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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 즐라탄. 승리로 이끄는 리더십>

- 넷플릭스 다큐 '더 라스트 댄스'를 보고



넷플릭스 다큐 <THE LAST DANCE> 1회 중



1.

조던도 20달러밖에 없던 시절이 있었다. 


대학 농구팀 입단후 어머니에게 쓴 편지에 

그는 계좌번호를 적고 송금요청을 하였다. 

전화요금을 내야 했기 때문이다. 


다음 편지 부칠 때 사용할 

우표도 보내달라고 한다. 


그도 궁핍했다.


-


2.

대학 초기엔 그저 그런 선수였다. 


그러나 그는 감독에게 

"누구보다 노력할거다"고 공언한다. 


그는 정말 누구보다 노력한다. 


조던은 발전하려는 의지와 능력이 있었다. 

배우고 싶어했고 빠르게 성장하려고 했다.


그것이 조던을 조던으로 만들었다.

나는 여기 '향상심'이란 이름을 붙이겠다.


-


3.

그가 입단하기 전 시카코 지역의 농구팀 

'불스'는 쩌리중의 쩌리. 

아웃 오브 안중 그 자체였다. 


시카고 지역 실내 축구팀보다 

관중이 적은 팀이었다.


프리시즌 어느 호텔에서 머물던 조던은 

팀원들이 안보여서 찾아나선다. 


문을 두드리자 신삥(?)인걸 확인하고 

'괜찮다, 열어주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팀원들이 거기 다 있었다. 


들어가서 본 풍경은. 

대마초, 코카인, 여자들. 


조던은 보자마자 

"이봐, 난 나갈게" 하고 나간다.


-


4.

회사로 치면 이런 느낌 아닐까? 

취업을 했는데 블랙기업이다. 


조던은 선수들과 어울리지 않기로 한다. 

담배 코카인 술 삼대장? 다 안했다. 


농구하고 쉬고 농구했다. 


펠프스 다큐를 본 적 있는데 똑같다. 

수영하고 쉬고 수영하고. 


김연아도 그랬다. 

훈련하고 또 훈련하고. 


스포츠 스타뿐 아니라 

자기 일의 영역에 목표의식, 

주인의식 가진 사람은 다 똑같다.


정진하고, 또 정진한다.


향상심.

당신은 향상심이 있는가?


-


5.

조던의 데뷔후 3번째 경기. 


매번 호구잡히던 숙적 팀을 만난다. 

붙었다 하면 지는 상대였다. 


3쿼터 중간 스코어 

85:76


물론 불스가 지고있었다. 


이때를 회고하는 조던의 말. 

"예전의 불스였으면 한탄이나 하고 

시합을 포기했겠죠. 


그래, 패배를 인정하고 다음 경기에서 잘하자.

 

그런데 전 이랬어요. 

'아직 안 끝났잖아?'" 


결과는? 

불스가 역전해서 이긴다.


-


6.

라커룸은 루키에게 장악된다. 


조던은 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불스는 '승리하는 팀'으로 변해간다. 


반도 안차던 경기장이 매번 꽉 차기 시작한다. 

팀을 넘어 도시가 활기로 가득차기 시작한다.


-


7.

이탈리아 축구팀중에 AC밀란이 있다. 


레알마드리드 다음으로

챔피언스리그 우승횟수가 많은 명문이다.


그러나 즐라탄과 실바를 PSG에 보내며

하락세가 이어진다.


챔스는 커녕 

리그우승도 9년째 못하고 있다. 


리그 우승은 커녕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도 못딴지 오래됐다. 


심지어 13년~16년 성적은 이렇다.

8위-10위-7위

(6위까지 유럽대항전에 나갈 수 있다)


챔스도 유로파도 못 나갈 수치다.

중위권 팀이라 불리는 지경이 된다.


-


8.

19-20시즌은 하강 사이클 중 최악의 해였다. 


13라운드를 마치고 리그 순위 14위. 

분위기만 보면 강등도 가능할 느낌이었다. 


감독이 경질됐다. 

그리고 겨울이적시즌 즐라탄이 돌아왔다. 


'돌아왔다'고 한 것은 


가장 최근의 우승인 10년 전

AC밀란에 리그우승을 안기고 떠난 것이 

즐라탄이기 때문이다.


-


9.

떠날 때 즐라탄은 한국나이로 서른, 

그러니까 스물 아홉이었다. 


축구선수의 전성기를 이때로 본다. 

피지컬과 노련함이 가장 많이 결합되는 시점.

 

돌아온 즐라탄은 39세. 

한국나이로 마흔이다. 


옛날같으면 은퇴한지 한참 지났다. 


스포츠 의학이 발달하기 전 축구선수는 

34세를 넘기지 못하고 

은퇴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


10.

스포츠의학이 발전했다고 해서

전부 34세 넘어 롱런하는 것 아니다. 


계속해서 자신을 관리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실력이 없으면 이름값이 어쨌건간에 

젊은 선수들에게 퇴물이라 멸시받으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아드레날린 넘치는 젊은 운동선수들이 

말을 들어먹게 하려면 그럴만한 무엇이 필요하다.


다시 향상심.


-


11.

캄피오네. 

이탈리아어로 챔피언이란 뜻이다. 


승리경험이 있고, 승리해야만 하는, 

승리를 갈망하는 종류의 사람이다. 


즐라탄이 합류한 후 

AC밀란의 후반기 성적만 계산하면 

AC밀란은 리그 우승 감이었다. 


-


12.

잠깐 조던으로 돌아간다. 


문을 열었을 때, 여자와 마약이 보이던

호텔에서의 경험을 뒤로하고 

조던은 마음먹는다. 


"팀 최고 선수가 누구든간에 

난 그 사람만 노린다." 


팀내 최고실력자가 되겠다는 말이다.


-


13.

불혹의 즐라탄이 한 것과 

루키 조던이 한 것은 같은 종류의 일이다.

 

실력으로 증명하고 인정받은 후 

팀에 승리의 유전자를 불어넣은 것. 


진짜 챔피언의 유전자를 가진 리더는 팀을 바꾼다. 


팀에 강력한 에너지를 불어넣어서 

이기는 체질로, 이기는 유전자로 바꾼다.


-


14.

변화의 원동력은 자기 자신이다.


다큐속 등장인물이 조던에 대해 한 말이다. 


"마이클은 매 경기를 마지막인 것처럼 뛰었어요. 

대충 뛰는 날이 없었죠. 


자기가 뛰는 모습을 처음 보는 사람이 

언제나 있다는 걸 알아서 항상 최선을 다했죠." 


불붙은듯 살아가는 사람의 에너지는 

전염성이 있다. 


다만 모두가 옮겨붙는 것은 아니다.


-


15.

교세라 그룹의 이나모리 가즈오는 

인간을 셋으로 구분했다고 한다. 


자연성, 가연성, 불연성.


<자연성: 스스로 불붙음>

- 조던, 즐라탄같은 선수들. 스스로 성장한다.


<가연성: 불이 나면 옮겨붙음>

- 밀란에서 즐라탄이 온 이후로 '갱생했다'

는 소리 듣는 케시에, 찰하노글루 같은 선수들

(타인의 열정에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


<불연성: 불이 붙지 않음>

- 즐라탄이 오건 조던이 오건 

나는 발전하고 싶지도 성장하고 싶지도 않으니 

내버려둬라는 느낌이랄까. 


성장하지 않는 것도 충분히 개인의 선택이지만 

이런 선수가 많은 팀은 

절대 리그우승은 할 수 없을 것다. 


프로게이머중에 즐겜러 없다.


-


16.

다큐를 보고 쓰며 생각하며 

내 인생의 영역과 자꾸 겹쳐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 

지금 나는 어떤 사람인지, 

지금 내 주변 사람들은 어떤 사람인지. 


단순히 스포츠팀이나 일의 영역만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 시작되는 긍정적 영향력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 등등.


-


17.

내 결론은 다음과 같다. 


내가 만약 조기축구회나, 

동호회 농구팀이라면 즐겜러 OK. 

괜찮다. 


그러나 내가 프로축구선수나 

프로농구선수라면 괜찮지 않다. 


팀의 즐겜러는 조별과제 잔혹사처럼 

느껴질 것이다. 


내가 즐겜러 생활하고 싶다면 

은퇴하고 다른 일을 하며 즐겜하는게 낫다. 


나를 포함한 모두에게. 

불이 옮겨붙어 같이 타진 못할지언정 

찬물을 맞는 것도, 끼얹는 것도 질색이니까.


-


18.

그(타인으로서의 '그'가 아니라 

어느 시점의 '나'일수도 있는)를 

인간적으로 미워할 필요도 없다. 


여행지에서 만나면 좋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다만 전투현장에 같이 있으면 

함께 위험해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하나 기억할 것은, 

사람은 시기에 따라 자연성이었다가 

가연성이였다가 불연성일 수 있다는 것이다.


-


19.

그러나 챔피언, 캄피오네는 

커리어 대부분이 자연성인 사람임 또한 기억한다.


꺼지지 않을 불처럼 활활. 타오르는.



*몇 달 전에 쓴 글을, 퇴고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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