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하나

by 미려

꽃이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


꽃이 시들지 않고
계속 아름답다면 얼마나 좋을까.


화병 위에 꽂힌 꽃다발을 보며
괜히 그런 생각을 한다.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쌀쌀한 찬바람을 맞고 들어온 아들의 손에는
꽃다발과 편지가 들려 있었다.
엄마 생일이라고,
꽃을 준비하고 편지를 써 왔다.


무뚝뚝하고 무심한 외동아들인데
이상하게도

엄마 생일에는 꼭 편지를 쓴다.


돈이 들지 않는,
하지만 꽤 가치 있는 선물이라는
T스러운 엄마의 생각.
굴곡진 글씨를 따라 읽다 보면
언제 이렇게 컸나 싶은 마음이 든다.


편지의 시작은 늘 비슷하다.
2025년에도 엄마가
건강하고 무탈해서 다행이라는 말.
뒷바라지해 줘서 고맙다는 말.
더 열심히 해서 보답하겠다는 말.

일 년에 한 번,
아들은 그렇게 나에게 편지를 쓴다.


가끔은

이 문장들,
혹시 챗GPT 돌린 거 아니야?
싶을 만큼
놀랄 때도 있다.


말을 조리 있게 하지 않는 녀석의 속마음이
편지지 한 장에
차분히 남아 있다.


올해는 편지와 함께
꽃다발까지 들고 왔다.
왠일일까.


전날 나에게 미안한 일이 있었던 건지,
아니면 그냥
선물을 뭐라도 사고 싶었던 건지.


탐스러운 꽃다발을 내미는 모습에
웃음이 먼저 나왔다.

입에서는
“얼마야?”라는 말이
나올 뻔했지만,
그 입은 닫고
어디서 이런 꽃을 샀냐고 묻는다.

근처에 무인 꽃가게가 있다는 말에
한 번 더 놀란다.


세상의 변화에
나름 잘 적응하며 산다고 생각했는데,

아들의 트렌디함에는
내가 따라가지 못하는 날이 왔다.

긴 시간 속에서
나에게 가장 소중한 보물인 아들.
그 아들이
어느새 이렇게 자라
엄마의 마음을 다독인다.


요즘은
아들 때문에 속상하고
답답한 날이 더 많은데,
오늘은 이렇게
아들 덕분에 웃는다.

방학이라
아직도 늦잠을 자고 있는 아들을
오늘만은 그냥 둔다.
이 정도는 넘어가 주는
센스 있는 엄마인 척.


꽃은
아마 며칠 뒤면 시들겠지만,
지금 이 마음은
조금 더 오래 갔으면 좋겠다.


시들지 않는 꽃 하나를 키우고 있다는 기분으로,
오늘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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