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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하의 시작

2025년 범사에 감사하라

by 미려

새로운 해가 떴다.
송구영신예배에서 12시 땡 소리를 들으며 2025년의 첫날을 맞이했다.

예배를 마치고 나면 늘 늦잠을 자는 1월 1일의 아침. 올해는 알람을 맞춰 일어나 새해의 첫 해를 바라볼까 잠시 고민했지만, 무거운 눈꺼풀은 그런 결심을 가볍게 눌러버렸다. 그

렇게 해는 이미 중천에 떠 있었고, 나는 환한 햇살 속에서 2025년의 첫날을 맞았다.


지난해 나는 무엇을 했을까? 문득 다이어리를 펼쳐보았다.

한 해를 평가하려면 눈에 보이는 숫자나 데이터가 있어야 할 것 같았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되려, 마음 한구석에는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는 무거운 기운이 자리했다.


잘해보겠다고 시작했던 지난해 하반기.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사건사고와 병원으로 이어지는 시간들은 나의 몸과 마음을 난도질했다. 정신적 고통과 육체적 고통이 서로 얽혀 있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하루하루를 견디는 것 자체가 버거웠다. 그러다 보니 어서 빨리 2025년이 오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한 살 더 먹는다는 사실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


"내 나이, 마흔."
마흔이란 숫자가 시작되던 날부터 나는 혼란스러운 시간 속에 있었다.

젊음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불안과 고뇌가 짙어진 사십 대 초반.

그러나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며 문득 묻고 싶어졌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성장했는가? 무엇을 얻었는가?"


생각해보니, 나는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는 데 급급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 이렇게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달라진 나를 증명하는 것 같았다.

'생각 없는 나'에서 '생각하는 나'로 변해가는 과정.

어쩌면 이 자체가 나의 사십 대를 성숙하게 만들어주는 시간 아닐까?


인생이란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들 속에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그리고 그 답이 명확할 때마다 우리는 물음표를 마침표로 바꿔가는 것이 아닐까.


올해 나의 슬로건은 단순하면서도 강렬하다.
"범사에 감사하라."
이 문장은 누군가의 따뜻한 조언과 사랑이 담긴 선물 같은 문장이다. 가장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이야기지만, 내게는 가장 어려운 과제처럼 느껴진다.


한편, 나는 2025년 트렌드 코리아에서 봤던 단어를 떠올린다.
"아보하." 아주 보통의 하루.
그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진정으로 깨닫는 날이 오길 바란다.

내 마음이 평온함과 감사로 가득 찬다면, 그 마음은 내 몸을 건강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그 건강한 몸과 마음이 나의 삶을 지탱해줄 것이다.


오늘, 나는 나만의 비전 보드를 그려본다.

정량적 수치나 결과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가? 보이지 않는

목표라도 마음의 평온함 속에서 감사하며 하루를 쌓아가다 보면 어느새 그것들은 내 삶의 일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아주 보통의 하루, 아보하.
오늘도 나는 그렇게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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