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곤잘레스 파파 Jan 07. 2022

[마흔에세이 7] 흑백과 컬러

포레스트 검프의 운명 극복법

"포레스트 검프"


인생이란 복불복 초콜릿에서

그는 어떤 맛의 초콜릿을 꺼낸 걸까.


"Life is like a box of chocolates,

you never know what you're going to get"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아,

무엇을 집을지는 아무도 몰라.


불편한 다리와 떨어지는 지능으로

바보라고 놀림받으며 사교성이 떨어졌고,

평생 사랑하는 사람

멀리서 지켜봐야 했던 인생을 생각한다면

그의 인생 초콜릿은 쓰디쓴 맛이었던 것 같고


타고난 운명을 극복해낸 재능과

결국은 쟁취한 그녀와의 사랑, 상사와의 우정,

짧지만 강렬한 끝을 함께 맺은 인생이라면

달콤한 맛이었을 것 같기도 하고.


포레스트 검프 (1994)




그의 운명은 늘 가혹했다.

격동의 현대사의 소용돌이는

한 순간도 그를 가만히 두질 않았다.


인종 차별, 케네디 암살,

베트남 전쟁, 반전운동, 워터게이트 사건까지

흑백 브라운관 속에 비추는 포레스트는

그 시대를 관통하는 사건의 중심에 서서

다채로운 컬러의 현실을 견뎌낸다.


늘, 역사의 중심에

포레스트가 있었다.


참혹한 전쟁에서 벗을 잃고,

반전운동가들의 매도를 받고,

모든 걸 포기하고 선택한

뱃전에서 폭우를 만난다.


사랑하는 연인은

늘 아쉬운 순간에

그를 떠났고,

겨우 성사된 콩깍지 인연은

연인의 죽음으로 찰나에 그친다.


"You were (너는 평생 내 마음에 함께했어)"


"I don't know

if we each have a destiny

 or we are just floating

arround accidently like a breeze.

 But I think it's the both"


저마다 운명이 있는지 아니면

바람 따라 떠도는 건지 모르겠어.

내 생각엔 둘 다 동시에

일어나는 것 같아.      



가혹한 그의 운명 속에

그를 버티게 해 준 힘은 무엇이었을까.


제니는 떠나기 전,

포레스트에게 묻는다.

"베트남에 있을 때 두려웠어?"


포레스트는 망설이던 끝에

주어진 운명에서 느낀

아름다운 순간들을 묘사한다.

 

참혹한 전쟁터 복판에서

쏟아질 듯 내리는 밤하늘의 별을 봤고,

폭풍우가 지난 바다에서 바라본 밤하늘과

국토횡단을 하며 바라본

지평선의 석양이 좋았다.


그 순간들을 함께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제니를 위해

그는 말한다.


"You were"


벗어날 수 없는

연인의 죽음 앞에서도

그는 담담했다.


가혹한 운명을 극복하는 바보


지나온 시간들은

흑백 파노라마처럼

뇌리를 흐른다.


흑백 TV 속의 남자는

컬러의 세상을 담는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흑백의 순간들은

그에겐 늘 기억하고 싶은

컬러였는지도 모른다.  


1994년에 개봉해

30년이 지난 영화지만,

나는 마흔에서야

이 영화를 봤다.


내가 10대에 이 영화를

만났으면 어땠을까.

그리고 40대에 다시 접했으면

또 어떤 느낌일까.




많은 사람들이

주어진 운명을 비관하며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


현실은 늘 버겁고,

다가올 미래는 늘 두렵다.


그래서 늘 숨 쉬는 지금

순간들을 애써 잊곤 한다.


누구도 타인의 삶을

살아보지 못하고

감히 함부로 말할 수는 없지만

운명의 장난질을 극복한

당신의 삶은 나쁘지 않았다고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포레스트 검프처럼...




지난 120년의 굴곡진 세월,  

바람 앞의 등불 같았던

반도의 역사에서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들은

어떻게 운명을 극복했을까.


살아보지 못했지만

1920년 일제하에 태어났다면,

1950년 끔찍한 전쟁통에 태어났더라면,

1970년 시퍼런 군부독재 하에 태어났다면,

1998년 IMF 좌절 속에 태어났다면,

나는 어땠을까.


아니, 지금도 그 운명을 견디고 있는지도.


세 살배기 막내딸이

소꿉장난 중에

토끼 인형에게 마스크를 씌워주며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며

울컥했다.


한 번도 마스크를 벗고

마음 놓고 뛰어놀지 못하는 아이.

전염병이 남긴 운명 같은 2019년생 딸은

그녀에게 준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해나갈까.


삶은 늘 흑백과 컬러가 공존한다.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운/명/이/란


"Run! Forrest! Run!"


어린 시절,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피해

불편한 다리로 쫓기던 포레스트에게

제니는 이렇게 외친다.


어쩌면 그 외침이

가혹했던 운명의 장난을

비켜갈 수 있었던 동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흔에세이 1]   불혹, 퇴사를 꿈꾸는 나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