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억압의 결과로써 백일몽을 그린 두 영화
사춘기 여성과 중년기 여성들 중 성에 대한 무관심은 종종 관찰된다.
그러나 성적 무관심은 그저 무관심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복잡한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최근에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 사이에서도 성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결혼 후, 아기가 태어난 시점부터 남편들이 아내와의 성관계를 시도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마치 성관계를 오직 아기를 낳기 위한 수단으로만 인식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두드러지고 있다.
한 여성은 아기를 낳은 후 남편이 성적으로 접근하지 않아, 먼저 결혼한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는데, 친구들의 남편들 역시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많은 여성들이 성에 무관심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성적인 욕망은 억제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억압된 성적 에너지는 다른 방식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히스테리에서 성적 요소가 중요한 심리적 요인임을 보여준다.
성적 욕구가 과도하게 억압되면, 그 욕망은 백일몽과 같은 형태로 무의식에서 발현되어 정신생활을 대신하게 된다.
이 글의 (1) 편에서 나는 프로이트의 [히스테리 연구] 사례 중 안나 오의 백일몽을 언급한 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백일몽(daydreaming)이란 현실에서 충족되지 않은 욕구나 소망을 상상 속에서 이루며 심리적 만족을 얻는 무의식적 활동을 말한다.
프로이트의 관점에서 백일몽은 무의식의 욕망을 잠시나마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일어나며, 현실에서 얻지 못하는 것들을 상상 속에서 성취하여 불안을 줄이고 심리적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히스테리적 환상과 대비되는 점은 백일몽이 특정 심리적 갈등이나 트라우마를 드러내기보다는, 그런 트라우마와 단절된 형태로서 단순한 소망 충족을 나타내며 자아를 보호하려는 심리적 도피라는 점이다.
히스테리 증상으로 성적 영역이 억압된 결과 그 영역에 백일몽이 들어온다.
백일몽이 들어올 때, 억압된 충동은 바로 성적 환상영역을 억압된 결과로써 전환 히스테리가 나타나고, 신체는 여러 가지 증상으로 고통을 받게 되지만, 백일몽의 영역은 각자가 바라는 창조적인 모양으로 승화된다.
해리포터 시리즈 역시 여러 인물 간의 긴밀한 상호작용과 갈등이 넘치지만, 이러한 관계 속에 성적 요소가 드러나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를 백일몽과 억압된 욕망의 관점에서 본다면, 해리포터 세계 역시 현실의 성적 욕구를 억제하면서 성취되는 이상화된 환상의 공간이라 볼 수 있다.
주인공들과 관계하는 인물들은 이러한 억압된 욕망이 대리적 형태로 만족되도록 상상 속 모험과 우정, 마법을 통해 정신적 충족을 경험한다.
이는 일상적 성적 긴장을 다루지 않는 대신, 그 자리를 대체적 성취와 흥미로운 상상력으로 채우는 백일몽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현실과의 일종의 간극을 유지하는 이 세계 속에서 캐릭터들은 자신의 욕구나 갈등을 성적 표현보다는 모험, 정의, 우정으로 해결해 나가며, 이를 통해 무의식적 소망을 만족시킨다.
히스테리적 환상의 반대적 측면으로서 백일몽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백일몽은 성적인 억압이 두드러진 상상영역임을 짐작케 한다.
여성의 경우는, 남성성을 인격화시켜서 창조적으로 승화하든지, 또는 <해리포터> 작가처럼 자신의 여성성의 자라지 못한 유아적 환상을 창조적으로 사용을 하게 된다.(그렇다고 해서 작가의 정서적 상태가 히스테리적 환상에 의한 백일몽의 상태라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남자의 경우는, 남성성을 빼앗긴 결과,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섬세한 여성성을 사용해서 발명가, 예술가로서 창조적으로 살아가게 된다.
팀 버턴의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보듯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아버지 관계의 장애를 갖게 되면서 창조적인 사람이 되기도 한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주인공 윌리 웡카는 뛰어난 창의력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다채로운 발명품과 독창적 시스템을 창출하지만, 그의 세계와 삶에는 성적 요소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이를 성욕 억압에 의한 백일몽과 히스테리적 환상의 측면에서 본다면, 웡카가 보여주는 상상의 세계는 현실적 성적 욕구를 억압함으로써 생겨난 대체적 만족의 공간으로 볼 수 있다.
성적 소망이 무의식 속에서 억압되고, 이를 대신해 초콜릿과 기계들로 가득한 환상적 창작물이 형성된다.
이 세계는 웡카의 억제된 욕구를 반영하는 백일몽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그가 만든 초콜릿 공장은 자신이 억제한 욕구를 과잉 보상하는 상징적 공간이자 대리 충족의 장인 셈이다.
히스테리적 환상과는 다르게, 여기서는 특정 성적 갈등보다는, 단순히 현실의 억제된 욕구들이 무의식적으로 창의적 발명과 초콜릿을 통한 정신적 보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백일몽의 성격이 더 강하게 드러난다.
(다음 편에서 여성의 일상에서의 백일몽과 히스테리 환상 억압으로 이어질 것이다)
- to be continu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