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치다, 길이 되다 11화

나는 도중이었다

by 공인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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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절. 내가 꿈꾼 도인은, 늘 완성된 존재였다


어릴 적 내가 그리던 도인의 모습은 늘 완벽했다.
산속에서 고요히 앉아, 세상의 시끄러운 일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
말은 적고, 표정은 온화하며, 모든 상황을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는 여유를 가진 자.
그의 발걸음에는 망설임이 없고, 손끝 하나에도 맑은 기운이 흐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 속의 나는 그 그림자와 너무 달랐다.
화를 참지 못해 목소리를 높였고, 질투심에 속이 뒤틀리기도 했으며,
때론 사소한 말 한마디에 하루 종일 마음이 휘청거렸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은 생각보다 깊었고, 그 안에서 자주 좌절했다.


‘나는 안 되는 걸까?’
스스로를 책망하며, 도인이라는 단어를 멀리 두고 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깨달았다.
도인은 완성된 자가 아니라, 여전히 길 위에 서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흠 없는 상태로 도달한 존재가 아니라, 걸으면서 흠을 다루는 자였다.


“나는 도인과 너무 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안다. 도인은 늘 도중에 있다.”
이 깨달음이 나를 다시 길 위에 세웠다.



2절. 길 위에 있다는 건, 매일 실패하고 다시 걷는 일이다


예전의 나는 한 번 깨달으면, 그 깨달음이 평생 나를 지켜줄 줄 알았다.
하지만 길 위에서 오래 걸어보니 알겠다.
도라는 건 한 번의 각성이 아니라, 매일같이 다시 붙잡아야 하는 것이다.


아침에 결심했던 마음이 오후에는 흐려지고,
‘오늘은 화내지 말자’ 다짐했지만 저녁에는 또 목소리가 높아졌다.
때론 사소한 유혹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해야 할 일을 미루기도 했다.


그런 날이면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그러나 조금 지나서야 깨달았다.
실패했다고 도가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순간부터 진짜 도가 시작된다는 것을.
무너진 자리에서 일어서고, 흐트러진 마음을 다시 정돈하는 과정이
길 위에 있다는 증거였다.


“도는 도착이 아니라, 수정의 반복이었다.”
이 말이 내 하루를 버티게 했다.
완벽하게 걷는 것이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방향을 확인하는 것.
그 단순한 반복 속에서 나는 여전히 길 위에 있었다.



3절. 일터에서 나는 더 자주 무너졌다


산속에서 며칠 머물렀을 때는 마음이 쉽게 고요해졌다.
아침 공기를 마시며 눈을 뜨고,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을 바라보면
굳이 애쓰지 않아도 호흡이 길어졌다.
그곳에서는 ‘길 위에 있다’는 확신이 단순하고 분명했다.


하지만 일터로 돌아오면 모든 게 달라졌다.
회의 자리에서 날카로운 말이 오가고,
계획이 어그러지면 서로의 탓을 묻는 시선이 느껴졌다.
성급한 결정, 억울한 평가, 예상치 못한 업무의 폭탄.
그 속에서 나는 마음을 지키기보다, 상황에 맞서 싸우는 쪽을 택했다.


도인은 세상과 분리된 존재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배운 건, 도는 세상 속에서 세워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시장통 같은 직장 한복판에서,
소음과 욕심과 불신이 뒤엉킨 공간에서,
마음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것이야말로 진짜 길이었다.


“산속에서는 마음이 맑았다.
하지만 시장통 한복판에서 길을 잃었다.”
그 자각은 나를 부끄럽게 했지만, 동시에 다시 걷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4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길을 걷기로 했다


때로는 내가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의 중 던진 한마디가 누군가를 상처 입혔고,
사소한 오해가 쌓여 관계가 멀어진 적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도를 이야기하던 내가
정작 현실에서는 서툴고 날카로운 사람이었다.


그럴 때마다 마음속에서 속삭였다.
“그만해도 된다. 넌 도인의 길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만두지 못했다.
다시 길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매번 나를 붙잡았다.


어떤 날은 그 마음이 나를 향한 꾸짖음처럼 느껴졌고,
또 어떤 날은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는 위로처럼 느껴졌다.
분명한 건, 내가 계속 걸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실수한 다음 날에도, 다시 길을 묻는 마음.
그게 바로 도인의 심장이다.”


나는 완벽하게 걷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대신, 다시 걷기로 결심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그 결심이 이어지는 한, 나는 길 위에 있는 사람일 것이다.



5절. 도인은 완벽한 인간이 아니라, 매일 다짐하는 사람이다


나는 여전히 사람들과 부딪힌다.
때로는 서운함을 숨기지 못하고,
때로는 옳다는 이유로 상대의 마음을 짓누르기도 한다.
그리고 그 후회는 금방 찾아온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도인은 한 번의 각성으로 완성되는 존재가 아니라,
실패 앞에서도 도망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는 넘어졌을 때 자신의 발을 바라보고,
그다음 한 걸음을 어떻게 내딛을지 묻는 사람이다.


어떤 날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힘들다.
그럼에도 다시 마주하고, 풀고, 용서를 구한다.
그 반복 속에서 관계는 조금씩 회복되고,
그 회복이 쌓여 나라는 길이 만들어진다.


“도는 탁월함이 아니라, 회복의 반복이다.”
이 문장이 내 하루를 붙들어 준다.
완벽하려 애쓰는 대신, 다시 걷는 사람.
그것이 내가 믿는 도인의 모습이다.



6절. 나는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도중에 있다


여전히 하루 안에서 수많은 실수를 한다.
말을 아껴야 할 순간에 말이 앞서고,
포용해야 할 때 마음이 닫히기도 한다.
길 위에 서 있다고 말하면서도,
때때로 그 길을 외면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매일 부족함을 자각하면서도
다시 걸음을 내딛는 마음이었다.
도는 ‘완성된 나’의 자리가 아니라,
‘오늘 내가 어떤 길을 선택하는가’에서 살아난다.


나는 여전히 길 한가운데 있다.
도달한 것도, 뒤로 물러난 것도 아닌,
그저 도중에 서서 한 발 한 발을 고르고 있다.
그리고 이 불완전한 걸음이 나를 사람답게 만든다.


“나는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도중이다.
그리고 그것이면, 지금은 충분하다.”


혹시 나처럼 길 위에서 헤매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여정이 그에게 작은 빛이 되기를 바란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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