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 이웃의 대륙(닫힌 마음의 마을) #17

3장-2: 한 아이의 죽음

by 공인멘토

“기록에는 아이의 이름조차 남아 있지 않아요.”

린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그 안에는 꾹꾹 눌러 담은 분노와 슬픔이 섞여 있었다.

“그 아이가… 오빠였어요.”

그녀는 조심스레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빛바랜 사진이 하나 들어 있었다. 소년이 해맑게 웃고 있었다. 어깨에 흙이 묻었고, 손에는 나무칼이 들려 있었다. 그 사진은 살아 있는 기억 같았다.

“그날은 비가 많이 왔어요. 오빠는 친구들과 놀다가 우물 근처에서 장난을 치다 발을 헛디뎠어요. 우물 안에서 소리쳤어요. 살려달라고, 도와달라고… 정말 크게.”

린의 목소리가 점점 떨렸다.

“하지만… 어른들은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어요. 창문을 닫고, 고개를 돌리고, 그냥… 지나쳤어요.”

가온은 숨을 멈췄다. 린은 침묵을 잠시 삼킨 뒤, 이마에 흐른 눈물을 닦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그 중 한 명은, 저희 이웃이었어요. 오빠를 안아준 적도 있던 분이요. 하지만 그날, 그는 울타리 뒤에서 아무 말도 없이 오빠를 바라보기만 했어요.”

가온은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리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린… 네가 이걸 말해준다는 게 얼마나 용기 있는 일인지 알아.”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사고는 단지 불행이 아니었어. 그건 이 마을의 감정들이 만든 것이야. 사람들이 오랫동안 눌러온 질투, 분노, 미움이 결국… 가장 약한 이에게 쏟아진 거야.”

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제 울지 않고 있었다. 대신, 단단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 아이의 죽음은, 이 마을 전체의 침묵이 만든 결과예요. 그리고… 아직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어요.”

가온은 천천히 일어섰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해. 그 아이를 기억하게 하는 것. 이름 없이 사라지게 두지 않는 것. 그리고—”

그는 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마을이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진실을 말로 남기는 것.”

창밖에서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은 더 이상 냉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기억이 깨어나는 소리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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