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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현 Feb 16. 2019

청소년을 '가해자'로 생각하게 만드는 청소년보호법

청소년 주류구매, 처벌은 답이 아니다

"미성년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저희 가게가 쉬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철저하게 신분증을 확인하겠습니다."


이런 내용의 공지를 써 붙인 가게 사진이 인터넷에 한 번씩 공유되며 화제가 되곤 한다. 좀 더 직접적으로 청소년을 비난하는 어조로 쓰인 경우도 있다. 현행 〈청소년 보호법〉은 술·담배 등을 청소년에게 판매·대여·배포·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술·담배를 판매한 가게는 일정 기간 영업 정지 또는 영업장 폐쇄를 당하기도 한다. 제도를 악용하여 19세 미만인 사람이 술을 사 마신 뒤 신고하겠다고 협박을 하는 등의 사례도 알려진 적이 있다. 이런 사건에 대해 사람들은 청소년이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또는 나이를 속이고 술을 산 사람들 탓에 가게가 피해를 본 것처럼 생각하곤 한다. 


이런 여론과 외식업계의 오랜 불만을 반영하여, 현재 제20대 국회에는 식당에서 19세 미만 청소년인 사람이 나이를 속이거나 하여 술을 사면 처벌하겠다는 법안들이 발의되어 있다. 바른미래당 이혜훈 국회의원이 지난 5월 발의한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은, 청소년에게 주류·담배 등을 판매한 것에 관해서 청소년이 원인을 제공한 경우 그 청소년에게 선도·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학교 내·외 봉사활동, 심리치료, 특별교육이수를 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자유한국당 신상진 국회의원이 11월에 대표 발의한 〈식품위생법〉 개정안은 심지어, 신분증을 위조하는 등의 방식으로 주류 판매 등에 청소년이 원인을 제공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청소년을 가해자로 생각하게 만드는 법 


누군가를 위한다는 조치는 때로는 그 누군가가 비난받는 이유가 된다. 그 누군가가 특혜를 받고 있으며, 그 때문에 다른 이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믿게 만들기 때문이다. 청소년에게 술·담배를 파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청소년 보호법〉도, 청소년들이 비난받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청소년 보호법〉은 애초에 청소년을 일방적 보호의 대상으로 보고, 사회와 어른들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청소년이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행위를 하는 인간이라는 전제는 결여되어 있다. 그렇기에 청소년에게 술·담배를 판매·제공한 사람은 처벌하지만, 청소년인 사람은 직접 처벌하지 않는다. 만일 "왜 보호받지 않고 스스로에게 해로운 일을 하느냐"며 청소년들을 처벌을 한다면, 그것도 좀 우스운, 불합리한 모양새가 될 것이다.


이렇게 청소년을 보호 대상으로만 간주하고 어른에게만 의무를 지우는 〈청소년 보호법〉은 어른들의 불만을 사기 쉽다. 가령 청소년인 사람에게 술을 팔았다가 영업 정지를 당했다면, 그 사람이 스스로 술을 사 간 것인데 왜 자신이 책임을 지고 피해를 입어야 하느냐고 억울해하는 것이다. 현실의 청소년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간인데, 일방적으로 보호받을 대상으로만 설정하고 있으니 현실과 맞지 않는 면이 있다고 느낄 만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제도에 대한 불만은, 그 이상으로 청소년에 대한 혐오와 비난으로 이어질 때가 많다. 〈청소년 보호법〉을 뜯어보면, 청소년들이 원해서 만들어졌다거나 청소년에게 혜택을 주는 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청소년들이 책임은 지지 않고 법의 혜택만 받는 '무임승차자', '얌체'라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술이나 '청소년 유해물'을 구매한 청소년들, 특히 적극적으로 '뚫은' 청소년들은 가해자로, 처벌을 받은 식당 등은 피해자로 여겨진다. 그 청소년들이 직접 해를 입혔다고 할 수 없는 제도적인 문제임에도, 마치 청소년들이 폐를 끼치고 가해를 한 것인 양 보는 것이다. 청소년을 보호 대상으로 보는 법이 청소년을 '가해자'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청소년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역설이다. 이런 인식과 정동 위에서 그런 청소년들에게 '쓴맛'을 보여줘야 한다며 〈청소년 보호법〉 위반 사건에 관련된 청소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자는 주장이 자라난다.


'보호'를 벗어난 청소년이 받는 시선 


우리 사회에는 진작부터 '청소년 보호'의 문제를 청소년의 인성과 도덕의 문제인 양 여기는 풍조가 뿌리 깊다. 그래서 보호를 벗어난 청소년들은 사회적 비난과 학교에서의 처벌 등의 불이익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청소년의 흡연·음주를 대하는 방식이다. 청소년의 흡연·음주가 금지되는 이유는 공식적으로는 청소년의 건강에 해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보통 그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청소년답지 못한 행동, 비행을 저지르는 청소년, 위험하고 무례하고 우범적 존재로 보는 것이다.


대부분의 초·중·고등학교에서는 흡연이나 음주를 학생들을 처벌할 이유로 정하고 있다. 많은 고등학교에서는 흡연이나 음주는 폭행보다도 더 강하게 처벌할 대상으로 규정한 비합리적인 '선도 규정'을 갖고 있다.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청소년을 학교 밖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또한 현행 〈청소년 보호법〉에는 청소년을 직접 처벌하는 내용은 없지만, 술·담배 구입을 적극적으로 하는 등 선도·보호 대상이라고 인정되는 청소년에 대해서 학교장 및 친권자에게 통보하게 하는 내용도 있다. 청소년이 흡연·음주를 하는 것을 보고 다른 사람이 학교에 민원·신고를 해서 조치를 취하게 하는 경우도 이미 비일비재하다.


흡연·음주를 비롯해 보호의 틀을 벗어난 행동들은 기성세대에 대한 도전으로, 어른을 모방하는 행동 또는 사회 질서를 따르지 않겠다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진다.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각종 조치들이, 청소년들이 어겨선 안 될 사회적 금기가 되어 버리고, 이를 어긴 청소년들은 도덕적 비난을 받고 '불량한' 존재로 낙인찍히고 단속당한다. 이러한 '청소년 보호'의 속성은, 〈청소년 보호법〉을 어겨서 처벌받은 비청소년들을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들에 의한 피해자'로 인식하게 부추기는 요소다. 사람들은 '못된 청소년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청소년 보호법〉은 무엇을 보호하는가 


〈청소년 보호법〉은 그 이름 때문에 청소년에게 무슨 혜택을 제공하는 법처럼 오해받곤 하지만, 그 내용 대부분은 청소년 유해물, 유해 매체물을 정하고 규제하는 것이다. 즉, 청소년이 보고 들어선 안 될 것, 청소년이 향유해선 안 될 것을 규정하고 이를 청소년에게 제공하지 말라고 하는 내용이다. 이는 사회적으로는 '청소년이 감히 접근해서는 안 되는' 영역을 지정하는 효과를 낸다. 


2017년, 정부에서는 피우는 방식의 비타민 흡입제를 청소년 유해물로 지정한 바 있다. 건강에 해가 되는 점이 없음에도 외관이나 흡입 방식이 담배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금지한 것이다. 우리 사회가 건강이나 안전을 보장한다기보다도 '청소년다운' 행동을 하도록 통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음을 드러내는 사례다. 비슷한 경우로 찜질방에 밤 10시 이후 청소년 이용을 금지했다가 보호자의 동의서가 있으면 이용이 가능하게 한 것도 있을 것이다. 이는 결국 찜질방 이용 규제가, 찜질방이 청소년에게 '유해'한 요소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찜질방을 친권자의 관리 밖 독립적인 숙박의 장소로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음을 인정한 것과 다름 없다. 


사실 〈청소년 보호법〉이 밝히고 있는 법의 목적은, '청소년을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보호·구제함으로써 청소년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청소년의 인격이나 권리를 보호한다기보다는, '건전한 인격체', 사회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어른으로 성장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청소년을 통제하고 사회가 원하는 대로 자라게 하려고 만든 〈청소년 보호법〉이기에, 그 보호의 손길을 거절하는 청소년을 비난하는 여론 역시 어쩌면 법의 의도에 부합하는 것 아닐까 하는 씁쓸한 생각도 든다. 


청소년에 대한 처벌이 해법일까? 


사실 신분증을 위조한다거나 청소년에게 술을 판 것을 신고하겠다며 협박하는 사람은 현행법상 공문서 위조죄나 공갈죄로도 처벌 가능하며, 그들은 이미 이런 죄로 입건되고 있다. 이혜훈, 신상진 의원의 개정안은 법률의 공백을 메꾼다기보다는, 보호의 틀을 벗어나는 청소년의 행동에 대한 더 강력한 선도와 처벌을 목표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신상진 의원의 법안은 청소년의 음주를 범죄화하는 성격도 있다.

 

술을 산 청소년도 처벌하자는 주장하는 이들은 종종 영국과 미국 등에서는 술을 구매한 청소년도 벌금을 내거나 처벌받는다는 사례를 가져온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의 청소년 음주에 관련된 법제도나 사회적 태도는 그렇게 단순하게 말할 수는 없다. 한국처럼 술 판매만 불법인 나라도 있고, 한국과 달리 청소년의 '음주 행위' 자체가 불법이라고 명시한 나라도 있고, 술의 종류나 공간과 상황에 따라 세분화해서 규정한 경우도 있어서 허용 여부만을 비교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영국은 16세 이상이면 식당에서 식사할 때 맥주, 와인 등을 함께 마시는 것이 합법적이다. 독일은 16세 이상이면 맥주, 와인 등의 구매가 허용되고, 14세 이상이면 보호자가 동행하면 맥주 등을 마실 수 있다. 또한 법 외에도 청소년의 음주가 사회적 금기나 도덕적 비난 대상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약한 나라들도 많다.


음주·흡연을 한 청소년을 처벌하는 것이 좋은 제도인지 여부도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이미 흡연·음주에 대한 낙인 찍기는, 일부 청소년들이 흡연·음주를 계기로 제도권에서 밀려나고 위험한 상황에 내몰리게 만들고 있다. 청소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이러한 경향을 더 확대시킬 수도 있다. 


〈소년 비행 방지를 위한 UN 지침(리야드 가이드라인)〉에서는 "청소년과 관련한 낙인 찍기, 희생양 만들기, 범인 취급을 받게 하기 위해, 성인이 행할 경우에 범죄로 간주하지 않거나 처벌하지 않는 행위를 청소년이 행할 경우에도 범죄로 간주하지 않거나 처벌하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해 법률이 제정되어야 한다."라고 하고 있다. 성인이 할 경우 범죄가 아닌 흡연·음주 등이 청소년이 할 경우 범죄로 간주되는 것은 이러한 지침을 어기는 것이며, 실질적인 청소년 보호나 교육에도 효과적이지 않다. 만약 신분증 위조 등을 했다면 위조 행위에 대해서만 처벌받아야 하지, 청소년이 술을 사거나 마셨다는 것이 가중 처벌의 이유가 되어선 안 된다.


2018년 11월 국회에서는 '청소년이 위반 원인을 제공한 경우' 술을 팔았어도 영업 정지 등의 행정 처분은 면제하는 〈식품위생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차라리 이와 같이 비청소년들의 의무 부과를 상대적으로 가볍게 하거나 면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접근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더해 청소년의 존엄성과 권리에는 무관심한 채, 통제와 혐오를 유발하고 있는 〈청소년 보호법〉의 문제점을 성찰하고 손봐야 할 것이다.




※ 2018년 12월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을 고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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