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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현 Dec 24. 2023

[시] 눈썹을 맡기는 것

눈썹을 맡기는 것


당신이 눈썹을 다듬어주던 촉감을 기억해

스삭스삭 잔털이 참 많구나, 하며

칼날이 뭉툭하게 윤곽을 따라

이마를 깎아내던 울림을


당신이 무릎을 베어주던 정담을 기억해

속삭속삭 삐끗하면 어쩌나, 하니

연필로 더 진하게 그려주겠노라

눈가를 간질이던 놀림을


함께한다는 건 눈썹을 맡기는 것

서로의 표정을 다듬어주는 것


상처나는 것도 우스워지는 것도 무릅쓰고

다시 더 짙게 채울 수가 있단 믿음,

우리가 서로에게 구부리고 찌푸릴 눈썹도

언젠가 당신이 깎아주고 그려준 거라는

그런 지금들




※ 2023년 애인의 생일에 선물한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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