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은 두 사람의 몸으로 산다

by 미려

200, 164, 152.

숫자가 오르락내리락한다.
엄마의 혈압 수치다.
이 숫자들을 엄마가 전해줄때마다
마음이 먼저 내려앉는다.


얼마 전부터 어지럽다는 엄마는
내과 검진을 받아도 차도가 없었다.
혈압 때문인지,
다른 이상이 있어서 혈압이 오른 건지
이제는 구분도 어렵다.


나는 어지러움증을 전문으로 보는 병원을 검색해
마를 모셔다 드리고
아무 일도 없다는 얼굴로 출근을 했다.


삼남매 중 큰딸인 나는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난 이후 엄마의 생활 반경 안에서 살고 있다.
바로 밑 여동생은 결혼해 다른 지역으로 갔고,
막내 남동생은 고등학교 졸업 후 줄곧 서울에 있다.


엄마는 이사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자식 중 한 명만이라도 가까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물론 외동아들을 키우는 나에게
도움이 되어주려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이제는 안다.
그 말에는 준비되지 않은 노년의 불안이 섞여 있었다는 걸.


약보다는 운동으로,
식단으로 버텨보려는 엄마의 의지는 여전하지만
몸은 점점 말을 듣지 않는다.

의지로는 이길 수 없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걸
엄마의 몸이 먼저 알려준다.


요즘 나는

엄마의 나이를 계산하다가
자주 멈칫한다.

만약 100세까지 산다면
앞으로 남은 시간은 25년.
그 시간 동안
누군가는 곁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얼마 전
반백살 버킷리스트를 하나 지우기 위해
산에 올랐다.
정상에 서서 내려올 때는 괜찮았는데
그날 이후로 무릎이 자꾸 신경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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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숫자를 걱정하면서
내 몸의 신호도 동시에 듣게 되는 요즘이다.

큰딸이 된다는 건
누군가를 돌보는 사람이 되는 동시에
먼저 늙어가는 사람이 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엄마의 숫자를 걱정하다가

문득 내 몸의 신호도 같이 듣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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