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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곤잘레스 파파 Dec 25. 2021

크리스마스 자가격리

어쩌다 밀접접촉자가 됐다.

크리스마스 이브

자가격리를 통보받았다!



원인은 어린이집 원아들의 집단감염이었다.

무려 스무 명 가까운 원아가 확진됐고,

직원 분들, 학부모들도 다수 2차-3차 감염이 됐다.  


첫째 반에만 4명의 원아들이 확진됐고,

증상에 관계없이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는

같은 반에서 생활을 했기 때문에

소식을 듣자마자 전 원아,

학부모의 PCR 검사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학부모 전원 재택근무로 지침이 변경되고,

다행히 PCR 검사 결과 모두가 음성이 나왔지만

열흘간 원아 전원이

밀접접촉자 자가격리 대상자로 통보가 내려왔다.

지난 사흘간 이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리고, 부모인 나도

아이들을 책임져야 하는 공동 격리자로 포함됐다.

예상치 못했던 연말의 육아전쟁.

게다가 밖에도 나가지 못하는

크리스마스 자가격리란

끔찍한 벌어진 것이다. ㅠㅠ


※ 이 글을 쓰는 크리스마스 오후,

3일 차까지는 어떻게든 버틸만하다

활동이 없는 아이들은 밤잠을 잃어버렸다. ㅠㅠ


크리스마스와 연말 계획은 원대했다.

근 한 달 가까이 야외 활동을 못해

오랜만에 아이들을 데리고

인적 없는 바닷가에 다녀올까 계획도 세웠고,


오랜만에 아이들을 보고 싶다며

서울에 올라오시겠다는 부모님의 방문도

죄송한 마음으로 만류했다.


어쩌다 밀접접촉자가 됐을까.

코로나 확진자가 5000명대를

가볍게 넘기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회사에 확진자가

2~3명 이상 나오기 시작하더니

결국, 어디선가 일이 터지겠구나 싶더니

어린이집에서 터지고 말았다.


간간히 아이들 한둘,

학부모 몇 분이 확진이 나오긴 했는데

어린이집이다 보니 워낙 세심하게 관리해서

사실 크게 걱정을 안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코로나는

아무리 조심하고 또 조심해도

정부 지침 다 따르고, 집 밖 활동을 안 해도

결국 어떻게든 옮기 마련이더라...

확진된 지인 케이스 몇몇을 보니.


내가 걸려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환경이다.


자가격리 24시간


솔직히 자가격리 재택근무란

육아를 겸하는 상황에서

불가능에 가깝다.


10분 놀아주고, 10분 일하고.

일하는데 아이들은 놀아달라고 보채고

이런 환경에서 집중해서 업무 처리하는 게

어찌 가능할까.


하루 종일 활동이 없는 아이들은

밤잠도 쉽게 들지 못한다.

소화가 잘 안 되고 매일 더부룩한 건 덤이다.


그래도 코로나 전후로 호황이 된

배달시장 덕에

먹고 싶은 걸 못 먹는 건 없다.

마켓에서 파는 모든 게 배달되는 시대다.  

집에만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편한 세상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작은 파티를 열었다.


집 밖은 위험해!!!

주말 온도가 무려 영하 20도 가까이

내려간다는 소식에 위안을 삼고

그래도 크리스마스 이브니까

기분을 내보자며 근사하게 차려입고

아껴둔 와인을 따고

맛난 정찬을 준비하며

우리만의 집콕 크리스마스 이브파티를 준비했다.


오랜만에 이브 드링킹을 하고 싶어

산타 할아방이 우리 집에 와야 하니

일찍 잠자리에 들자며 9시에 불을 껐지만,

낮동안 활동이 거의 없다 보니

체력이 넘치는 아이들은

밤잠이 쉽게 오질 않는다.


부모의 욕심이었나 보다.




어쨌건 열흘간의

전쟁이 시작됐다.


자매는 10분 잘 놀고

30분을 싸운다.


아이들을 다그치는

아내와 나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결국, 이브날 저녁

아이들을 혼내는 내 모습에

아내는 눈물을 훔치고 만다.


혼내는 게 다가 아니고,

잘 타이르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다독이면서 교육을 시키라고 했는데

육아의 실전은 이론서와 참 다르다.


결국, 싸움 끝에

아빠한테 혼나고

무릎 꿇고 손들다가

울고 마는 아이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너무 어렵고 힘든 육아.


신이시여,

정녕 어찌 이런 시련을 주셨나이까.

 

아홉수를 벗는 마지막 열흘의 대장정이 시작됐다.


싸우다 서럽게 우는 아이들



덧.

자가격리건 재택근무건

어떻게든 버티는 건 아무렴 상관 없으니

확진 판정받은 지인들과 아이들이

어서빨리 코로나로부터 무사히 벗어나기만을...


크리스마스 산타 할아버지가

아이들에게 회복이란 선물을 남기고 가셨으면 좋겠다.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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