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섭한 말이 있으면 해보라는 말에
나는 섭섭한 말이 아닌 옳은 말을 했다.
오늘 점심.
따뜻한 우럭탕 한 그릇 앞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 갔다.
다행스럽게도 어려운 분이 나의 오른쪽에 앉으셨다.
그분은 나의 얼굴을 또렷이 보지 못하신다.
덕분에 나는 표정관리 걱정 없이
할 말을 할 수 있었다.
회사에 승진과 자리 이동이 생겼다.
2년마다 바뀌는 윗자리에 또 다른 분이 온다.
그나물에 그밥들이 모여있는 공간에서
참 많은 사람들이 거쳐나간다.
조직이 작은데 무슨 대단한 회사인 줄 알만큼
자리 이동이 있다.
그 속에서 나와 우리 부서 구성원들은 상처를 받는다.
위에서 승진을 해줘야
나도 그 자리에 갈 수 있는데.
섭섭하고 화가 나는 인사.
기분이 좋지 않은데
첫 숟가락을 떠먹은 국물은 또 왜 이렇게 맛있는지.
뜨끈한 국물이 목으로 넘어가는 동안
나는 잠깐 생각했다.
말을 할까, 말까.
한두 숟가락을 뜨니
말을 해보라는 사장님의 이야기에
나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수당 이야기부터 인사발령까지.
말을 해버렸다.
떨리지 않았다.
오히려 시원했다.
오랫동안 목에 걸려있던 것들이
그렇게 나왔다.
나이가 들면서
생각의 깊이가 깊어지고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이 생겼다.
나이 많은 어른이 이해할 수 있는 표현으로
상대의 마음이 곧 나의 마음처럼 전달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돌아오는 답변을 듣자니
누구를 바보로 아는가 싶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 자리에서는 그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겠지만
이유 같지 않은 이유들로 내린 결정은
일할 맛 안 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직장인의 꽃은
승진과 통장에 꽂히는 돈이다.
그 현실적인 이야기를
서슴없이 꺼낸 오늘.
찐 어른이 된 기분이 든다.
오늘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