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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필 Jan 25. 2019

여유와 담배

어스름한 저녁 빛이 내릴 때쯤

우리는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과 새우깡 하나를 샀습니다.

맥주는 작은 캔, 1350원입니다.

동네 하천에 앉아 '탁' 하고 맥주를 깝니다.

걸어오면서 흔들렸는지 거품이 올라옵니다. 재빨리 입을 댑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친구가 캔을 살짝 듭니다.

자연스럽게 캔과 캔을 부딪칩니다.

둔탁한 소리가 납니다.

뒤쪽으로는 풀벌레 소리가 들리고 천에는 가로등 빛이 비칩니다.

우리는 별 이야기 없이 새우깡만 사각사각 씹었습니다.

갑자기 그는 이번에 만든 곡이 있다며 들려줬습니다.

조용한 강가에 노래가 번집니다. 귀에서는 여전히 새우깡이 사각거립니다.

노래가 어떤지 물어봅니다.

괜찮긴 한데 너무 느린 것 같다고 했습니다.

다시 풀벌레 소리가 들립니다.

그가 일어나 담배를 피우러 갑니다.

연기가 가로등 빛에 비쳐 하얗게 퍼집니다. 허공에 잠시 머무르다 이내 사라집니다.

연기의 모양이 눈에 익어갈 때쯤 그가 담배를 끄고 돌아옵니다.

다시 자연스럽게 캔과 캔을 부딪칩니다.

둔탁한 소리와 얇은 소리가 동시에 납니다.

내가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집안 이야기, 취업 이야기, 시시콜콜한 사는 이야기.

볼 때마다 하는 비슷한 이야기가 오늘은 친구의 마음을 발기발기 휘저었나 봅니다.

그는 다음 달이 되면 여유가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담배를 태우러 갑니다.

연기를 내뿜습니다. 한숨일까요.

연기가 더 긴 꼬리를 만들며 멀리멀리 퍼집니다. 퍼지면서 사라집니다.

다시 그가 돌아와 캔을 부딪칩니다. ‘팅’하는 소리가 가야 할 때인 것을 말합니다.

우리는 자전거에 탑니다.

가로등 빛이 길을 밝히는 검고 하얀 길을 아무 말도 없이 달립니다.

삐걱거리는 페달 소리만 간간히 들립니다.

우리는 앞만 보고 다리를 바쁘게 움직입니다.

발걸음은 페달에 묶여 아무리 달려도 페달이지만

부서져라 움직이고 움직이고, 움직이고 또 움직입니다.

움직여라 부서지고 부서지고, 부서지고 또 부서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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