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한 게 아니다, 나를 아낀 것이다.
오래간만에 하프마라톤에 나갔다.
한동안 무릎이 아파서 치료를 받고 있는 나다.
이번 주도 빠짐없이 치료를 받았고
조금은 덜 불편한 다리로 참석한 대회였다.
새벽 4시 30분 출발해
도착한 대회 장소는 너무나 추웠다.
잘하는 지인들의 의견을 따라 반바지를 준비해왔는데
그것도 문제였을까.
워밍업을 하는 시간에
이미 무릎에 통증이 왔다.
5.4.3.2.1
많은 사람들과 함께 출발했다.
대회뽕이라는 말처럼 미친 듯 달려가는 사람들 속에
나는 나만의 속도로 시작했다.
무릎을 시작으로 골반으로 이어지는 통증.
조금만 가면 풀리겠지.
그 기대감으로 달렸다.
첫 번째 식수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섰다.
그리고 뛰어가지 못했다.
지금 다시 뛰어볼까.
아니면 여기서 그만둘까.
나는 포기하기로 했다.
더 뛰다가는 무릎이 더 아플 것 같았다.
2.3킬로를 뛴 뒤 원점으로 돌아왔다.
뛰기는 12분.
돌아오는 시간은 45분이 걸렸다.
아픈 다리로 걷는 것조차 힘든 시간이었다.
10키로를 달리는 사람들이 반환점을 돌아 결승점으로 달려갔다.
5키로를 뛰는 사람들도 어느새 나보다 먼저 결승선을 넘었다.
결승점에서 행복한 미소로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
건강한 모습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나는 그 속에서 포기한 사람이 되었다.
남들이 한다고
남들이 할 수 있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지금 내 몸이 그렇다는 것을
오늘 또 느꼈다.
포기한 게 아니다.
나를 아낀 것이다.
그래도 오늘은 여기까지다.
다음을 위해 지금의 나를 먼저 다듬는 것.
그게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