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酒와 전통 그 일곱번째
겨울도 한참이 된 지난주의 이야기를 뒤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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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동지(冬至)가 일주일이 지난 주말입니다.
일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절기 동짓날,
가족과 조용히 팥죽 한 그릇하였습니다.
조선왕조실록 영조편에도, 어머님의 제사를
다녀오던 영조는 거리에 있는 노인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따뜻한 동지팥죽을 내어주니_
라는 구절이 실려 있듯, 동지 팥죽은 귀신을
쫓는 그 역할뿐만 아니라, 겨울철 사람들의
마음까지 조용하고 투박하게 위로할 수 있었던
음식이지 않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팥죽
차분하고 따뜻하니 좋더군요.
연말은 잘 보내고 계신가요,
따뜻하고 풍요롭게.
그간 바빴던 일상에, 정신없게 치었던
환경에, 인간관계들에. 잠시 연말이라는
때를 빌려 조금이나마 따뜻하고 느긋한,
나의 시간을 보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저희 마리아酒 역시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그간 보고 싶었던 사람들과 갖고 싶었던
자리들을 챙겼습니다. 물론, 그 자리의
기억을 짙게 해줄 전통주 역시 함께 했구요.
진한 솔향에 목넘김이 부담스럽지 않은
솔송주였습니다. 일행중에 함께 자리했던
분께서 꼭 같이 마셨으면 좋겠다하여
직접 준비해주셨던 전통주로, 그날의
연말 모임의 향 역시 깊어질 수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게 되더군요.
솔송주는,
경남 함양 지곡면 개평마을의 전통주로,
조선 전기의 학자이자 성리학의 대가였던
정여창의 집안에 대대로 내려온 술로,
과거 함양 지방의 문인들은 물론, 정여창의
제사의 제주(祭酒)로 활용되어온 술입니다.
본디 이름은 그 재료였던 송순(松筍)을 따서,
송순주라 하였으나, 1996년 주조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전통주인 김제의 송순주(松筍酒)로
이미 등록되어 있어, 한글로 풀어낸 명칭인
‘솔송주’로 변경하였다고 하네요.
그 솔향이 짙었던 만큼, 그 자리에 대한 기억
또한 금방 흩어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네 남자들의 이야기가 끝났던 것 같습니다.
하루만 있으면, 아침 산 봉우리 봉우리마다
새해 첫 일출을 보러나온 사람들로, 그득하니
그득하니 붐빌 것 같습니다. 또, 올해도 역시
제야의 종소리가 보신각에서 울려퍼질 것이고,
조용히 서로의 마음들 속에 갖고 있었던 소회와
소원, 생각들을 되짚어 보는 시간이 오겠네요.
1395년 부터 그 터를 잡고 있었던 종로의
보신각. 3년뒤인 1398년 부터 그 위엄을
지켜온 보신각의 종. 임진왜란과 6.25라는
인고의 시간을 견디며 깨지고, 금이가고,
소실되어 1985년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앞에 걸렸지만, 600년이 넘은 그 소리의
울림은 여전히 그대로지 않나 생각합니다.
곧, 19년 새 아침도
종소리와 함께 시작하겠네요.
물론, 아직 2018년이 이틀이나 남았습니다.
갈무리 짓지 못한 일들과 생각들 역시
남아있을 수 있겠구요. 아무쪼록 모두들
안녕하셨으면, 또 다가올 19년도 늘 그랬듯
잘 맞이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도 남은 시간, 잘 채워넣고 새로운
이야기거리와 경험과 풍미로 다시금
찾아오겠습니다. 남은 2018년도, 다가올
2019년도 따뜻하고 풍요롭고 짙은
내음들로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the marigae 김태호(https://brunch.co.kr/@gonowtaeho)
전영환(https://brunch.co.kr/@andrewhwan)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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