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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르하나 Aug 20. 2021

고통에 대한 관점

인간은 여러 고통과 함께 살고 있다. 그것은 배고픔이 될 수도 있고, 상처로 인한 통증일 수도 있으며, 혹은 억압되고 통제되어 자유를 잃어버린 상태일 수도 있다. 과거의 기억이 심리적인 압박이 되어 재생산되거나, 친숙한 존재와의 이별이 고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상황이나 일이 반복되어 오는 지루함과 같은 권태도 인간이 느끼는 고통 중의 하나이다. 인간은 그 모든 고통을 제거하기 위해 나름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몸을 가진 한 신체적 고통은 따르기 마련이고, 정신을 가진 한 정신적 고통은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는 고통이라는 것이 다가왔을 때 몸과 마음에서 느껴지는 불편감 때문에 성급히 피하려고만 한다. 그러나 이 세상은 안락함만을 위해 존재하지는 않는다. 고통 자체가 삶의 한 부분이다. 자연은 치열한 경쟁과 투쟁으로 균형 잡고 있으며, 그 치열한 삶을 이끄는 가장 큰 동력 중 하나가 바로 고통이다. 


강한 비바람이 불면 다수의 설익은 열매들은 떨어져 나간다. 가지가 꺾이고 뿌리째 뽑히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고 나면 남은 열매들은 더욱 튼실해진다.

우리 삶에도 비바람은 찾아온다. 지금까지의 일이나 생각들 중 설익은 수많은 것들이 떨어져 나간다. 불필요한 가치가 무너지고 의지가 꺾인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변화할 수 있다. 새로운 현상을 받아들이고 성장할 수 있다. 인간도 자연과 같은 순환의 과정을 밟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순환적 삶의 나선을 이해한다면 고통에 대한 과장된 두려움을 줄일 수 있다. 그것은 두려운 것이기 이전에 피할 수 없는 중요한 과정이다. 인간은 고단함과 역경을 거치면서 변화의 갈망과 성장의 동력을 키운다. 


고통이 없는 세상은 가능한가? 

가능할 턱이 없다. 왜냐하면 고통을 경험하는 것이 인간 존재의 이유 중 하나이며, 그것을 통해 인간은 변화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통이 없다면 인간은 쾌락으로 치달을 것이요, 양만 있고 음이 없으므로 기화된 듯 그렇게 사라져 버릴 것이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인간은 그 변화에 따른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는다. 세상은 단지 그렇게 흘러갈 뿐이지만, 인간은 변화를 선도하기보다는 끌려가는 입장이니 매 순간의 변화가 고통으로 다가오기 쉽다. 하지만 그 고통이 정체된 의식을 깨운다. 고통은 인간이 스스로를 바로 잡고 진화할 수 있도록 계속된 자극을 준다. 고통에 대한 민감성은 생존의 가능성을 높이고 다채로운 경험을 가능케 한다.  

고통이 다가왔을 때 피하고 싶은 마음은 인간으로서 너무나 자연스럽다. 때문에 피할 수 있다면 피할 것이다. 그러나 원천적으로 모든 고통을 다 피할 수는 없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고통을 완전히 사라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고통의 존재성을 이해하고 이용하는 것이다. 고통을 고통으로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을 성찰과 배움의 도구로 전환하는 것이다. 

고통이 클수록 변화의 시점에 다다른 것이다. 자신을 돌아보기에 매우 좋은 환경이 조성된 것이기도 하다. 하나의 고통을 이해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의식은 진화하고 확장하며 황홀한 기쁨을 맛본다.

작은 신호에도 자신을 돌아보고 그것을 화두로 삼을 수 있다면 고통은 경감될 수 있다. 그럴 때 그 고통은 제 역할을 한 것이고 인간 또한 인간으로서의 본분을 다한 것이니 그렇게 고통은 지나간다. 이 과정을 이어가면 마음의 평화는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 삶의 본분을 잊어버리거나 변화의 다음 마디가 무르익게 되면 고통은 인간이 제 역할을 하도록 친구로서, 스승으로서, 동반자로서 다시 찾아올 것이다.

자연은 창조와 파괴의 리듬으로 변화하고, 생명은 쾌락과 고통의 리듬으로 요동친다. 멈춘 것들은 삶에 대한 고통은 없겠지만, 그렇게 이 세상에 존재할 수도 없는 것이다.


빛의 춤 - YES24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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