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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곤잘레스 파파 Feb 02. 2022

[2] 설국(雪國) - 양주 일영역

2022년 화이트 설날을 맞아!

国境の長いトンネルを抜けると雪国であった。

夜の底が白くなった。

信号所に汽車が止まった。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 설국, 가와타바 야스나리(1937)


설국, 가와타바 야스나리 (이미지 출처 : 연합)


세계 문학사 중

가장 아름다운 소설의 도입부라고

칭송받는 <설국>의 첫 문장.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자

하얀 벌판이 펼쳐지는 풍경.

시름을 잊고자

서른 넘어 찾았던

북해도 풍경이 그랬던가.

눈이 만든 신기루 같은 풍경은

시름을 녹이고도 남았다.




2022년 설은

밤새 내린 함박눈에

세상이 온통 백색으로 물들었다.

집 밖으로 보이는

설국 풍경이 아쉬워

무작정 눈을 만지러 가자고

어린 딸들을 꼬드겨 

무작정 차에 몸을 싣는다.


늦은 아침을 먹고 출발하면

반나절을 염두에 두고

목적지를 찾아야 한다.


서울 서북부에 살다 보니

김포와 파주와 양주가

반나절 가시권에 들어온다.


게다가 명절날이라

점심을 어디에서 먹어야 되는지

어디가 사람들이 덜 몰릴지

어디가 차가 덜 막힐지도

고려해야 한다.


평소 주말보다

품은 배로 든다.

그럼에도 오늘도 나간다.


하얗게 쌓인 눈을 보며

<설국>의 첫 구절이 떠오르며

연상작용처럼 BTS 뮤비의 첫 장면이 그려졌다.


봄날 M/V_ BTS


너무 유명한 BTS의 봄날

뮤직비디오 첫 장면,

일영역에 눈이 내린다.


딱! 그 그림이 떠올라

눈 내리는 일영역을 만나러 갔다.

주인공은 다르지만

사랑하는 딸들에게

작은 설국의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방탄을 핑계 삼아 왔다.


양주의 폐 간이역 <일영역>에서 (02.01.2022)


세 살 배기가 네 살 배기가 됐다.

첫째는 곧, 어린이집 졸업반이다.

동갑내기 부모는 불혹을 넘겼다.

육아에 일에 치이다 보면

아이들 크는 건 또 금방일 듯.


누군가 그랬는데.

행복은 행복한 순간에 잡아야지

지나고 나서 그 순간이 행복했지

하는 건 자위에 불과하다고.

그래서 부지런히 행복할 일을 만든다.


양주의 한 간이역에서

두 딸과 함께한 부모는 행복했다.

<설국>에서 우린 봄날을 그렸다.


그녀들의 Spring Day


아이들 장갑은

손에 껴기 어렵다.

작은 손가락에 딱 들어맞는

장갑도 찾기 힘들뿐더러

막내의 벙어리장갑은

헐거워 자주 손에서 빠져나온다.


눈을 움켜쥐면

금방 손에서 빠져나간다.

그렇게 숱하게 굴려

어른 주먹만한

눈덩이를 만든다.

그렇게 시간을 지샜다.


아이들의 부츠가

눈 속 깊이 파묻힌다.

꽤 많이 내려서

버적버적 밟는 눈 소리가

꽤 무게감이 있다.


아이들이

추위에 감기라도 걸릴까

엄마는 애간장이 탄다.


아빠만 감상에 젖었다.

아무렴 어떰.


호수가 눈에 잠겼다 (파주 마장호수)


눈이 내리면

상대적으로 체감온도가 높다.

바람이 덜 불어서 그런지

꽤 따뜻한 느낌인데

이런 날일수록

얼어붙은 호수의 얼음 두께가

마냥 궁금해진다.


양주에서 약간만 올라가면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인

마장호수가 나온다.

출렁다리가 꽤 유명하다.


굳이 이곳까지 넘어올 계획은 없었으나

뷰가 좋은 유명한 카페나 명소들은

코로나 확진 2만 명 시점에도 불구하고

명절날 갈 곳을 찾아 나선 인파들로 붐비고,

결국 막히는 차량 행렬을 따라가다 보니

이곳으로 경로가 옮겨지더라.


어린아이들을 안고

차마 출렁다리를 건널

자신은 없고

결국 출렁다리가 보이는

인근 카페에 잠시 머물러

실컷 눈사람이나 만들었다.


아이들이 만든 첫 눈사람 ^^


양주 설국 기행은

아빠의 욕심에

시작만 거창했다.

아이들은 작지만 소박한

놀이면 충분하다.


굳이 뷰가 좋은 포인트보다

맛있는 빵과 커피가 있는 카페보다

아이들에겐 1평 남짓의

눈 굴릴 공간이면 충분했다.


일영역에서 시간 남짓

굴리던 주먹만한 눈덩이와

작지만 충분한

저 눈사람 하나에

아이들은 저마다의 동화를 그린다.


내가 그린 동화는

이미 갖가지 문물의 때가 묻어

<설국>의 첫 문장과

<봄날>의 첫 그림이 생각나는

남들이 그려 놓은

그저 허세 어린 감상에 그친 건 아닌지

남겨질 여운에 약간은 씁쓸해졌다.



"아빠랑 딸이랑" (설국의 봄길)

서울 → 양주 일영역 → 양주 강경불고기

→ *스톤하우스(무인카페) → 브루다 양주점(관광객 多)

→ 파주 마장호수(베르테라) →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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