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설계자인가, 실행자인가
나는 설계자로 살고 싶다.
2023년부터 AI가 궁금해서 돈을 써가며 배웠다.
뜨거운 여름,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컴퓨터 앞에 5시간씩 앉아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프롬프트 하나하나를 외우듯 공부했다.
2026년 지금은
어 하고 물어보면 어에 아를 더해
알아서 풍성하게 돌아오는 세상이 됐다.
며칠 동안 자료를 모으고 방향을 잡았더니
AI가 80페이지짜리 PPT를 만들어줬다.
"신통방통한 녀석, 잘하고 있어."
그런데 그 뿌듯함 뒤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설계를 한 건가.
아니면 그냥 실행을 시킨 건가.
AI 에이전트는 설계자가 방향을 잡아줘야 움직인다.
어디로 갈지, 무엇을 만들지, 왜 만드는지.
그걸 모르면 아무리 좋은 도구도 그냥 도구로 끝난다.
내 삶도 그렇지 않을까.
떠밀려 실행만 하는 삶인지
내가 방향을 잡고 설계하는 삶인지.
빠르게 달라지는 세상 앞에서
나는 어느 쪽에 서 있는지 자꾸 헷갈린다.
두렵다는 건 그만큼 나도 늙어가고 있다는 것 같다.
변화의 물결에 멀미가 나는 나이가 되고 있다는 것도.
그래도 아직은 발버둥치는 나이니까.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빠를 것이다.
그 아이만큼은
실행자가 아니라 설계자로 살았으면 좋겠다.
방향을 잡을 줄 아는 사람으로.
그래도 오늘은
내가 설계자였다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