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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이 된 공무원입니다

[짱무원 8화] 이제 나는 어디쯤 와있을까?

by 짱무원


안녕하세요, 짱무원입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전에

오늘 작성할 주제를 생각해 보면서

제 공무원 생활 5년을 천천히 되돌아봤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른이라는 이 시점에서

나는 과연 어디쯤 와 있을까?”


공무원으로 일한 지 벌써 꽤 시간이 지났고

제법 익숙해졌다고 느끼는 요즘,

제 삶과 커리어를 한번 정리해보고 싶어 졌습니다.


오늘은 제 이야기로 시작해보려 합니다.




처음 공무원을 준비하게 된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싶다.”


사실 저는 원래 학교라는 공간을 좋아했고

처음엔 교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임용고시는 너무 어렵고,

주변 친구들도 뛰어들었다가

나가떨어지는 그런 모습을 몇 번 보다 보니

도전할 용기가 쉽게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다가 선택한 게 공무원이었고

결국 교육행정직 공무원이 되었답니다.


하지만 현실은 상상과 꽤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급여계산부터 물품관리 등

빈약하고 초라한 인수인계 때문에

배울 게 많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또한 사회 초년생으로서 적응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데다가 집과 직장이 멀어

출퇴근 자체도 체력적으로 버거웠습니다.

처음부터 보수적인 곳에서 사회생활을 하려니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라도 좀 많이

해놨어야 하나 싶은 고민까지 해봤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원하던 일과는 좀 다른데…’라는

속상한 생각을 자주 했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저는 행정실에서 막내로 일하고 있습니다.

급여업무 외에도 기록물, 물품, 시설관리까지

다양한 일을 맡고 있으며, 사실대로 말하자면

여전히 일이 재미있다고는 말 못 하겠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익숙해진 부분도 있고,

실장님이 좋으신 분이라는 게 큰 위안이 됩니다.

일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일단

조직 분위기가 좋아서 버티는 데 힘이 됩니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누가 봐도

‘안정적’이라고 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늘 고민이 따르는 직업입니다.


이 길이 맞는 걸까, 난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이 계속 따라다니는 직업이라

늘 고민과 성찰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번 그만두면 다시 들어올 수 없는 곳.


남들이 보기에는 편해 보이고 좋아 보이지만

막상 들어오면 완전 최고라고 하기는 애매한 곳.


제가 아무 생각 없이 일만 할 수 있다면,

혹은 아예 반대로 무조건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승진을 할 수 있는 사기업에 갔더라면,

또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서른이라는 나이, 되돌아보게 되는 순간들이

점점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요즘은 스스로에게 자주 질문을 던집니다.


“넌 정말 원하는 삶을 살고 있니?”

“5년 뒤, 나는 어떤 모습으로 일하고 있을까?”


서른이 되어보니, 아직도 너무 서투르고

미숙하다는 걸 많이 느낍니다.


어릴 땐 서른이면 완전 ‘으른‘처럼

결혼도 하고 차도 있고 집도 있고

멋지게 사는 커리어우먼이 될 줄 알았답니다.


친구들 중에는 이미 1억을 모은 친구도 있고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는 친구도 있고

차를 끌고 다니는 친구도 있습니다.


종종 그 친구들과 나를 비교하게 되고

괜히 마음이 복잡해질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비교 끝에 돌아오게 되는 건

결국 나 자신에 대한 관심과 집중입니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나?”라는 질문에

적어도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대답할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요즘 제가 가지고 있는 가장 현실적인 목표는

일단 7급으로 승진하여 학교가 아닌

교육청에서 일해보는 것입니다.


제가 학교와는 다른 환경에서,

좀 더 행정적인 시스템 안에서 일해보게 된다면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그런 상상을 해보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교육청처럼 큰 물에서 노는 게

더 맞는 사람일 수도 있고,

운 좋게 파견 업무도 도전 가능할지…

혹은, 와 여긴 정말 아니다! 하며

사직서를 제출하고 다른 길을 찾을 수도 있죠.


지금처럼 급여나 4대보험 같은 업무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은 상태입니다.


막내만 한다는 [기록물물품시설]

3종 세트는 작별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저는 숫자보다 문장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서류보다 소통과 관계에 관심이 많으니까요.


언젠가는 브런치 글의 주제가

’교육청에서 일하는 삶‘으로 바뀐다면,

그때도 저는 여전히 이곳에서 글을 쓰고 싶고

그 글들을 찾아주는 분들이 계시길 바라봅니다.




지금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는 가치는

‘건강’과 ‘경제적 독립’ 입니다.


몸이 아프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돈이 없으면 그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비상금 500만 원이라도

꼭 확보해 두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답니다.


공무원의 장점 중 하나는 보너스 형태의 수당이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것입니다.


명절휴가비, 정근수당, 상여금 같은 수당이

들어올 때마다 그 돈을 아껴서

비상금 통장에 모으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가급적 지출을 줄이고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기면

그 돈으로 스스로를 지키고 싶기 때문이죠.




서른이라는 나이는 어쩌면 두루뭉술하게

고민이 많아지는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릴 땐 막연하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나는 직장에 안 다녀도 되겠지? 하며

철없이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대학생 때는 공부가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고,

몇십 년 동안 저를 키워준 엄마와

돈을 벌어온 아빠가 얼마나 대단한 거였는지,

저는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서른 살이 되고 독립을 하고,

부모님도 아프시기 시작하면서,

단순하게 “일 안 맞으면 관두면 되는 거 아니야?”

이런 어린아이 같은 생각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게 어른.. 이 되는 과정이라고 봐야 할까요!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무작정 달리기엔 지쳤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멈추기엔 아직 갈 길이 멀죠.


저는 지금 그 중간쯤 어디에서 서서

앞으로 내가 가고 싶은 길을

하나씩 짚어보는 중입니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건

더 좋은 직장이 아니라 더 나은 내가 되는 것.


그래서 오늘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창한 어느 주말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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