을 마주하게 된다.


순자는 처음에 한수와의 관계를 사랑과 결혼으로 이어질 이상적인 관계로 꿈꿨다.

그녀의 순수한 마음은 한수의 유혹과 애정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그와의 미래를 상상하게 만들었죠. 하지만 한수가 이미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그 꿈은 산산조각 난다.

그녀가 기대했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으며, 그동안 믿어왔던 결혼에 대한 이상도 깨지고 말았다.


이러한 충격적인 깨달음은 순자의 내면에 깊은 변화를 일으킨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순진한 소녀가 아니며, 세상이 얼마나 잔혹하고 속임수로 가득 차 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그녀가 이제 마주한 것은, 인간관계가 항상 순수한 사랑과 신뢰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며, 때로는 배신과 기만이 삶의 일부라는 것이다.

이때부터 순자는 스스로의 내면에서 변모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현실을 마주하고, 삶의 복잡함을 받아들이는 ‘성숙한 여성’으로 변모한다.


순자가 한수에게 배신당한 경험은 그녀의 삶에서 단순한 사건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녀는 한수에게서 오는 감정적 상처를 단순히 견디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삶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삼는다.

이 배신을 통해 순자는 단순히 상처받고 고통스러운 경험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는 그 경험을 발판으로 삼아 자신이 책임져야 할 것들, 특히 자신의 아이를 책임지고 키우는 결단을 내리게 된다.


이는 하와가 선악과를 먹은 후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이해가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처럼, 순자도 한수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재발견하고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단계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세상에 순응하는 순진한 소녀가 아닌,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는 강인한 여성으로 변모한다.

한수와의 관계가 파괴되고, 그가 그녀를 첩으로만 보려 했던 것과는 달리, 순자는 그 관계를 뛰어넘어 자신만의 삶을 개척하려는 결의를 다지게 된 것이다.


순자는 한수의 유혹에 의해 일순간 넘어가며 스스로도 모르게 배신과 속임수의 희생양이 되었다.

하지만 이 경험은 그녀에게 중요한 가르침을 남긴다.

순진했던 과거의 자신을 떠나, 자신의 아이를 책임지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는 결론을 얻게 된 것이다.

이 전환점은 순자가 더 이상 남성의 지배 아래에 있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독립적으로 주도해 나가는 계기가 된다.


그녀는 이제 자신이 단순히 한수의 첩으로 남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의 주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강인한 어머니로서의 삶을 선택한다.

그녀가 한수의 배신을 이겨내고 아이를 책임지며 살아가는 것은, 그저 한 남자의 상처를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이제껏 자신이 꿈꿨던 이상에서 벗어나 현실의 무게를 받아들이며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한수와의 관계는 순자의 삶에서 중요한 갈등이었지만, 그것은 그녀가 한 차원 높은 성숙함에 도달하게 만드는 계기였다.

한수와의 관계가 끝나고 난 후에도, 그녀는 자신의 아이를 양육하고 보호하며, 세상의 냉혹함 속에서 스스로를 지켜 나가는 강인한 여성이 된다.

결국, 순자의 성숙과 변화는 그녀가 한수와의 관계를 통해 잃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깨달음과 가치를 얻게 된 순간을 상징한다.


순자, 도덕적 이성과 여성적 감정의 충돌


DALL·E 2024-09-09 00.35.34 - In the Garden of Eden, the scene shows Eve standing under the Tree of Knowledge. Eve has bright, curious eyes, filled with a mix of innocence and temp.jpeg

뱀이 하와를 유혹할 때는 단순한 호기심과 무지를 이용해 그녀를 선악과를 먹도록 이끈다.

이와 비슷하게, 한수는 자신의 지위와 자본을 이용해 순자의 삶에 침투한다.

한수는 자신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며 순자와의 관계를 관리하려 한다.

하지만 순자는 이러한 권력 구조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결정을 내리고, 결국 한수의 존재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선택한다.


순자는 한수의 유혹과 배신을 경험하면서 그녀의 내면에서 도덕적 이성과 감정 사이에 갈등을 겪는다.

하와가 선악과를 먹은 후 처음으로 부끄러움을 느끼고, 자신과 아담의 벌거벗음을 인식하는 것처럼, 순자도 한수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배신과 충격을 통해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도덕적 경계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게 된다.

이때 그녀는 단순한 ‘연인’이나 ‘첩’의 위치를 넘어서, 자신의 주체성을 찾아가는 여성으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한수가 제시한 세상과는 다른 길을 선택함으로써, 그녀는 자신만의 윤리적 기준을 세우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강한 여성이 되어간다.


[파친코] 전체적 맥락에서 본 두 사람의 관계


파친코의 중심 주제 중 하나는 세대 간의 생존과 희망이다.

순자와 한수의 관계는 단순한 개인적 비극을 넘어서, 당대 조선인들의 삶과 일본 사회 속에서의 생존 투쟁을 상징한다.

한수는 일본 사회에서 성공한 인물로서 외적으로는 성공했지만, 내적으로는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과 가정의 복잡함을 끌어안고 있다.

그는 순자를 유혹하면서도 자신의 삶에서 완전히 책임을 지지 않으며, 이는 당시 식민지 조선인들의 불안정한 삶과 맞닿아 있다.

반면, 순자는 이 관계를 통해 현실을 직시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강해진다.


결국, 순자는 자신의 아이를 키우고 일본에서 힘겹게 살아가면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가족을 지키며 살아가는 길을 택한다.

그녀의 성장은 한수와의 관계를 통해 일어난 성숙과 깨달음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는 마치 하와가 선악과를 먹고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 것과 같은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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