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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곤잘레스 파파 Dec 03. 2021

[마흔에세이 1]  
불혹, 퇴사를 꿈꾸는 나이

무기력을 극복하기 위한 도전

하나 둘,

정들었던 지인들이 회사를 떠난다.

왜 떠나는 걸까?

마음 속의 수많은 감정들이 요동친다.


마음에 있는 모든 열정을 다해

지난 10년간 여러 프로그램들을 만드는 재미와

정의란 무엇인지 모를 그 어떤 목표와 싸우는 호기에 사로잡혀

꽤나 열심히 회사 생활을 했다.


하지만,

좋았던 호기로운 시절의 결말이

그렇게 해피엔딩은 아녔던 듯 하다.


회사도, 나도, 내 주변들도, 이 나라 이 사회도...

코로나 여파도 있지만

뭔가 굉장히 무기력해졌다.

무기력하다라...


그렇게 10년이 지나 어느덧 내 나이도 곧 불혹이다.

지금쯤이면, 누구든 마음 속에 퇴사에 대한 욕망에 파도 한 번 치거나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밤낮없이 심신을 갈어 넣으며 열정을 쏟거나

둘 중 하나일텐데.


어느 순간,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이 과연 이 일인가 싶을 때가 있을 때.

그때, 쉼표가 필요하다!

분명한 건, 삼십대의 나는 이 일을 너무 사랑했다는 것.

지금은, 나를 위한 무언가의 변화, 그 콘텐츠가 절실하다!

 

사랑했던 30대의 나의 일들이여...


방송쟁이 프로듀서의 장점은 무엇인가?

내가 꿈꾸는 가상현실, 요즘 핫한 메타버스의 세계를

방송에서 허용 가능한 연출력으로 현실 가능한 세계로 만드는 일종의 창의적인 일이라는 점이다.


다큐멘터리스트란 현상을 관찰하고, 잘 기록하고,

시대정신을 읽어내는 사명감도 있어야하지만.

모든 현장이 있는 그대로의 관찰만으로 이루어지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어느 정도의 연출가의 해석이 필요하고,

어느 정도의 호기심과 재미를 위한 연출 기법이 필요하고,

선을 넘는 정도의 허구만 아니면,

출연자에게 감정선을 넘는 연기를 요구하기도 한다.

그게 맞는 방법은 아니겠지만, 한정된 시간 내, 오래 관찰이 불가능한

레귤러 프로그램 영역에선 어쩔 수 없이 쓰는 연출 방법이다.


이렇게 숱한 정규 프로그램들을 거치다 보니

나의 식상한 연출법에 대한 죄책감도 든다.

더 애정을 갖고, 더 진지하게 관찰하고, 가급적 더 사실적인 기록에 기반한

그런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 이렇게 퇴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이 저물었을까.


다시 한 번, 인공호흡이 필요한 시점이라.

퇴사를 꿈꾸지만 (현실적으로 퇴사를 못하는)

그래서 조그만 일탈을 꿈꿔보기로..

예능, 쇼, 휴먼, 리얼리티, 시사, 드라마... 내가 잘하는 분야는 뭘까???


나는 기획자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다.

요즘 처럼 OTT가 대세인 시대에

그저 그런 방송을 위한 콘텐츠는 그저 직장인으로서의 일로 치부하고,

<오느른>의 별 PD처럼 나도 내가 잘 할수있고,

내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분야의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어차피 애둘이라,

당장 불혹의 퇴사는 요원한 꿈만으로 남겨두고.

 

이제부터 뭔가, 성과가 있는.

지금 이 순간 나만이 할 수 있는 그런 콘텐츠의 기록들.
그게 딸들과 함께하는 여행이어도 좋고,

못하는 요리여도 좋고,

무언가 새로운 목표에 대한 도전도 좋으니...


이제 시간이 날때마다 무자본, 무소득의

<바보 아빠> 기록 사업을 한 번 시작해볼까 한다.


이렇게 그냥 물 흘러가듯 보내기만은,

내 청춘과 내 불혹이란 나이가 아까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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