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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y Aug 31. 2017

저수지로 몰고간 자동차

2013년에 대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스무 살 때 형들이 말한 것처럼 정말로 정신 차리고 보니 이제 3학년 2학기다. 그때 그 형들은 정말 아저씨 같아 보였는데 요즘은 그 사람을 거울에서 본다.




'스무 살 때'라는 게 체감으론 2년 전이었던 거 같은데, 사실 4년 전이다. 5학기나 지났는데 나는 법을 메인으로 공부하는 학과인데도  무슨 법 하나 제대로 아는 게 없다. 이번 학기에 나는 휴학을 하고 좀 쉬다가 내년 1학기에 복학할 고민도 했다. 군대도 다녀오고 교환학생도 갔다 왔긴 하지만, 휴학 없이 학교를 다니는 건 뭔가 힘들어 보인다는 대학생은 누구나 공감하는 그런 이유에서였다.


휴학을 하냐마냐를 고민하며 뭔가 이유 없이 학교 다니기 싫다는 생각을 하던 요즘, 같은 시간에 어느 곳에서는 단둘이 사는 모녀가 다가오는 2학기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했다.  휴학을 하고 돈을 모아 학교를 가거나 자퇴하고 돈을 벌면 되지,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근데 대학 등록금만 문제였을까. 아마 앞으로의 생활을 생각하면 숨이 막혀 왔을 테다.


모녀는 저수지로 차를 몰았고 다음날 물속에 숨은 차를 발견한 행인이 신고했다. 물속으로 몰고 간 차를 발견하기는 고작 하루가 걸리는데, 대학 등록금을 낼 수가 없고 돈이 없고 절망에 빠져 딸과 함께 엄마랑 함께 죽는 사람을 미리 발견하고 도와주기는 그렇게 힘든 일이다.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v/82b668d36c7e4beab2a1460b5820475d


며칠 전엔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던 중학생이 며칠 전 학원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엘레베이터에 오르기 전 두 발자국씩 움직이며 핸드폰을 잡고 전화를 하는 모습과 엘레베이터에 울면서 올라타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경찰은 스스로 교제를 한 것 아니냐는 상식 밖의 질문을 해댔고 학교는 피해 학생이 성폭행 당하도록 한 동급생과 분리해달라는 요구도 받아주지 않았다. 억울하고 무서운 일을 당해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걸 느끼면서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생각하면 한 아이가 느꼈을 아픔이 너무나도 크게 느껴진다.

jtbc 뉴스룸 https://www.youtube.com/watch?v=MzXbVlkZR-4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세상은 모두가 먹는 것, 입는 것 이런 걱정 좀 안 하고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좀 안 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신명 나게 일하는 그런 세상입니다. 만일 이런 세상이 너무 지나친 욕심이라면 적어도 살기가 힘들어서, 아니면 분하고 서러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없는 세상 이런 세상입니다."


30년 전 한 초선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연히 그래야 될 일인데도, 전혀 오지 못할 이상일 뿐인 세상이라면, 내가 공부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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