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고 지금은 아니다

오랜만에 길에서 만난 동네 누나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했다. 긴 머리는 짧아졌고 밝은 민트색 코트는 검은 패딩으로 변했다. 그래도 친절한 말투는 여전해서 다행이었다.

누나는 날 보더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고 했다.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몸은 힘들었어도, 재미있고 걱정도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힘들다고 했다. 섣부르게 뭐가 힘드냐고 묻지 않아 다행이었다. 대신 얼마 남지 않은 나의 퇴사 이야기를 했다. 누나는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묻는 대신 ‘많이 힘들었구나’라고 했다.

집에 거의 도착했을 때, 시곗바늘은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누나는 장바구니에 담긴 야채를 보여주며 집에서 남편이랑 저녁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곤 다음에 만나면 꼭 밥을 사주겠다고 했다. 헤어지는 말로, 옛날에 알던 사람을 만나는 게 너무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