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선이 닿은 듯 느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어. 하지만 시선 같은 건 아무 느낌이 없는 것. 타인의 눈길 같은 건 아무런 빛깔도 소리도 무게도 냄새도 없는 법. 아마도 저 멀리 단지 얼마간의 기척을 들었을 뿐이겠지. 아님 내가 느낀 그 눈길은 나의 것이었는지도 몰라. 없는 당신을 쫓고마는 한편, 헤매다 돌아온 흔들림의 파편
당신의 부재에 마음이 긁혔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어. 하지만 부재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 것. 당신의 모습도 말도 약속도 마음도, 닿을 일도 아플 일도 이제 없으니까. 비어버린 공간에 얼마지 않은 기억에 미끄러졌을 뿐이겠지. 아님 나를 지금도 상처 입히는 건 나인지도 몰라. 하릴없이 곱씹는 기록의 행간, 주연이 없어 넘지 못한 우리의 막간
나의 세상에 이제 당신은 없는데, 나의 안에는 아직 당신이 있다는 것. 끊어진 단면이 아니라 사라진 당신이 아파오는 자리. 느낄 수 없는 것을 느끼고, 있을 리 없는 것이 남아 있는 시간.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디는 시간. 잊을 수 없는 것을 잊는, 그래서 끝나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