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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호 Oct 28. 2018

도문대작_新

마리아酒와 전통 그 첫번째

몇달전, 좋은 사람들과의 모임을 가진적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장소에서의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모임은 자리하기 전부터도
기분좋음을 주기 마련입니다. 그런 기분을
안고 도착한 신설동 골목 안 술집에서 참으로
다양한 탁주를 마셨더랬죠.


그많은 탁주들 중, 계속 입에 맴돌았던 이름의
막걸리가 바로 '도문대작'입니다. 국사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훑는 듯 들어봤을 법한
'도문대작'. 또 사자성어에 대한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성어기도 하네요.

그날의 모임에 가는길 내내 느꼈던 기분이기도
하구요.



고기를 파는 집을 지나면서 입을 벌리고 씹는 흉내를 내면,
그 자체로도 고기를 먹은 듯 만족스럽다.

1611년, 전라북도 익산에서 조선 중기 형조판서와

의정부 참판을 지낸 허균은 도문대작이라는 책을 씁니다. 공공연히 '식욕과 성욕은 하늘이 주신
것으로, 유교의 성인들은 욕망을 극복의 대상으로
여겼지만 그것은 하늘의 뜻이 아니다. 나는 그
가르침에 맹종할 이유를 모르겠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부끄러워하지 않던 허균은 결국,
유배중 한국의 식생활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는
도문대작을 써버립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허균의 사상은 어느정도 양명학 좌파와 맞닿아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도문대작.


조선팔도의 음식 약 117종을 기록한 이 책에는,
다과와 떡 같은 병이류의 음식 11종, 과실류 28종,
동물들의 신체부위 6종, 해산물류 46종, 각종
채소류 33종 및 기타 음식류 5종이 골고루 담겨
있습니다. 그 음식과 재료들의 산지와 특징까지도
함께 상세히 기록되어있으며, 끝으로 서울(한양
도성)의 음식 약 20여종을 계절과 재료에 따라
분류, 기록하며 갈무리하였다고 합니다. 참 엄청난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허균의 도문대작은 단순히
음식을 선별하여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방풍죽은 강릉이 제일이요, 그향기는 입에서 3일간 가시지 않는다. 새벽이슬이 앉은 방풍의 싹을 따서 죽을 쑨다. 햇빛을 오래 본 것은 좋지 않다. 알맞게 퍼졌을 때 차가운 사기그릇에 떠서 반쯤 식은 상태에서 먹는다. 반쯤 식은 상태로 적온을 맞추어 먹으면 그 향과 맛이 더욱 그득하다."



위 처럼, 허균은 그 음식과 재료의 산지를 자신의

취향과 입맛에 근거하여 선별하특정했습니다.
또한 그 식재료에 대한 다각도의 고찰을 담았으며,
최종적으로 그 음식이 섭취되기 전의 가장 적절한
모양과 온도, 그 전반의 모습까지 구체화했습니다.
요즘의 언어로 풀어내자면, 추천큐레이션까지
하나의 완벽한 스토리텔링으로 엮어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희 마리아酒 역시도, 앞글에서 말하였듯,
mariage[마리아주]라는 (와인과 함께할 때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다소 다가가 힘들다

느껴지는 개념을 쉬이 이야기와 함께 풍성하게
풀어내고 싶습니다. 술과 음식의 조합을 엮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함께할 수 있는 그림이나
문화재 와 같은 문화요소에서부터 특정 장소나
풍경과 같은 것들까지도 풍요롭게 담아낼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新 도문대작을 감히
꿈꾸면서요.   






그래서 첫번째 전통주로 도문대작을 골랐습니다.

솔잎주, 창포주와 더불어 강릉의 5대 명주인
방풍주를 복원한 10도의 막걸리로, 방풍도가에서
빚어내고 있는 막걸리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마신 약 7종의 청,탁주 중 가장 맛있었습니다.


 드라이한 향과 단맛이 거의 없이 씁쓸하고 단호한
 끝맛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탄산이 과하지
 않고 훌훌 넘어가는 것으로 보아 곱게 빚어지지
 않았나 싶었구요. 다른 막걸리보다는 상대적으로
 도수가 높지만, 바디감이 그리 무겁지 않으니,
 도수의 부담감 역시 어느정도 상쇄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날의 도문대작.



함께한 음식은 보쌈이었습니다. 도문대작의 뜻을
 생각하고 곁들인 음식은 아니었지만, 도문대작과
 참 잘 어울리는 조합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보쌈과
 함께 나온 나물과 맵지않았던 묵은지 또한 좋은
 조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날은 보쌈과 함께
 하였지만, 육회와 같은 생고기에도 잘 어울리겠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함께한 보쌈


고기와 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조합임에 분명합니다.


그렇게 좋았던 자리에서의 함께하였던 술과,
 음식이 그 '유래'라는 하나의 이야기로 이렇게
 풀릴줄은 몰랐지만, 마리아酒라는 브랜드의
 '통' 이야기로는 썩 괜찮은 이야기거리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이야기거리를 담은 술과 음식이
함께하는 자리를 '사람'들과 함께 하려합니다.
천천히 하나씩,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바라며.



The maria酒 _ 도문대작.

https://www.instagram.com/the_mari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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