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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의 90%는 망한다. 왜냐하면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소화하기


시장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이 없다는 말에는 채산성이 확보될만한 크기의 시장이 아닌 경우도 포함한다. 


'이런거 있으면 팔리겠지?' 하고 만들지만 대부분의 경우 팔리지 않는다. 저자 표현으로 '생각 랜드', 우리가 흔히 쓰는 표현으로 '뇌피셜' 사업 아이템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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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구글 엔지니어 출신이다. 벤처 캐피털에게 36억 원 가량을 투자받아 18개월만에 1200억 짜리 회사를 만들어 팔았다. 성공한 커리어다. 


다음 사업계획은 세계 최고의 VC 3곳에게 300억원이나 투자받았다. 모든 것을 정석대로 했다.


최고의 분석가들을 동원해 시장조사를 했다. 전망이 좋았다. 뛰어난 인재들을 모아 팀을 꾸렸다. 5년 동안 미친듯이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망했다. 제대로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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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 출신답게 처절한 복기를 통해 정리했다. 


1. 왜 실패했는가?

2. 실패할 확률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실패하지 않는 법 따위는 없다. 모든 것을 잘 해도 실패할 수 있다.)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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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실패하는가?


사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1) 출시하지 못해서

2) 운영을 잘 못해서

3)출시하는데 성공했고, 운영도 잘 했으나, 사람들이 관심을 주지 않아서.


동의하는가? 사실 이 중 두가지는 껍데기다. 주범이 아니라 공범이다. 진실이 아니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본질은 아니다. 


1,2,3 중 주범은 누구일까? 잠시 생각해보고 스크롤을 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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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이다.


사람들이 관심이 없었다. 없는 시장(혹은 있으나 미약한) 시장에 대고 쉐도우 복싱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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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잘못되면 사람들은 항상 서로를 탓한다. 개발, 영업, 마케팅, 운영, 기획 모두가 서로를 탓한다.


"니가 못해서 그래, 니가 못해서 그래."


진실은 이것이다.


모두가 잘했어도 실패할 수 있다. 그저 잘못된 표적(시장)을 향해 모두가 열심히 달려갔을 뿐이다.


어벤져스 다 모여서 타노스한테 쳐들어갔는데 정작 타노스는 지구에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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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실패할 확률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오류 1) 없는 시장을 있다고 착각한다

오류 2) 있는 시장을 없다고 착각한다


두가지 오류를 제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소위 시장조사를 한다. 시장조사는 데이터에 근거한다. 


데이터가 필요한 것은 맞다.


다만 가짜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에서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한다는 점을 모를 뿐이다. 시장조사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가짜 데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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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데이터를 뜯어보자.


A. 이때까지 이런 아이디어는 없었다.


B. 비슷한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1) 안했다

(2) 하고 있다 (출시x)

(3) 했는데 망했다

(4) 해서 잘됐다


A+ B(1,2)의 경우: 얻을 데이터가 없다.


B(3,4)의 경우: 얻을 데이터는 있으나 당신에게 유효하지 않다. 당신이 시나리오 작가라고 가정하자. <기생충>의 성공을 보고 <기생충>같은 작품을 쓴다고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이 있는가? 없다.


그래서 진짜 데이터:나만의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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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저자는 이 책을 '실용서'라 정의했다. 


정의에 걸맞게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방법론을 쭉 제시한다. 그중 핵심적인 것들 위주로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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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XYZ가설 (*한국어순에 따라 조금 변용하겠음)


X라는 특성을 가진 사람들의 Y%는 Z라는 행동을 할 것이다.


아무거나 생각나는 대로 예를 들어보겠다.


X: 요가를 주 1회 이상하는 20대 남성 중

Y: 5%는

Z: 남성용 요가복을 구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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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런 가설을 세웠다. 검증하려면 보통 어떤 수순을 밟는가?


1) 남성욕 요가복 시제품을 만든다.


2) 팔아본다.


3) 결과를 가지고 (수익금, 구매율) 다시 상품을 만들거나 투자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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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1) 남성욕 요가복 시제품을 만든다.


이 짓을 하지 말라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그럼 어떻게 검증하냐고?


'프리토타이핑' 하라.


프리토타이핑은 저자가 만든 말인데, 내가 소화하기에는 단어가 계속 안 붙고 타인에게 설명할 때도 어려워서 대체할 말을 찾았다.


시제품을 만들어 팔아보는 것을 시제품 판매 테스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말은 '가상' 시제품 판매 테스트를 하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시제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시간비용과 금전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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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시제품 판매 테스트를 정확히 이해하고 넘어가자. 쉽게 이해하려면 텀블벅이나 와디즈같은 펀딩 사이트를 떠올리면 된다.


아직 실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아이디어에 -> 사람들이 얼마나 투자하는지 보고 -> 만들어서 -> 출시한다. -> 후기를 보며 개선해서 -> 2차, 3차, 계속 만들어서 출시한다. -> 일정 궤도에 오르면, 펀딩은 그만하고 자체 사이트를 만들어 판매한다.


여기까진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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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대체 '가상 시제품 판매 테스트'라는 것을 ?????어떻게????? 하는가


이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책에는 아이템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8가지의 방법론과 수많은 사례가 나오지만 소화하기 쉽게 하나만 뽑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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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yz가설: 레니즈 코인 세탁소 이용객의 50%는, 자동 빨래 개기 기계에 2달러를 내고 사용할 것이다.


검증: 레니즈 코인 세탁소 이용객의 12%가 자동 빨래 개기 기계에 2달러를 내고 사용했다.


검증 방법: '프로토타임(시제품)'을 만들어서 -> 레니즈 코인 세탁소를 빌려 -> 설치한 것이 아니다.


건조기를 개량해 뒤편에 비밀 공간을 만들고, 사람들이 돈을 넣으면 녹음된 기계 장치 소리를 재생했다. 손으로 빨래를 갠 다음 기계 입구에 놓은 후 종료를 알리는 방울 소리를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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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론은 아이템과 상황에 따라 무수히 달라질 수 있다.


핵심은 시제품을 만드는 시간과 에너지와 자본비용을 아껴 '가상의' 시제품으로 시장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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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할 때 유효한 것은 '적극적 투자 점수'다.


의견, 격려, 비난, 살 것 같다는 5점 척도 설문지의 답변 비중 같은 것은 전부 무효다. 0점이다.


실제로 사용하는 이메일은 1점, 실제로 사용하는 전화번호는 10점, 30분의 시간을 내주었으면 1분당 1점해서 30점, 5만원을 내고 우선구매자가 됐다면 천원당 1점 해서 50점


이렇게 실제적 가치가 있는 비용을 지불한 경우가 유효타다. 이런 점수를 토대로 다음 실험을 설계하고 다시 검증한다.


이것이 가짜 데이터가 아닌 진짜 데이터다. 이런 데이터가 있으면 자신이 계속 투자하기도 좋고 타인에게 투자받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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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검증된 아이디어, '될 놈'을 찾아냈다면? 이제 시제품을 만들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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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책 앞부분에 이런 명제가 있다.


대부분의 신제품은 시장에서 실패한다

유능하게 실행해도 마찬가지다


프리토타이핑 = '가상 시제품 판매 테스트'를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그 자체가 성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다만 이 방법론은 '유능하게 실행해도' 실패할 확률을 줄여준다.


펀치를 아무리 강하게 날려도 허공을 치면 제 힘에 고꾸라지는 것이 당연하다. 힘이 부족해서, 유효타가 부족해서, 나보다 먼저 KO시킨 사람이 있어서, 내가 먼저 맞고 쓰러져서 등 많은 경우의 수가 있겠지만 적어도 '실체있는' 싸움을 하게 되는 것이다.


엄한 곳에 삽질하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이 책의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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