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빠진 것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필요한 물건들을 담고 결제를 하고,
며칠째 발령이 나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되는 남편의 짐을 챙긴다.
태어나 부모님과 떨어진 건
결혼 때문이었던 나와 달리,
지방에서 대학을 서울로 갔던 남편은
결혼 20여 년 만에
다시 자취를 시작한다.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다이소에 가서 필요한 것들을 사고,
집에 있는 것들을 챙긴다.
휴지, 물티슈, 샴푸, 바디워시.
숟가락, 젓가락, 그릇.
회사복, 운동복, 사복 등
박스에 담다 보니
몇 박스가 된다.
담고 나면 또 생각난다.
체크리스트보다
두배는 더 많은 짐을 챙기게 된다.
언제까지 주말부부를 하게 될지
기약 없는 시간이 시작된다.
남편은
새로운 곳, 새로운 사람들,
적응해야 할 일들로
다른 걱정이 앞서 있다.
나는
같이 살면서도
평일에는 얼굴을 마주하며
제대로 이야기 나눈 시간이
많지 않았다는 걸
이제야 생각한다.
30대, 40대 중반.
한참 일할 나이에
우리는 그렇게 바쁘게 살았다.
이제 또 다른 삶이 시작된다.
가서 운동을 해보겠다며
운동복이며 골프채를 챙기는 남편.
작년 건강 이슈 이후
온 가족은
건강한 삶을 기도한다.
시어머니, 시아버지,
친정엄마는
기도로 아들과 사위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한다.
신앙이 없는 아빠는
돈과 보상과 현실적인 것들을 묻는다.
각자의 방식으로
걱정을 사랑으로 표현하는 시간.
나는
짐 사이에
성경과 찬송가를 조용히 넣어둔다.
멀리 있어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멀리 있어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건강하고 밝고
무너지지 않기를.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가장 소중하게 아끼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오늘
짐 대신 기도를 싸 보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이
당신을 더 단단히 붙들어주기를,
낯선 곳에서도
건강이 먼저이고
평안이 먼저이기를 바라면서.
멀리 있어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으로
나는 이 자리에서
조용히 당신의 하루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