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법을 배우고 다시 산다

by 미려

오래간만에

며칠째 늦잠을 자는 아침이다.


나는 잠이 많은 사람이라

8시까지 누워 있으면

그 하루의 컨디션이 달라진다.

피곤이 덜하고, 괜히 기분이 좋다.


늦잠의 행복을 이렇게 만끽할 날도 이제 끝이다.

곧 다시

새벽에 눈을 비비고,

멍한 얼굴로 수영장을 가고,

후다닥 아침을 차리고,

출근하는 일상이 시작될 테니까.

일상이 있기에

이런 쉼의 맛이 더 달콤하다.


매일이 늦잠이라면

늦잠은 아무 맛도 없을 것이다.

일하는 맛과 쉬는 맛이

찐맛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둘이 번갈아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돌아보면

나는 거의 쉬어본 적이 없다.

직장에 들어와 육아휴직 3개월,

코로나로 강제 휴직 1개월.

그게 전부다.


그래서 가끔 궁금하다.

내가 직장을 다니지 않는다면

나는 어떻게 살까.

사회적 동물로 오래 살아온 내가

사회에서 멀어진다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이따금 동생이 부럽다.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아이 둘을 키우며

살림을 정갈하게 꾸려가는 삶.


화이트 톤으로 정리된 집,

빈틈없는 수납,

반듯한 생활의 결.

나는 그 세계를 잘 모른다.


나는 살림 점수가 낮다.

기본만 하고 산다.

내 몸이 힘들어지면서까지

집을 반짝이게 만들지는 않는다.


어릴 적

몸이 약한데도

온 집안을 쓸고 닦던 엄마를 보며

나는 다짐했다.

저렇게는 살지 않겠다고.


그 다짐은

성격 앞에서 힘을 잃었다.

나는 아빠를 닮았으니까.


시댁에 가면

경제활동을 오래 하신 시어머니의 집은

또 다른 풍경이다.

정리하려 하지만

완벽히 정리되지 않는 공간.


그 모습도 삶이다.


평생 집안에 있던 엄마와

평생 일터에 있던 시어머니.

궤적이 다르면

집의 모양도 다르다.


나는 오늘

늦잠을 자고

볼일을 보고 돌아와

설거지를 한다.


밀린 드라마를 틀어놓고

그릇을 닦는 시간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집안일이다.


일석이조.

업무 효율을 중시하는 직장인의

집안 버전.

하지만

인생이 그렇듯

집안일도 좋아하는 것만 할 수는 없다.


빨래를 개고,

화장실을 닦고,

또 반복되는 일상.


그 반복이 지루하면서도

안심이 된다.

일할 곳이 있고,

돌아올 집이 있고,

가끔은 늦잠을 자는 아침이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 일상을 산다.


완벽하진 않지만

충분히 살아 있는 하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