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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려 Nov 27. 2024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함께하는 사람의 가치는 빛난다


여행은 언제나 목적지보다 동행자에게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나는 오늘도 그 진실을 새삼 깨닫는다.


비행기 소음에 묻혀 35분. 부산에서 후쿠오카까지 이어지는 하늘길은 제주도를 오가는 시간보다도 짧다. 

창밖으로 스치는 구름처럼 지나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피어오른다. 그 짧은 시간 속에 우리의 8년, 6년의 시간이 압축되어 있는 듯하다.


나보다 8살, 5살 많은 두 언니. 우리의 첫 만남은 조용한 독서모임이었다.

 책장을 넘기는 손길 하나하나가 서로를 알아가는 창구였고, 그 작은 우주는 점점 더 넓어져 갔다.

우리의 관계는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잔잔한 의견 다툼, 서로를 이해할 수 없어 터져 나오는 분노, 그리고 눈물까지.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모든 순간들이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엮어왔다.

가치관의 차이, 생각의 간극. 그 모든 것들을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우리는 점점 더 깊어졌다. 시간이라는 이름의 접착제가 우리를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해주고 있었다.

왕언니의 삶의 철학이야기를 처음 대할때는 개똥같은 철학같았다. 나이가 들어 이제는 그때의 언니의 이야기를 다 이해하는 나이가 되었다. 그렇게 나이가 세월이 흘러가 갔다.


후쿠오카의 오래된 숙박시설은 마치 우리의 관계를 은유하는 듯했다. 먼지 하나 없는 창문, 지문조차 없는 깨끗함. 겉보기에 낡아 보이지만 세심하게 관리된 공간은 일본 장인정신의 정수였다.

음식 하나하나에 담긴 정성, 구석구석 배어있는 세심함. 오래 보아야 비로소 그 아름다움을 알아차리는 것. 우리의 우정도 그렇지 않은가?


우리는 함박꽃처럼 터지는 웃음으로 서로를 위로한다. 때로는 말없이, 때로는 한마디로. 배꼽이 떨어질 듯한 웃음, 서로를 알아듣는 그 작은 공명.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일상의 풍경이다.

많은 사람들을 알고 지나다니지만, 진정으로 마음을 나누는 건 또 다른 이야기. 


사회적 관계의 얇은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진정한 교감을 나누는 것 그것이 진정한 여행이자 우정의 본질일 것이다.

비행기에서 내리며 나는 깨달았다.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결국 함께 있는 그 순간. 소소하고 작은 웃음. 서로를 이해하는 눈빛. 무거운 짐을 나눠 든 동행. 

그 모든 것들이 모여 우리의 여행, 우리의 인생이 된다.

목적지는 언제나 변하지만, 삶을 함께 하며 나누는 사람과의 여행은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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