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기록
산책 길을 나서면 빌라, 아파트, 단독주택의 반복. 사람만큼 집도 많다. 산책하면 보이는 게 그것 뿐이다보니 베란다를 유심히 보는 취미가 생겼다. 그 집에 사는 사람을 조금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라이프 스타일이 나와 어떻게 다른지 호기심이 이는 것이다. 베란다를 대강 훑다 보면 이야기가 자란다.
정체 모를 짐이 꽉꽉 들어찬 베란다. 세탁기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깔끔한 베란다. 각 잡혀 널린 빨래. 시든 화분이 조르륵 진열된 베란다. 멋진 자전거가 있는 베란다. 캣타워에서 잠에 늘어진 고양이가 있는 베란다. 커피 테이블이 있는 베란다. 블라인드가 쳐 저서 볼 수 없는 베란다. 아기용 스티커가 붙어있는 베란다. 생선을 말리고 있는 베란다. 매일 같은 시간마다 개 짖는 소리가 나는 베란다. 우산 10개가 걸려있는 베란다. 러닝셔츠를 입고 담배를 피우는 아저씨가 사는 베란다.
어느 날은 참새 떼가 드나드는 베란다를 발견했다. 아래에 있는 커다란 나무에서 베란다로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즐거워 보였다. 처음엔 그 집 베란다에 먹이통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없었다. 그 뒤로 한 동안 그 집 베란다를 쳐다보게 되었다. 저 정도로 요란하게 오가면 집주인이 모를 리가 없겠고, 내가 지나가지 않는 시간에 먹이를 주는지도 모를 일이지. 그 참새 떼를 보고 있으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서 요즘은 종종 그 앞으로 걷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