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잠들고, 나는 깨어 있다

by 미려

아들이 독서실에서 공부하다 늦었다.


미리 연락은 왔다.

오늘 좀 늦는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그래서 걱정은 길지 않았다.


현관문이 열리고

“다녀왔어요.”

짧은 인사가 떨어지고

아들의 방 문이 닫혔다.


이제 자면 되는데.


그런데

잠이 오지 않았다.


머리만 대면 바로 자던 내가

눈을 감고도 한참을 뒤척인다.

아들 걱정은 잠시였고

그 다음은

온갖 잡생각이었다.


오늘 회사에서 들은 말.

괜히 신경 쓰이는 표정.

내가 던진 한 마디.


괜히 더 잘했어야 했던 순간.

내일 해야 할 일,

미뤄둔 일,

언제쯤 정리될지 모를 일들.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아들보다

어쩌면

회사에서 버티는 내가 더 복잡하다.


몸은 피곤한데

머리는 깨어 있다.


잠을 자려고 애쓸수록

생각은 더 또렷해진다.


아들은 이미 잠들었을 시간에

나는 침대 위에서

회의를 다시 열고 있었다.


그 회의는
끝날 줄을 몰랐다.


생각은 생각을 낳고
말하지 않은 말들이
자꾸만 다시 회의장으로 들어왔다.


결국
알람 소리가 먼저 울렸다.


나는
해가 떠오르는 걸 본 게 아니라
잠들지 못한 채
아침을 건넜다.


아들은
잘 잤을 것이다.


나는
잘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문을 나선다.


뭐,
잘 살아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