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눈썹을 다듬어주던 촉감을 기억해
스삭스삭 잔털이 참 많구나, 하며
칼날이 뭉툭하게 윤곽을 따라
이마를 깎아내던 울림을
당신이 무릎을 베어주던 정담을 기억해
속삭속삭 삐끗하면 어쩌나, 하니
연필로 더 진하게 그려주겠노라
눈가를 간질이던 놀림을
함께한다는 건 눈썹을 맡기는 것
서로의 표정을 다듬어주는 것
상처나는 것도 우스워지는 것도 무릅쓰고
다시 더 짙게 채울 수가 있단 믿음,
우리가 서로에게 구부리고 찌푸릴 눈썹도
언젠가 당신이 깎아주고 그려준 거라는
그런 지금들
※ 2023년 애인의 생일에 선물한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