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때려칠 당신에게 - 지혜로운 생활

두 번째 퇴사, 그래도 잘 살고 있습니다.

<사축일기>,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가면사축> 요새 이런 책들이 꽤 많이 나온다. 일본도 비슷한가 보다. <잠깐만..>과 <가면사축>은 일본 저자가 쓴 책인데 이건 뭐 현지화할 필요 없이 읽는 내용 그대로 우리 현실에 적용되고 공감됨을 알 수 있다.


<지혜로운 생활: 두 번째 퇴사, 그래도 잘 살고 있습니다>는 저자가 한국인이다. <사축일기>도 한국인 저자인데, 얘는 강백수 씨가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글 소재를 모아 묶어 위트 있게 편집해서 낸 책이다. 하상욱 시집을 읽는 느낌이랄까.


CM160214-210941003.jpg 뭐 요런 느낌





반면 지혜로운 생활은, 순수 자신의 이야기다.


KakaoTalk_20160407_133234300.jpg 책 제목이 <지혜로운 생활>인 이유는, 저자 이름이 오지혜이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보통 띠지를 버린다. 얇건 두껍건 책 전체를 덮건 가지고 다니면서 읽는데 걸리적거린다. 불편하다. <지혜로운 생활>은 예외다. 못 버리겠다. 띠지가 이렇게 가치 있게 느껴지다니.(앞면 뒷면 속면 다 좋았다) 띠지를 벗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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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나는 띠지를 벗기고 나타난, 자신을 설명하는 저 그림에 엄청난 위로를 받았다. 그래서 뭐?





책의 구성은 이러하다. 회사를 다니면서 그만두는 고민을 하던 시절의 이야기. 퇴사 이후 자신의 삶의 기록들, 회사를 그만두고서 읊조리는 말들.


음...


글을 정말 잘 쓰신다. 스스로에게 글쓰기는 유희+치유+위안 이랬다. 잠깐 이 부분 옮겨보자.


p 234. 글쓰기를 빌미로 지난날 그 시간을 한 번 더 산다. 내게 글쓰기는 유희인 동시에 치유이자 위안이다. 그러니 여기에 '작문 실력을 길러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 같은 게 끼어 들 틈이 없다. 그냥 쓰고 싶어서 쓴다. 매일 쓰고 싶은 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글을 쓴다'는 말은 너무 거창하고, 내가 입에 담을 수 있는 문장이 아니다. 생각을 글로 옮기고 있다고 말하자니 '글을 쓴다'보다 말이 길어 후자를 택한 것뿐이니 오해는 말라고 양심에 찔려 말해둔다.


... 언젠가는 내가 쓰는 글은 가난한 여자가 차려낸 밥상 같다고 생각하며 웃기도 했다.



위에 같이 언급한 다른 책들을 읽으면서는 '자조', '슬픔'의 정서가 내 안에 돋아났다고 하면, <지혜로운 생활>을 읽으면서는 내게도 '치유'와 '위안'이 있었다. 글이 내 마음을 만져줬다. 나도 표현하지 못하는 내 마음을 누가 글로 옮겨놔 준 것만 같았다.


가볍지 않았지만 어렵지 않았고, 담담하지만 깊이가 있었다.


p 75. 내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알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 상황을 나만큼 잘 아는 이는 없다.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과 겹겹이 쌓여 있는 생각의 층은 나조차 인내심을 가지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 그러니 조금 생각해보다 모르겠다고 다른 사람에게 미루지 않도록 한다. 노트나 휴대폰 메모장을 열어 끈질기게 물어보기로 한다.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지 못할 생각마저 숨기지 않고 끝까지 적어 내려가다 보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어 있다. 답은 언제나 싱거울 정도로 가까이에, 단순한 모습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살아오면서, 자신과 깊이 대화를 나누고 스스로 선택을 한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여 이 상황이 어렵고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다. 직접 답을 얻고 결정을 내려보면, 감당해야 하는 무게만큼 내 삶을 이끌어가는 보람이 크다는 걸 알게 된다. 한 번 두 번 하다 보면 내 향방을 직접 선택하는 일에 익숙해진다. 선택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로서, 생각보다 별것 아닌 걸 알게 된다.



회사를 그만두는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치열한 고민과 갈등, 그만두고서부터 시작되는 초조함, 줄어드는 통장잔고, 자신이 뭘 하고 싶었는지를 돌아보는 자기 직면, 해보고 싶은 일에 도전하기, 회사에 나가지 않는 사람의 일상, 그리고 회사를 다녔던 때를 되짚어보며 하는 반성. 내면의 이야기를 정말 솔직하게 풀어내고 있다.


가끔 이런 표현을 쓰고 싶은 책이 있는데, <지혜로운 생활>이 그렇다. 밀도 100%짜리 책이다.


거의 모든 페이지에 형광펜으로 그은 줄이 보인다. 그래서 특별히 좋았던 부분을 꼽아 소개하는 것이 의미 없게 느껴질 정도다. 서점에 가면 꼭 들러서 집어 보기 바란다. 일이 힘들어서 그만둘 고민을 하고 있는 당신이나, 일을 그만두고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친구에게나, 완벽한 선물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저자에게 인간대 인간으로, 진심으로 "고마워요." 라고 하고 싶다.



초반부의 몇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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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님 책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이분 글과 그림, 앞으로도 계속 보고, 읽고 싶다.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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