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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곤잘레스 파파 Feb 01. 2022

[1] 비포 선셋 - 무의도 하나개

"아빠, 바다 보러 가자"

라라랜드 선셋 포인트 (feat.하나개팜)


"아빠, 바다가 보고 싶어요"


큰 딸이 갑자기 바다 타령이다.

제주도 한 달 살이를 하면서 실컷 보던 게 바단데

막상 바다 하니 생각나는 건

강릉 앞 푸른 바다와

태안에 펼쳐진 너른 갯벌이다.


작정하고 1박은 치르고 와야 될 심산이 아니면

내게 바다는 늘 사치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따님의 간곡한 부탁에

어김없이 검색창에

<서울 근교 바닷가>

<아이와 가볼 만한 바다>

갖가지 키워드를 떠올려

초라한 구글링 실력을 바닥부터 끄집어내는데.

(그런데 웬걸?

요즘엔 인스타 검색 하나면 다 되더라)


많은 후보군을 제치고

가장 눈에 들어온 건

<인천공항>과 <영종도> !!!


강화도는 가끔 떠올렸지만

초지대교 입구의

지겨운 병목현상을 견뎌낼 힘이 없어

포기하던 찰나.


아주 시원하게 뚫린

인천공항 고속도로와

설마설마하던 을왕리 해수욕장이

똬~앟 하고 눈에 들어온다!


나의 바닷가 다이어리


겨울 바다는 버겁다!


매서운 바람을 견뎌내고

신발을 뚫고 들어오는 모래들을 훑어내야

겨우 파도소리가 들린다.


거북이 어항에 담아 줄

조개와 자갈 몇 개를 주웠다.


바다가 보고 싶었던

큰 딸은 추위와 모래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좋아서 바다로 바다로

뛰어간다.


'아이야!

서귀포 밤바다가 그립단다.

아빠는... ㅎㅎㅎ '




을왕리 바다는 신의 한 수였다!

무엇보다 걷기에 딱 좋은

사이즈의 해변을 가졌고,

아이와 점심을 때우기

적당한 식당들이 많고,

무엇보다 집에서 1시간 내로

도착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


바닷가 주변으로

언제 생겼는지 모를 정도로

멋진 카페가 늘어섰다.


게다가 요즘은

공장 크기의 대규모

베이커리가 왜 이리 많은 지...

저기 나오는 빵의 공급량을

다 감당할 수 있겠나 싶다.


C27 다운타운 : 층마다 각기 다른 매력이 넘치는 영종도 카페


영종도 마시란 해변가에

층마다 이국적인 풍경으로 치장된

이색적인 카페가 있다.


다행히 코로나 시국이라

층마다 한산했고,

갯벌이 잘 보이는 소파에

자리를 잡고 볕을 쑀다.


멋진 바다 풍경이 보이는

자릿값 내고 먹는 커피값이라

밥값보다 비싼 안주값이라 생각하고

커피에 치즈케이크를 들이켠다.


아이들 덕분에 오게 된 바다지만

아이들이 없었더라면

오롯이 책 한 권 뚝딱 하기에도

너무 좋은 곳이라 상상만 한다.


영종도와 무의도를 잇는 다리


10년 전, 무의도를 오려면

뱃길로 와야 했다.


뱃길로 약 10여분,

멀지 않은 섬이지만

오가는 배편에서

갈매기에게 새우깡 주는 재미가

꽤나 있었는데.

이런 낭만적인 풍경은 저리 가고

이제는 편하게 차를 타고

바닷길을 건넌다.


2019년부터 개통된 무의대교라,

격세지감이다.



영종도에서 반나절을 보내고

들어온 무의도는

스치듯 반짝이다!


북서쪽의 실미도를 비롯해

남동쪽의 소무의도에 이르기까지

하나개 해수욕장, 국사봉, 호룡곡산까지

며칠은 둘러봐야 마음 놓고

돌아볼 꽤 규모 있는 섬이지만

오늘은 그저

바닷가를 보는 데 만족하기로 했다.  


고구마 하나에 행복한 아이들


고구마 굽는 난로

누가 낸 아이디어일까?


여기까지 온 겸,

서해안 선셋은 보고 가야

하루 일정은 제대로

소화한 기분이 들 것 같다.


추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몇 시간씩 기다릴 엄두가 안 나

인근 바닷가를 돌다가

급한 마음에 들어간 곳에

이 획기적인 아이템이 있었다!


하나개 해수욕장 인근에

거대하게 들어선 식물원 카페

바로 "하나개 팜"이야기다.


물론, 성인 1인당

커피 1잔이 포함된 입장료가 있지만

고구마 굽는 비닐하우스 난로를

빌릴 수만 있다면.

안에 있는 식물원 구경은 덤이다!


직접 화로에

땔감을 넣는 재미도,

그 위에 은박지에 싼

고구마를 굽는 재미도,

고구마가 익는 동안

짬을 내 잔디밭에서

아이들이 공을 굴리는 걸

바라보는 맛도.

입에 고구마 먹었다는

흔적을 남긴 아이들의 표정도.

모든 게 커피값에 포함된

보장된 명화였다.


비포 선셋.

해가 지기 전에 만난

최고의 작품들.

그리고, 우리는

최고의 일몰을 만났다!


무의도 선셋



"아빠랑 딸이랑" (비포 선셋길)

서울 → 영종도 → 을왕리 해수욕장 → 황해 해물칼국수

→ C27 다운타운 → 무의도 → 하나개 해수욕장

→ 하나개팜(선셋포인트) → 서울



봄보다 가을,

여름보다 겨울이 더 어울리는

특히, 겨울에 가볼만한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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