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by 공공이

일이 지났다. 언제부터인가 생일은 축복받는 날이 아닌 가장 우울한 날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번에도 그럴까 싶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편지를 한 통 받았다. 비가 올 거란 두려움으로 매일같이 우산을 쓰고 있으면 밝은 빛을 보지 못한다는 그런 내용의 편지. 딱 내 모습이었다. 뭐가 그렇게 무서웠는지 벌써부터 생일을 두려워하는 내 모습. 그 두려움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생일은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딱히 감흥도 없었고 그래서 누구에게도 축하인사를 하지 않았다. 내 생일은 연말에 위치해 있어서 한 해 동안 타인의 생일을 축하해주지 않으면 그만큼의 사람들이 나를 축하해주지 않았다. 내 생일을 이야기하면 항상 듣는 말이 있다. “니도 축하 안 해줬잖아.” 언제부턴가 이 말이 참 아프게 들렸다. 이 말이 듣기 싫어 내 생일을 감추게 됐다.


사실은 잘 모르겠다. 내가 생일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기에 타인의 생일을 축하해주지 않았고 내 생일을 축하받지 못했던 것인지, 내 생일을 축하받지 못했기에 생일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게 된 것인지. 후자라면 내 삶이 너무 초라하기에 전자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그렇기에 내 생일은 언제나 우울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이상하게도 이번 생일은 꽤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았다. 생각지도 못한 많은 사람들에게. 24살이나 먹고 정말 부끄러운 일이지만 케이크를 받은 것도 처음이다. 평소에 영혼 없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이 때도 너무 행복했고 좋았지만 어떤 표정을 하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 모든 것이 처음이었으니까.


많은 축하를 받아보니 이제야 알겠다. 나는 생일에 꽤나 많은 의미를 부여했고 생일에 다가올 때마다 우산을 피고 있었다는 것을. 상처 받기 싫어 나를 속이고 있던 것이다. 내 생일엔 언제나 비가 내렸기에 이번에도 비가 내릴 것이란 추측으로 일찍이 우산을 피고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내 우산 속에서 빛을 내주었다. 우산을 쓰고 있었음에도 나는 그늘지지 않았다. 그렇게 우산을 접었다. 처음으로 내 생일에 누군가와 함께 있었다.


다음엔 조금 더 행복한 생일을 지낼 수 있겠지. 이제는 내 생일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지. 진심으로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해줄 수 있겠지. 축하해주지 않아도 축하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이기적인 나를 이렇게도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사람들의 행복을 바라는 내가, 내 생일에도 행복하지 못했던 모순을 드디어 극복하게 됐다. 여러모로 너무너무 감사한 날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