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도 꾸고 싶다
잠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뇌가 스스로를 청소하는 시간이다. 깨어 있는 동안 뇌에는 베타 아밀로이드 같은 노폐물이 쌓인다. 이 단백질은 치매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수면 중 뇌척수액의 순환이 활발해질 때 제거된다.
특히 옆으로 누워 자는 자세, 그중에서도 왼쪽으로 누워 자는 습관은 뇌척수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여 노폐물 제거 효율을 높인다. 연구에 따르면 옆으로 누운 자세는 똑바로 누운 자세보다 뇌 청소 효율이 약 25~30% 높다. 작은 자세 하나가 뇌 건강에 큰 차이를 만든다.
수면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는 멜라토닌이다. 멜라토닌은 밤 11시에서 새벽 1시 사이에 가장 많이 분비된다. 이 시간대에 깊은 잠을 자야 뇌 청소가 원활히 이루어지고, 몸과 마음이 회복된다.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이 사실이 특히 중요하다. 낮에 배운 내용을 장기 기억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다. 밤을 새워 공부하는 습관은 겉보기에는 부지런해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뇌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습관이다. 수면이 부족하면 뇌는 불순물을 제거하지 못할 뿐 아니라, 해마에서 대뇌피질로 기억을 옮기는 과정이 차단된다. 결과적으로 밤새워 공부한 내용은 장기 기억으로 저장되지 못하고 사라진다.
벼락치기로 단기간에 성과를 올리기 위한 공부를 하자면 밤샘 공부도 마다할 수 없지만, 공부하는 만큼 실력으로 갖추어 가기 위해서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공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실력을 갖추는 공부를 위해서는 11시에 잠을 자고 5시에 일어나 공부하는 패턴을 말한다.
수면 중 손의 위치도 중요하다. 생리학자들의 의견을 빌어 말하자면, 손을 머리 밑에 두는 팔베개 습관은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손이 심장보다 위에 있을 때는 혈류가 원활하지 않아 산소와 영양 공급이 줄어든다. 반대로 손이 심장보다 아래에 위치하면 혈류가 자연스럽게 흐르며, 뇌와 신체에 충분한 산소가 공급된다. 작은 자세 하나가 수면의 질과 뇌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깊은 잠, 즉 서파수면(slow-wave sleep)은 뇌 속 찌꺼기를 제거하는 핵심 단계이다. 서파수면 동안 뇌척수액이 파도처럼 움직이며 노폐물을 씻어내고, 낮 동안 학습한 내용을 정리해 장기 기억으로 옮긴다. 이 과정은 컴퓨터가 밤새 데이터를 정리하고 불필요한 파일을 삭제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서파수면이 부족하면 뇌 속에 노폐물이 쌓이고, 기억은 단기 저장소에 머물다 사라진다. 반대로 서파수면이 충분하면 뇌는 깨끗해지고, 기억은 오래 남는다. 서파수면을 하는 동안에는 꿈도 꾸지 않는다. 이때는 몸도 잘 움직이지 않게 되면서 깊은 잠에 빠져드는 시간이다. 소위 '홍콩잠'이라 하는 것인데, 아동의 경우 누군가 업어서 들고 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수면 상태에 빠지는 것이 바로 서파수면이다.
박문호 박사는 40대까지 서파 수면 경험이 많을수록 50대 이후의 치매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꿈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뇌가 낮 동안의 경험을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꿈속에서 인간은 낮에 겪은 감정과 기억을 다시 체험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재조합한다. 이 과정은 기억을 장기 저장소로 옮기는 과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결국 꿈은 뇌 청소와 기억 정리의 부산물이다. 꿈을 꾸는 동안 뇌는 불필요한 정보를 버리고 중요한 기억을 강화한다. 따라서 꿈을 분석한다는 것은 단순한 심리 해석을 넘어, 뇌가 스스로를 어떻게 정리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오랜 상담 경험으로 볼 때, 꿈은 프로이트의 말대로 낮 동안의 경험만을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상담을 통해 내면이해가 깊어질수록 꿈은 과거를 거슬러 올라간다. 심지어 꿈을 통해 자신의 유아기에 도달하는 등의 시간여행을 하게 게 된다.
치매 진단을 받은 한 시어머니는 70대 초반이었다. 몇 년 전부터 기억이 흐려지고,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물건을 둔 곳을 잊어버리는 일이 잦아졌다. 가족들은 처음에는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여겼지만, 병원 정밀 검사 결과 경도 치매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약물 치료와 함께 생활 습관의 개선을 권했다. 그중에서도 수면 자세가 뇌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 있었다. 평생 똑바로 누워 자던 시어머니에게 옆으로 누워 자라는 권고는 낯설고 불편한 일이었다.
첫날밤, 그녀는 옆으로 누워 있다가 여러 번 몸을 뒤척이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곁에 있는 며느리와 손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 아이들의 얼굴을 잊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포기를 막았다. 그날 이후 그녀는 조금씩 자세를 바꾸는 연습을 시작했다.
처음 몇 주 동안은 잠이 자주 깨고, 아침마다 몸이 뻐근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자 인지 기능 검사에서 점수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의료진은 “치매 환자에게 점수가 유지된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며, 수면 자세의 변화가 뇌척수액의 순환을 개선하고 뇌 손상을 막은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후로도 옆으로 누워 자는 습관을 꾸준히 유지했다. 어느 날부터는 가족의 얼굴이 또렷이 떠오르고, 대화의 맥락을 놓치지 않게 되었다. 며느리와 손자는 단순한 수면 자세의 변화가 일상과 기억, 그리고 관계의 질까지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잠은 단순한 쉼이 아니라, 뇌 청소와 기억 정리의 시간이다. 옆으로 누워 자는 자세, 손을 심장보다 아래에 두는 습관, 밤 11시에서 1시 사이의 멜라토닌 황금 시간을 지키는 것, 그리고 충분한 서파수면을 확보하는 것. 이 모든 요소가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기억을 오래 남게 하며, 삶의 질을 높인다.
‘잠을 제대로 자고 싶다’는 소망은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뇌와 삶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건강 전략이다. 꿈은 그 과정에서 뇌가 보내는 메시지이며, 잠은 그 메시지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다. 오늘 밤, 자신의 수면 자세와 습관을 점검하는 것에서 변화는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